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 지난 2018년 약 104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만족도는 96.1%로 높은 수준을 보였는데요. 그러나 평창 주변 식당가를 찾은 외국인들의 상황은 달랐습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황당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죠.

당시 일부 식당에서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이른바 ‘바가지’를 씌워 음식값을 받았습니다. 항의하는 몇몇 외국인에 되레 화를 내는 식당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인에게까지 ‘바가지요금’을 적용해 비윤리적인 장사를 하는 곳들이 속속 등장했는데요. 유명한 3대 전통시장이라는 사실에 더욱 충격을 안겼죠. 오늘은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는 전통시장의 실태를 파헤쳐 보았습니다.

‘초심 잃었다’
종로 광장시장

광장시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전통 재래시장입니다. 빈대떡, 육회, 마약 김밥 등 유명한 음식들이 늘어선 ‘먹거리 골목’은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넉넉한 인심과 시장 특유의 정을 기대하고 간 사람들로부터 ‘초심 잃었다’, ‘바가지 클라스’ 등 비판적인 후기들이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평범한 순대가 약 10개 정도 담긴 접시의 가격은 1만 원이었습니다. 5천 원짜리 떡볶이에는 단 8개의 떡이 이었죠. 관광지와 같은 광장시장의 지역 특수성을 따진 값이라 하더라도 비싼 가격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손님들은 음식을 강제로 2인분 이상 시켜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국수 한 그릇만 달라는 말에 ‘저녁 시간이니 떡볶이도 같이 시켜’라고 가게 주인은 답했습니다. 이를 거부한 손님에게 ‘그럼 못 판다, 딴 데 가서 먹어라’는 등의 불편한 반응을 보낸 사례도 있었죠.

광장시장의 문제는 음식만이 아니었습니다. 한복상가로도 유명한 광장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는데요. 원단이나 자수의 재료를 살 경우 한복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거나 연령대가 낮아 보이는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가게들이 등장했습니다. ‘자수’하면 비싼 인식이 있다 보니 5천 원짜리를 2배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하는 곳들이 있었죠.

해산물 성지의 배신
노량진 수산시장

손님이 직접 횟감을 골라 그 자리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 이곳에서도 ‘바가지’ 수식어가 뒤따르는 일이 증가했습니다. 1층은 물론 위 식당들까지 황당한 서비스가 이어졌는데요. 1층 상인과 식당 주인 사이에 은밀한 결탁이 이루어져 손님에게 특정 층계의 식당을 권하는 주인들이 많아진 것이죠.

수산시장 후기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불만은 바로 ‘저울 장난’입니다. 선택한 횟감의 가격 책정을 위해 저울을 사용할 때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눈속임을 당한다’는 것인데요. 저울의 0점을 맞추지 않고 재거나 손으로 바구니를 눌러 중량을 증가하게 만드는 등 높은 가격을 받아내려는 상인들이 증가했습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도 황당한 가격 문제가 이어집니다. 인당 차림비는 기본 6천 원 이상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구매한 해산물을 굽는 비용 일명 ‘찜비’, ‘스팀비’도 많게는 2만 원까지 받고 있었죠. 이는 해산물의 무게에 따라서 그 가격을 달리 받는다는 사실에 손님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때다 싶어 가격 올린
남대문 시장

코로나19로 국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 사용의 사각지대 중 한 곳은 서울 중구의 남대문 시장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대형마트 및 백화점에서 재난지원금을 사용하지 못하자 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는데요. 남대문 시장에도 사람이 몰리자 일부 점포들은 물건의 가격을 올렸습니다. 일반 마트에서 2kg에 5천 원이던 양파를 시장에서는 1만 원에 판매하는 등 급변한 시장통 물가에 당혹스러운 소비자들이 증가했죠.

몇몇 사람들은 카드 사용으로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4천 원 남짓 안 되는 물건을 카드 결제하겠다고 하자 천 원을 추가로 결제한 상인의 행동 때문이었는데요. 손님의 반발에 ‘그럼 우리는 뭐 먹고 사냐’는 말로 상인은 역정을 냈죠. 또한 일부 상인들은 가격을 알려주기도 전에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냐’는 등의 말을 건네 소비자들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 소비자에 따르면 ‘골목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정부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상인들의 얌체 상혼에 기분만 나빠졌다’고 전했습니다.

유독 외국인에게
더 심한 ‘바가지’

코로나 사태 발발 이전까지 외국인들이 겪은 ‘바가지’ 피해 수준은 심각했습니다. 2019년 한국관광공사의 ‘2013~2019 관광불편신고 접수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민원 비중이 85% 이상을 차지했는데요. 하위 사항으로 ‘쇼핑과 택시’ 항목이 첫 번째였죠. 이른바 ‘외국인 바가지’의 경우 한국어를 잘 못 하거나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은 모르고 당하는 일이 대다수입니다.

한 한국인에 따르면 ‘광장시장에서 일본인이 얼마 안 시키고 10만 원을 냈는데 만 원만 거슬러 준 상인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스페인 기자의 경험에 의하면 시장 순대 가격을 묻자 ‘사지도 않을 거면서 가격은 왜 묻냐’는 말에 이어 욕설까지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가격표를 찾을 수 없는 시장과 달리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의 식당들은 가격이 다르게 표기된 ‘이중 메뉴판’을 이용하기도 하죠.

이외에도 시장의 위생 문제와 음식 재활용 등은 많은 이들의 불만 사항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환경의 차이에 따른 부분을 고려해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위생관리와 가격 상승에 과거 전통시장이 가졌던 이미지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데요. 외국인에게는 물론 현지인들에게까지 외면당하고 있는 한국의 전통시장. 상인들의 정직한 태도와 함께 시장 본래의 가치를 되찾을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