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연예인이 그렇겠지만, 개그맨은 무명시절이 긴 대표적인 직업입니다. 끊임없는 연구와 연습에 더해 좋은 운 때를 만나는 행운이 없다면 영영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경우도 많죠. 반면 대박 난 코너 하나로 각종 예능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 광고까지 들어와 큰돈을 버는 개그맨들도 있는데요. 지금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개그맨들을 단번에 빵 띠워준 역대급 코너는 과연 무엇이었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똥 칼라 파워! 유세윤


2004년 KBS 19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유세윤 씨가 처음 맡은 코너는 개그콘서트 ‘내비게이션’입니다. 옹달샘 멤버 유상무, 장동민 씨와 함께 꾸민 이 코너는 내비게이션 역할의 장동민 씨가 길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해 생기는 상황을 개그의 소재로 삼았는데요. 시청자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고, 이 코너는 시작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없어지고 말죠.

첫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기회는 금방 다시 찾아옵니다. ‘내비게이션’에 이어 유세윤 씨가 출연한 코너는 ‘봉숭아 학당’으로, 아직까지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복학생’ 캐릭터가 여기서 탄생했죠. “야, 야, 야, 내 밑으로 다 조용히 햇!”을 외치며 군기를 잡고, 시대에 뒤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진 아이템을 자랑하는 복학생은 심지어 선생님에게 엉덩이를 내밀며 “똥 칼라 파워!”라는 유치한 대사를 날리기까지 하죠.

뻔뻔하고 촌스러운 이 캐릭터는 빠르게 개콘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유세윤 씨는 비교적 일찍 이름을 알립니다. 롯데제과와의 6개월 광고를 계약하면서 1억원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후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뮤지컬 배우 남경주 씨가 “복학생 캐릭터로 재미 좀 보지 않았냐”고 묻자 능글맞은 목소리로 “아주 재미 봤죠 형님~수억 벌었죠”라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똑바로 해 이것들아~안영미


거침없는 입담과 19금 개그로 사랑받는 안영미 씨도 유세윤 씨처럼 KBS 공채 19기입니다. 그는 강유미 씨와 콤비를 이룬 코너들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는데요. 데뷔 초 강유미 씨와 함께 드라마·뉴스·영화 예고편 등을 패러디한 ‘Go! Go! 예술 속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지만, 둘의 시너지가 가장 크게 폭발한 것은 누가 뭐래도 ‘분장실의 강선생님’입니다.

강유미 씨가 가장 오래된 연차의 왕 선배님으로, 안영미 씨가 강유미 씨에게 아부하는 이인자로, 정경미 씨와 김경아 씨가 막내로 등장하는 이 코너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서열 문화를 우스꽝스럽게 풍자했다는 점, 그리고 매주 몸 사리지 않는 독한 분장으로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웃음을 함께 안겨줬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똑바로 해 이것들아~” “니들이 수고가 많다” 등의 유행어도 한동안 인기를 얻었죠.

수많은 패러디를 낳은 ‘분장실의 강선생님’ 팀은 함께 광고를 촬영하기에 이릅니다. 각각 죠스바, 스크류바, 수박 바로 분장하고 나온 이들은 개콘에서와 다름없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웃음을 안겨줬다네요.


고뤠에에? 김준현


남다른 풍채와 사람 좋은 미소로 각종 먹방과 예능 프로를 섭렵한 김준현 씨는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습니다. 개그콘서트 ‘조선왕조부록’에서 덩치에 맞지 않는 상궁 역할을 맡으며 대중에 눈도장을 찍은 그는 ‘비상대책위원회’에 출연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죠.

‘비상대책위원회’는 절차를 따지고 책임을 미루는 데 급급한 관료주의를 풍자하는 코너입니다. 일을 진행할 수 없는 이유를 속사포처럼 내뱉는 김원효 씨에게 김준현 씨는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시간이 촉박한데!”라며 호통을 치고 나서는데요. 하지만 자신의 대안이 쓸모없는 것임을 송병철 씨에게 지적받고는 이내 머쓱해져 “고뤠에?”하고 꼬리를 내립니다.

“아~안돼~”로 말을 시작하는 김원효 씨도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이 코너의 대표 유행어는 누가 뭐래도 “고뤠에~?”였죠. 김준현 씨는 이 유행어 하나로 여러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는데요. LG U+의 LTE 요금제 광고, 웅진 매트리스 렌털 광고, 아워홈 함흥냉면 광고에 등장해 시청자들을 웃겨줬습니다. 이어 “그래 나 뚱뚱하다!”라는 대사로 시작하는 ‘네 가지’까지 히트하면서 광고주들의 김준현 사랑은 더욱 커졌다는데요. 2012년 7월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출연한 그는 “지면 광고까지 총 20개 정도의 광고에 출연했다”며 수입이 신인시절에 비해 100배 이상 늘어났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아~ 이상준


마지막 주인공은 2006년 SBS 웃찾사로 데뷔한 이상준 씨입니다. ‘이건 아니잖아~’로 꽤나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이렇다 할 히트 코너가 없었던 그는 코미디 빅 리그로 자리를 옮긴 뒤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죠. 특히 기상천외한 주제를 두고 토론하는 ‘사망 토론’코너는 이상준 씨의 대표작이 되었는데요.

흰 도포를 입고 ‘낙성대’ 교수로 등장하는 그는 ’30억 오나미와 무일푼 김태희 중 결혼 상대로 누구를 고를 것인가’, ‘친부모가 재벌로 밝혀졌을 때, 키워준 부모 버리고 재벌 친부모와 살 것인가’ 등의 주제를 가지고 토론에 임합니다. 여기서 이상준 씨는 좋게 말하자면 현실적이고 나쁘게 말하자는 속물적인 입장을 주로 내세우죠.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독설들이 누군가의 ‘말하지 못한 진심’을 대변하면서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들이 많았는데요. 다만 웃기기 위해 타인, 특히 일반인 방청객의 외모를 비하하고 놀리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죠.

‘사망 토론’으로 인기를 얻은 이상준 씨는 현재 맛집·술집 정보를 제공하는 어플 ‘음주가무’ 모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XtvN ‘나나랜드’에 출연해 뛰어난 네일아트 실력을 선보여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죠. 돌발상황이 와도 당황하지 않는 풍부한 애드리브에 의외로 꼼꼼한 성격까지 갖춘 천상 개그맨 이상준 씨의 다음 코너는 과연 무엇이 될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