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꽃’이라 불리는 항공사 승무원은 많은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업으로 손꼽힙니다. 여자 군대라는 푸념 섞인 말까지 나올 정도 엄격한 승무원 내 서열 문화, 앞서 논란이 되었던 오너 일가 갑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승무원 채용 경쟁률은 여전히 높습니다. 타 직종에 비해 높은 임금과 승무원이라는 메리트, 좋은 복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같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채용이 결정된다고 하여 바로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느 화사와 마찬가지로 인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기간이 길게는 2년까지라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었습니다. 인턴 승무원의 경우 근무 중 부당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승무원 인턴 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대한항공은 최대 2년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대한 항공의 인턴 기간이 가장 길다고 알려졌는데요. 지난 2017년 대한항공 전직 승무원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대한항공의 불법적인 노동력 착취를 신고하는 내용을 올렸습니다. 해당 청원자의 경우 2년의 인턴 승무원으로 근무 후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사직 처리되었다고 밝혔죠. 한편 “2년이란 인턴기간 동안만 근무하고 해고된 사람들은 설자리가 없다”라며 긴 인턴기간에 대해 불합당하다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대한항공 채용 전형에서 합격한 사람들은 건강검진을 거쳐 우선적으로 2년간 인턴 승무원으로 일하게 됩니다. 일반인들은 객실승무원들이 이처럼 긴 인턴 기간을 거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제껏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2017년부터 조금씩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죠. 일반 회사들도 인턴 기간을 두는 경우는 흔하지만 일반적으로 3개월인 것에 반해 대한항공의 2년이라는 인턴기간은 다소 지나친 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항공사는 어떨까?

그렇다면 다른 항공사의 경우는 어떨까요? 메이저 항공사인 아시아나 항공도 인턴사원으로 1년간 근무 후 소정의 심사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됩니다. 저가항공사들의 사정도 이와 비슷합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역시 2년간의 인턴 과정을 거쳐야지만 정규직 채용이 가능하며 에어서울과 티웨이 항공도 각각 1년으로 인턴 승무원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스타항공만이 비교적 짧은 8개월이라는 인턴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근무 스케줄 같지만
한참 적은 월급 받아

하지만 인턴 객실승무원이라고 해서 정규직과 비교했을 때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회사의 복리후생과 교육과정, 근무형태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정규직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있으며 근무 스케줄 또한 비슷하게 소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계약직이라는 점에서 급여에서 정규직과 차이를 보이는데요.

평균적으로 국내 항공사의 경우 정규직은 4천만 원대의 연봉을 받지만 인턴은 비행수당과 퍼듐을 포함해 3천만 원 좌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정규직들과 똑같이 근무하고 있지만, 인턴이라는 이유만으로 적은 월급을 받는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고 있는 인턴 승무원들도 많습니다.

정직원 전환 조건은?

문제는 이와 같은 긴 인턴기간이 국내 항공업계의 불문율이라는 점인데요.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장기간 인턴을 두는 것은 국내 항공사만의 특이한 문화”라고 항공업계 관계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전 준비해야 하는 조건들이 존재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서비스 평가, 방송 자격, 어학자격 조건 등을 통과하면 정직원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항공사 측에서는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대부분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청원을 올린 승무원의 경우처럼 혹여 정규직 채용에 실패한 인턴 승무원들에게는 가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2년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할 경우에는 이전 경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점도 크게 걱정된다고 밝혔죠.

인턴, 무급 휴직 대상에
포함시킨 대한항공

한편 최근 코로나19로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8개 항공사의 객실 승무원은 총 1만 5천여 명 정도로 알려졌는데요. 이 중 3분의 1인 5,000명이 유급이나 무급 휴직 중인 것으로 파악되었죠. 대한항공도 코로나 여파로 무급 휴직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문제는 무급휴직 신청을 받은 대상자에 인턴들도 포함되어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턴 승무원들의 실직 두려움은 절정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들은 “지난 1~2년간 실제 직원처럼 일해 왔는데, 하필 정규직 전환 시기에 회사가 어려워져 가장 먼저 잘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습니다. 무급휴직이 아니더라도 기본급보다 비행수당 비중이 높은 승무원 급여 특성상 생계에 곤란을 겪는 사례들도 속속 나오고 있죠.

인턴 정규직 전환 어려울 것

업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매년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보였던 항공사의 승무원 채용 소식도 뚝 끊겼습니다. 예년 같으면 3월 신입 승무원 채용을 시작해야 하지만 기존 승무원도 유급 또는 무급휴직 중인 마당에 각 항공사들은 새 인력을 뽑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죠.

무엇보다 올해는 인턴 승무원들의 정규직 전환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커뮤니티에서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인턴 승무원들도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꺼리는 만큼 승무원이 예전처럼 돌아가기까진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인턴 승무원들의 고심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