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가장 쓸데없이 체력을 소모하는 시간은 아마도 만원 지하철에서 출퇴근하는 시간대일 겁니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이 넘게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과 몸을 부대끼다 보면 출근 전에도 이미 지쳐버리곤 하죠. 회사와 가까운 곳에 월세를 살면 해결될 일이지만 비싼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시간이 오래 걸려도 출퇴근을 반복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해외에서는 높은 연봉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사악한 월세를 지불할 수 없어 캠핑촌까지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구글 신입 연봉 1억 넘어


구글은 신입에게조차 1억 원이 넘는 연봉을 쥐여주는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미국의 방송 채널 CNBC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에 입사한 대졸 신입 엔지니어들은 1년에 평균 15만 달러(약 1억 6천만 원)를 가져갑니다. 2년 이상 근무한 구글 개발자의 평균 연봉은 21만 4000달러(2억 3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죠.


구글에서 가장 중시하는 고급인력인 개발자를 제외한 기타 직원들의 연봉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8년 구글 직원들의 중간 연봉은 19만 달러(2억 1천만 원)이었습니다. 세계 최대 테크 기업인 만큼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려는 의도인데요. 전 세계 IT 전공 학생들 사이에서 구글이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직장으로 꼽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죠.

억대 연봉에도 노숙 생활

하지만 구글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곳입니다. 특히 집값이 살인적으로 높은 것으로 유명하죠. 경제수준이 높은 실리콘밸리 직장인들도 집값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인데요. 한 부동산업체 조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집을 사려면 연 소득으로 최소 17만 2000달러(1억 9000만 원)는 벌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월세가 가장 저렴한 곳도 3500~4000달러(385만 원~440만 원) 정도, 여기에 건강보험료로 등 기타 비용까지 지불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블라인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직장인의 70%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답했죠. 따라서 사악한 집값을 지불하기 어려워진 실리콘밸리 일대의 직장인들은 캠핑촌 아니면 컨테이너촌 이루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데에는 공급에 못 미치는 수요의 원인도 있습니다. 실제 실리콘밸리 리더십그룹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실리콘밸리 지역의 일자리는 29% 증가한 반면 주택 공급 상승분은 4%에 불과했죠. 여기에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기존 주민들까지 노숙자 신세에 처하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책임을 IT 기업들에게 묻는 ‘노숙자세’를 만들자는 움직임까지 생겨났습니다.

탈 실리콘밸리 물결


구글, 페이스북, 애플 같은 빅 테크 기업들이 몰리면서 실리콘밸리는 세계의 인재와 부를 빨아들이는 곳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큰 부를 거머쥔 창업자가 늘면서 물가나 부동산 가격도 빠르게 치솟기 시작했는데요. 실리콘밸리 중산층 가정은 2017년 기준 미국 전역의 2배에 가까운 연간 11만 8400 달러의 소득을 올렸지만 살인적인 물가, 출퇴근 시간 정체 등으로 인해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졌죠.

이에 최근 실리콘밸리의 대기업들은 텍사스, 뉴욕 등 다른 도시로 본사를 옮기고 있습니다. 살인적인 물가와 집값 등으로 유능한 인재 확충에 어려움을 겪자 경영은 물론 거주환경이 좋은 새로운 거점 물색에 나선 것인데요. 여기에 각종 세금과 규제 등도 기업들의 실리콘밸리 탈출 러시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코로나19로 가속화


이렇듯 여러 가지 문제로 불만이 커지던 가운데 2020년 예고 없이 터진 코로나19 팬데믹은 대기업들의 실리콘밸리 탈출 행렬에 불을 지폈습니다. 바이러스 확산 저지를 위해 직원들이 원격 근무를 하기 시작하면서 장소의 제약을 전보다 크게 받지 않게 된 탓인데요.

가장 최근 미국의 이미지 검색·공유 플랫폼인 핀터레스트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굳이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사무실 임대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지난달 1일에는 미국 IT 대기업인 휼렛패커드 엔터프라이즈(HPE)가 본사를 실리콘밸리에서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이전했죠. 기업들의 탈 실리콘밸리 물결이 계속되는 가운데 구글은 집값 폭등에 따른 일련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