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2003년과 2004년 국내 프로야구의 정상을 2년 연속 거머쥔 팀을 아시나요? 총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과 대기업의 후원을 받으며, 강력한 전력을 선보였던 팀이기도 합니다. 막강했던 이 팀은 바로 현대 유니콘스입니다. 적수가 없을 것 같았던 현대 유니콘스였지만, 이 팀은 오래가지 않아 갑자기 사라지게 됐는데요. 오늘은 현대 유니콘스가 사라지게 된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공격적인 투자로 시작된
현대 유니콘스

야구를 좋아했던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은 프로야구단을 창단하기 위해 19년의 공을 들이기도 했는데요. 다양한 방법으로 프로야구팀 창단을 시도하다 결국엔 1995년 태평양 돌핀스를 470억 원에 인수하게 됐죠. 당시 태평양 돌핀스의 인수 예상액이 200억 원이었지만 이를 훌쩍 뛰어넘는 인수 대금을 지불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현대는 야구팀에 상당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강력한 전력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런 현대의 지원은 곧 실력으로 이어졌는데요. 1995년 현대가 야구단을 인수한 이후 3년 만인 1998년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게 됐죠, 이후 현대 유니콘스는 2000년, 2003년, 2004년에 각각 한국시리즈 우승하며 그야말로 적이 없는 강팀이 됐습니다.

실력은 최상위, 인기는 최하위

팀의 전력은 강력했지만, 현대 유니콘스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는데요. 바로 기반이 되는 연고지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인천을 중심으로 삼미 슈퍼스타즈와 청보 핀토스를 거쳐 팬덤을 형성했던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했지만, 현대에서는 돈이 되는 서울로의 연고지 이전을 희망하며 인천을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는 이미 LG와 두산이 자리 잡고 있었고, 현대의 연고지 이전은 난항을 겪다 결국 임시로 머물기로한 수원에서 계속 시즌을 치르게 됐죠.

현대 유니콘스를 응원하던 인천 팬들은 연고지를 버린 팀에 분노하며 외면하기 시작했고, 수원의 경우 프로 축구팀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상대적으로 야구팬이 별로 없었죠. 게다가 곧 서울로 떠날 것이라고 알려진 야구팀을 지역 연고 팀으로 응원할 팬은 많지 않았습니다. 결국 현대 유니콘스는 프로야구팀 중에서도 가장 적은 관중수를 기록했는데요. 경기당 평균 관중수가 2,000~3,000여 명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재정 지원 끊기며 ‘풍전등화’

미미한 관중수 이외에도 왕자의 난으로 불렸던 범 현대가의 내부 갈등 역시 현대 유니콘스를 사라지게 만든 원인이 됐습니다. 최초 현대 유니콘스의 모기업은 현대전자였으며, 구단주는 현대그룹의 정몽헌 회장이었죠. 정몽헌 회장은 야구를 굉장히 좋아하는 야구광으로도 유명했는데요. 현대 유니콘스의 성공도 정몽헌 회장 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2001년 정주영 회장이 사망하고 현대가의 왕자의 난이 불어닥치며 현대 유니콘스를 총괄했던 정몽헌 회장이 투신자살하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는데요. 이때부터 현대 유니콘스엔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오게 됐습니다. 게다가 모기업이었던 현대전자(현대 하이닉스)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현대 유니콘스에 해오던 지원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야구팀에 아낌없는 지원을 했던 정몽헌 회장과 달리 그의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 유니콘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기에 이르는데요. 전문가들은 “현대 유니콘스가 사라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이 현 회장의 지원 중단 때문”이라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는 현대차그룹에서 80억 원, 현대그룹에서 40억 원, 현대해상화재보험에서 광고비 명목으로 40억 원을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현대그룹에서 40억 원씩 지원하던 것을 현정은 회장이 중단하자 현대차그룹과 현대해상에서도 점차 지원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현대차그룹의 지원마저 끊기면서 현대 유니콘스는 풍전등화에 놓이게 됐죠.

짧고 굵게 끝나버린
현대 유니콘스

결국, 현대 하이닉스는 현대 유니콘스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 선언했는데요. 기업의 지원이 끊기자 KBO에서는 야구기금을 현대 유니콘스에 지원금으로 제공하면서 8개 구단 운영체제를 유지하게 됐습니다. KBO와 현대 유니콘스는 구단 매각에 나섰고, 여기에는 농협, STX, KT 등이 참여했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모두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2008년에는 KBO의 지원금조차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된 현대 유니콘스는 사실상 해체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이후 한 투자회사가 자신들이 참여해 네이밍 마케팅을 통해 구단을 운영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KBO가 여기에 수락하면서 현대 유니콘스의 역사는 끝이 나고 히어로즈라는 새로운 야구팀을 창단하게 됐죠.

현대 유니콘스라는 이름을 걸고 팀을 운영한 것은 고작 12년밖에 안 되지만, 이 중 8회의 가을야구를 했으며 4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는데요. 한 누리꾼은 “이처럼 강력했던 현대 유니콘스가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면, 더 재밌는 프로야구가 됐을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대기업의 입맛에 맞춰지는 프로 팀이 아닌 응원하는 팬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프로팀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