모든 문과, 이과의 끝은 치킨집 창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 많은 퇴직자가 치킨집을 창업하며 생긴 우스개소리인데요. 이때 치킨집 창업하며 ‘권리금’에 분통을 터트린 분들이 꽤 많습니다. 건물주에게 낼 보증금과 월세만으로도 빠듯한 데 권리금이라는 돈까지 내라는 전 임차인. 도대체 우리나라엔 권리금 같은 제도가 왜 존재하는 걸까요?

업계 불문율, 권리금

권리금은 해당 매장의 가치입니다. 장사 잘 되는 가게의 가치가 높고, 장사 잘되지 않는 가게의 가치는 낮습니다. 이런 각 매장의 ‘현재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것이 권리금입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팔지 않아도 되는 매장을 파는 것이니 웃돈을 내라는 것입니다.

웃돈 개념이었던 권리금은 점차 매장 거래에 관행이 되었습니다. 와중에 권리금을 계산하는 방법도 생겨났죠. 현재는 3개 권리금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닥 권리금, 영업 권리금, 시설 권리금입니다. 바닥 권리금은 상권에 대한 비용입니다. 이 상권에선 이 정도 매출은 기본적으로 나오니 그만큼을 달라는 것이죠. 하지만 개인의 장사 능력에 따라 기본 매출만큼도 안 나오는 매장도 많습니다.


영업 권리금은 해당 매장의 영업 노하우와 거래처, 단골 등에 대한 권리금입니다. 매장이 보유한 무형의 가치죠. 기존 임차인의 사업을 그대로 인수할 때 주로 책정됩니다. 노하우부터 거래처, 단골을 모두 전수받아야 적용되죠. 때문에 업종을 바꿀 예정이라면 영업 권리금은 책정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설 권리금은 기존 임차인이 매장에 투자한 시설에 대한 비용입니다. 물론 기존 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때 발생합니다. 기존 시설을 이용하지 않거나 일부만 사용한다면 그에 맞게 권리금이 재조정되죠. 이외에 최근 이익 권리금과 같이 특정한 ‘허가권’을 거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판대가 대표적이죠.

권리금은 한국에만 있다?

많은 분들이 권리금 제도가 한국에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권리금은 외국에도 존재합니다. 가령 영업 권리금은 국제회계기준에서 ‘영업권(goodwill)’이라는 자산의 하나로 인정됩니다. 재무상태표에 기재하도록 되어있죠.

외국과 다른 점은 계약서의 유무와 법적 인정 여부입니다. 외국과 달리 한국은 권리금 거래 시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서를 쓰면 세금이 발생하기에 세금 없이 거래하는 경우가 많죠. 걸려도 별다른 벌금이나 처벌 없이 미납한 세금만 납부하고 있습니다. 또 해외는 바닥 권리금과 시설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데 반해 한국 법원은 시설 권리금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권리금 찬반 여론

해외에도 분명 존재하는 제도지만, 국내에서는 찬반 여론이 뚜렷합니다. 없어져야 하는 제도라는 입장이 있는 한편, 시장경제에서 권리금의 존재는 당연하다는 주장도 제기되죠. 잘 키운 매장을 비싼 값에 파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권리금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에서 기인합니다. 단골을 늘리고 장사를 잘해 매출만 높인다면 권리금을 높게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장사를 못해 인수 전보다 매출이 떨어지면 권리금도 전보다 떨어집니다. 개인의 노력이 그대로 반영되는 셈이죠.


그러나 외부요인으로 권리금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액의 권리금을 주고 프랜차이즈를 양도받았으나 프랜차이즈 계약 연장이 되지 않는 건 흔한 일이죠. 다음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거나 양도 전 상가 계약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권리금을 잃게 됩니다. 보호받기 어렵다는 것이 권리금의 최대 단점인 셈이죠.

법적 인정받은 권리금

그간 권리금은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2015년에야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보호받게 되었죠. 개정 내용의 핵심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보호입니다. 임대인이 고의로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고 판단되면 손해액을 배상하도록 했죠. 임대인이 과거처럼 임차인을 쫓아내고 같은 자리에서 같은 장사를 하려 해도 권리금을 배상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과거 5년이었던 임대차계약 보장 기간도 10년으로 늘어났습니다. 게다가 최근  대법원은 10년이 지나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없더라도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보호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위 두 판결로 임차인의 권리금이 폭넓게 보호받게 되었죠. 가장 큰 단점 ‘불안정성’이 다소 해소된 만큼 권리금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