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탄피가 사라진 상황을 겪어봤을 겁니다. 요즘 보급되는 탄피받이는 성능이 좋아 탄피를 거의 흘리지 않지만, 구형 탄피받이나 그 이전에는 툭하면 탄피가 사라지곤 했습니다. 탄피가 옆으로만 날아가면 좋겠지만 회전하며 날아가기 때문에 한번 찾지 못하면 훈련장의 전 병력이 동원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 탄피에 민감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습니다. 왜 간부들은 그렇게 탄피에 민감했던 걸까요?

실탄 은닉에 따른 사고 방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은 남자고, 대한민국은 남성에 한해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징병제는 정말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현역병으로 입대시키기에 별의별 사람이 모이게 되는데요, 그중에는 외부에서 잘 지냈으나 군 생활에 적응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때문에 현역으로 복무한 이들은 군의 탄피 집착을 두고 ‘사고 방지’차원이라고 말합니다.

 

많은 분들이 총알을 발사하면 통채로 날아가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지만, 사실 발사되는 건 총알의 앞부분 ‘탄두’뿐입니다. 화약을 담은 통인 ‘탄피’는 분리되어 총에서 배출되게 되죠. 때문에 탄피는 그 총알이 발사된 총알인지 확인할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2010년 중반까지 한국 군대의 부조리는 언제든 총기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려면 탄을 소모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어떤 사고가 있었을까

병사 시급이 믹스커피 한 잔보다 저렴했던 만큼 군은 대부분의 일을 병사를 투입해 처리했습니다. 한 명이 일을 못하면 다른 이들이 그만큼 힘을 내야 하는데요, 만약 지속적으로 1인 몫을 해내지 못하는 데다 사교성이 좋지 못하다면 기수 열외 혹은 폐급으로 분류되어 부조리나 무시당하게 되었습니다. 선진 병영 방아쇠를 당긴 제22보병사단 총기 난사사건은 이런 군 문화의 대표적 피해 사례입니다.

 

이런 실탄 사고는 병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병사들 사이에서는 ‘우리의 주적은 간부’라는 우스갯소리가 많았습니다. 과거 간부에 의해 각종 가혹행위와 폭력 그리고 불법적인 노동이 자행되어 퍼진 이야기였는데요, 간부의 괴롭힘이 살인까지 이어진 ‘고재봉 도끼 살인 사건’과 자살 시도까지 간 ‘박찬주 육군 대장 부부 갑질 사건’ 등이 있습니다.

또한 혈기 왕성한 20대 초반에 입대하며 탈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연인의 이별 통보부터 게임 중독까지 탈영 이유는 가지각색인데요, 만약 부정적 이슈로 탈영할 경우 총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원치 않는 이들을 강제로 입대시켜 발생하는 문제로, 군이 탄피 관리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탄피를 찾아라
법으로 규정까지

본질적인 이유는 사고 방지지만, 법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군은 탄피를 중시하며 탄피 관리를 군법으로 규정해 두었습니다. 국방부 3군 공통군수지원 절차 및 방침 지시에 따르면 육해공군 모두 사격훈련 후 탄피 100% 반납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탄피는 일반 소통 탄피뿐만 아니라 조명탄, 예광탄부터 40mm 이상의 모든 탄피를 말합니다.

사실상 사격 훈련에 사용되는 모든 발사체의 탄피를 회수해야 하는 것인데요,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탄피는 실제 사격이 이뤄졌다는 유일한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탄피를 끝끝내 찾지 못했다면 부대장이 탄약지원부대에 분실 사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때 절도나 사고로 인한 분실은 부대장 징계사유이며 그렇지 않더라도 평가가 낮아져 진급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부사관부터는 진급해야 정년이 늘어나므로 이는 큰 불이익입니다.

 

다만 해군 특전 요원의 경우처럼 공중사격이나 해상사격을 실시할 때는 100%가 아닌 최대한 회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군법으로 규정된 것으로 군 관계자는 “바다나 하늘에서 쏘는 탄을 100% 회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전했습니다. 즉,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면 훈련 시 탄피를 모두 회수하도록 하고 있는 셈인데요, 이는 탄피가 국가 재산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외에 탄피 재활용, 탄피 납에 의한 환경오염 방지 등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2017년 취중에 초소에서 실탄 사격한 중령이 탄피를 분실했음에도 경징계만 받고 대령으로 진급한 사례를 보면, 선진 병영화 됨에 따라 탄피의 중요성이 과거보단 덜해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