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드라마는 방송가에서 ‘흥행불패’로 여겨지는 장르입니다.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의 열정 넘치는 모습들은 재미와 함께 찡한 감동을 안기기에 충분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대부분의 의학 드라마들이 호평 속에 좋은 성적을 거두곤 했죠.

하지만 의학적 지식과 상황에 기초한 사실적이고 극적인 이야기와 장면들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사전조사와 준비가 필요한 장르이기도 한데요.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일반인은 몰라서 그냥 지나치지만, 의사에겐 용납될 수 없는 잘못된 정보도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의학 드라마에서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옥에 티는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메스’는 미리 알아서

의학 드라마를 보면 수술이 시작되기 전, 집도의가 진지하게 말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바로 “메스” 인데요. 이때 메스를 건네주는 사람은 스크럽 포지션을 맡은 간호사입니다. 스크럽 간호사는 집도의가 들어오기 전 멸균 영역을 세팅하는 이를 말하는데요. 업계 용어로는 ‘수술 상을 차린다’고 합니다.

스크럽은 수술 과정에 따라 기구를 순서대로 배치하고, 집도의가 찾을 가능성이 있거나 자주 쓸만한 기구는 가까이에 놓습니다. 수술 필드와 가장 가까운 곳에는 제일 먼저 사용하는 메스를 두는 식으로 말이죠. 이는 기구를 가장 쉽고 빠르게 패스하기 위함인데요.

이렇게 세팅하려면 해당 수술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 합니다. 어느 순서에 어떤 기구를 쓰고 그다음엔 뭘 준비해야 하는지, 수술의 전 과정을 꿰고 있어야 하죠. 그래서 의학드라마에서 집도의가 “메스”하면 칼을 주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볼 수 있는데요. 현실에서는 수술 과정을 함께 보며 ‘알아서’ 줘야 합니다.

2. 수술실 앞에서 드는 두 손

인기리에 방송됐던 대부분의 의학 드라마는 매회 수술 장면을 등장시키곤 했는데요. 수술 전 집도의가 은색 개수대에서 손을 씻은 후, 양손을 가슴팍 정도의 높이로 들어 올리고 비장한 표정으로 수술방에 들어서는 장면은 다들 한 번쯤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이는 오염과 감염을 막기 위함으로, 사람의 내장을 손으로 만져야하는 의사의 손에 세균이 묻어있으면 안 되기 때문인데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병원별 감염관리 지침서 등은 감염으로부터 최대한 안전하게 손위생을 관리하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죠.

특히 손을 씻은 후에는 손을 팔보다 높게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몸이나 팔에 있었던 세균, 물, 약물이 밑으로 흘러내려서 씻은 손을 다시 더럽히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죠. 상체 중앙을 제외한 등, 허리 아랫 부분은 오염된 영역으로 간주한다는 이유도 있는데요. 다만 대부분의 의학 드라마에서는 너무 과하게 손을 올리는 등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합니다.

3. 드라마 속 수술 참관실

의학 드라마에서는 의사들이 창문 너머로 다른 의사의 수술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수술 장면을 원격으로 보여주거나, 2층에서 유리 너머로 수술을 참관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죠. 그렇다면 이는 실제로도 가능한 일일까요? 사실 국내 유명 대학병원 중 이런 수술 참관실을 갖춘 곳은 없다고 합니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은 따로 만들어진 세트장이죠. 국내 최초의 초대형 메디컬 드라마인 MBC ‘하얀거탑’은 약 15억 원을 들여 1,200평 규모의 병원 세트장을 짓기도 했는데요. 국내 병원에서도 보기 힘든 참관실을 갖춘 수술실만 해도 두 곳이며, 병원 하나를 통째로 옮겨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구색을 갖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4. 회진의 실제 규모는?

수술신 외에도 많은 의학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골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의사들이 단체로 회진을 도는 장면인데요. 십수 명의 의사를 거느리고 카리스마 넘치게 회진을 도는 드라마 속 풍경은 현실과는 차이가 있죠. 이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만들어진 장면으로, 실제로는 4~5명 정도의 규모로 회진을 도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5. 드라마의 함정, CPR

실감나는 수술 신이나 긴박한 응급실 상황 등은 의학 드라마의 묘미죠. 특히나 환자의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장면도 가끔 보게 되는데요. 응급실에서 직접 심폐소생술을 담당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정말 현실하고 괴리가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심폐소생술의 핵심은 흉부 압박이며, 제대로 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흉부 압박은 분당 100회 이상, 5cm 이상의 깊이로 눌러야 하는데요. 이런 압박은 실제로 엄청난 힘이 요구되곤 합니다. 실제 심정지 환자라면 당장 심장을 뛰게 하지 못하면 사망하는 것이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지만,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고통을 감내하기 힘들겠죠. 그래서 드라마에서는 흉부 압박을 하면 종종 누르는 시늉만 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요.

모니터의 정보가 이상하게 나오거나, 제세동기 장비가 잘못 부착된 경우도 흔합니다. 드라마 ‘굿닥터’에서는 문채원이 혼자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도 나왔는데요. 물론 이는 주인공의 간절함을 보여주기 위한 드라마적 설정이겠지만, 실제로 병원에서는 환자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보통 여섯 명 정도가 붙는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