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대출 중단,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로 급등하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속해서 재건축을 추진해온 대치동 은마 아파트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은마아파트는 90년대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왔지만, 지금껏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도 유명하죠. 그렇다면 ‘삼중 규제’ 속 은마 아파트는 어떤 상황을 맞이했을까요?

1. 그 유명한 강남 8학군의 상징

은마아파트의 사진을 보면 대체 왜 이 아파트가 유명한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노후하였기 때문이죠. 그러나 은마아파트는 아파트 시설이 좋아 유명해진 것이 아닌 학군 덕분에 유명해진 케이스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보 건설이 막 은마아파트를 짓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죠.

은마아파트가 위치한 강남 서초 지역은 1960년대만 해도 서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강남 개발에 나서면서 논, 밭, 야산뿐이었던 이 농촌 지역이 개발되기 시작하죠. 심지어 은마아파트 부지는 비가 오면 물이 고이는 저습지라 한보 그룹이 헐값에 사 로비로 대지 용도를 변경하기 전까진 버려진 땅에 불과했죠.


준공 후에도 한보아파트는 고분양가에 부동산 규제로 분양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홍보 이미지에 아파트 주변이 논밭으로 그려질 만큼 개발이 이뤄지지도 않은 이유도 컸습니다. 하지만 때마침 찾아온 2차 오일쇼크로 부동산이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으며 20일 만에 28개 동 4424세대가 완판되었죠. 이때 현찰 2000억을 손에 쥔 한보는 이후 IMF 외환위기의 원흉으로 지목됩니다.

이처럼 4424세대가 완판된 비결에는 강남 개발 계획을 위한 경기, 휘문 고등학교의 이전이 있었습니다. 은마아파트는 두 학교 사이에 있죠. 교육 평준화 이전 서울대생의 30%가 경기고 출신이었던 만큼 은마아파트가 있는 8학군에 쏟아진 학생 수요는 수만 명에 달했습니다. 이후 자연히 학원가가 발달하며 은마아파트는 학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 재건축은 답보상태, 실 거주 환경은?

79년도 준공인 만큼 은마 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논의는 90년도에 이미 진행되었습니다. 재건축을 염두에 뒀던 만큼 아파트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죠. 이는 학군을 노린 수요로 집주인과 실거주자 일치율이 30%에 불과했던 영향도 컸습니다. 또한 부동산 및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지금처럼 강하지 않아 2015년 도로 폐쇄 등 수익률 증대를 위해 재건축을 미루는 일이 많았죠.

그 때문에 90년대부터 준비했던 재건축임에도 본격적으로 재건축이 추진된 것은 2016년이었습니다. 2020년 재건축을 예상하는 기사도 보도되었죠. 그러나 강남구청과 서울시청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더해져 사실상 재건축은 요원한 일이 되었습니다. 한 거주자는 “재건축보다 평양 자이 입주가 더 빠르다”라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재건축 사업 진행이 통일보다 늦을 거 같다는 우려 속, 실 거주 환경은 어떨까요? 재건축 협의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아파트를 관리하지 않으면서, 사실 세입자가 자체적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하지 않았다면 굉장히 노후한 모습을 보입니다.

건물이 빗물에 녹아 아파트 곳곳에 종유석과 석순이 자라는 한편, 배관이 터지거나 녹물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사 가며 지하에 버린 쓰레기는 2300t으로 추정되어 벌레와 쥐의 집이 되어주고 있죠. 건설 당시 자동차가 보급되지 않았던 만큼 주차난도 심각했습니다. 다만 2015년 녹지와 놀이터, 테니스장을 철거해 주차장을 증설해 기존 가구당 0.7대였던 주차 대수를 겨우 1.13대로 일부 해소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실 아파트 내부만 빼면 입지는 더할 나위 없는 곳입니다. 수능이 강화된 상황에서 8학군이라는 입지는 더할 나위 없을뿐더러 인근에 맛집과 대형마트, 우체국, 병원, 전철역 등 생활 인프라는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재건축이 장기전에 들어서며 그간 진행되지 않은 유지 보수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9년 9월 은마아파트는 ‘아파트 공용부분 내부 균열보수 및 재도장 공사’ 입찰을 했죠. 이외에도 주차장 및 도로 보수, 승강기 보수, 방화문 교체 그리고 35억 원가량의 배관 교체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3. 단 두 개뿐인 평형, 가격은 이렇게 다르다

그렇다면 현재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어 있을까요? 은마아파트는 전용 76㎡/84㎡ 단 2개 평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2019년 11월 이후 신고된 실거래가 없어 가격은 2019년 11월을 기준으로 잡아야 합니다. 11월 전용 76㎡는 14개 84㎡는 7개의 거래가 이뤄졌죠.

어느 정도 섞여 있긴 하지만, 단지 외곽에 주로 배치된 전용 76㎡는 2017년 2월 평균 11억 5208만 원에서 2019년 11월 평균 19억 8038만 원에 거래되었습니다. 2년 새 8억 원 가까이 상승한 것이죠. 단지 중심부에 주로 배치된 전용 84㎡는 2017년 평균 12억 8611만 원에 거래되었으나 2019년 평균 22억 6964억 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한편 유명세와 달리 대치동에서 알짜로 통하지는 않는 모양새입니다. 실거주가 어려운 데다 재건축만 바라보는 바람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실제로 매매가는 양재천을 낀 인근의 ‘우선미(우성, 선경, 미도) 아파트에 따라잡힌 지 오래입니다. 특히 우성아파트는 평당가를 1000만 원 이상(은마 6710만 원, 우성 7818만 원) 벌리고 있네요. 과연 은마아파트가 다시 대치동의 상징으로 자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글 최찬식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