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학교 축제의 시즌입니다. 서울권 내 대학 축제 중 백미를 꼽자면 고려대와 연세대 축제를 들 수 있는데요. 예산 규모도 무려 수억 원에 달하죠. 그런데 최근 고려대학교 축제의 주요 행사를 주관하는 응원단이 축제 대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올해 축제에 출연한 가수들이 작년보다 훨씬 부실한데, 오히려 티켓의 값은 올랐기 때문인데요. 고려대 재학생들은 “가수 섭외비를 어디다 빼돌렸냐”고 응원단을 저격하고 나섰죠. 그러자 고려대 응원단 측에서 공개한 회계 영수증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지난 25일 열린 고려대 축제 입실렌티에는 가수 김연우와 청하, 러블리즈, 세븐틴, 10cm, 데이브레이크 등의 연예인이 초청됐습니다. 축제를 주관한 고려대 응원단은 예산으로 2억 8900만 원을 썼다고 공개했는데요. 반면 비슷한 시기인 지난 17일에 열린 연세대학교 축제 아카라카는 고려대의 절반에 가까운 예산으로 훨씬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들을 초청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연세대 축제에는 그룹 트와이스를 시작으로 빈지노, 지코, 레드벨벳, 아이유가 무대에 올랐는데요. 올해 아카라카 초청 가수 라인업은 역대 급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아카라카에서 아이유의 깜짝 생일 파티가 열리고, 아이유가 감사하는 모습이 전해지면서 화제도 됐죠. 아카라카를 준비한 연세대 응원단은 축제 예산은 고려대의 절반인 1억 7000만 원을 썼다고 공개했는데요.

논란은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우선 고려대 축제인 입실렌티의 티켓 가격은 2015년 9,000원에서 올해 13,000원으로 올랐죠. 그런데 연세대 응원단이 훨씬 적은 예산으로 더 높은 인지도의 연예인을 불러 축제를 진행한 것을 놓고, 고려대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것인데요. 연세대와 고려대가 라이벌 관계의 학교이니만큼 고려대 응원단을 향한 의혹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심지어 이번 고려대 축제의 연예인 섭외를 대행한 업체는 “제안했던 연예인 중 응원단이 거절한 사람도 많다”고 밝혔는데요. 가수 김연우를 섭외한 것 역시, 영화라는 컨셉에 맞게 극적인 무대를 연출할 수 있는 가창력 중심의 가수를 섭외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일정과 섭외비 내에서 싸이도 섭외가 가능했고, 가수 헨리가 무료 찬조 공연을 제안했음에도 응원단에서 주제에 맞지 않는다고 거절했다고 말했죠.

결국, 논란이 커지자 고려대 응원단 측은 회계 영수증을 공개했는데요. 축제 예산에 대한 세부 내역은 공개하지 않아 더 큰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정작 가장 중요한 금액에 관한 내용은 가린 반쪽짜리 회계 영수증만 공개했기 때문이죠. 앞서 2017년 회계 영수증을 투명하게 공개한 연세대 응원단과 굉장히 비교되는 지점입니다.

이에 고려대 커뮤니티에는 “아무리 짜 맞춰도 저 정도의 라인업은 나오지 않는다”며 라인업에 문제제기를 하거나, “티켓 판매로 응원단이 얻은 수익에 비해 행사 진행에 사용한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어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잇따랐습니다. 또 “연세대는 연금술사인가?” 등 풍자적인 글이 올라오기도 했죠.

고려대 응원단은 결국 오는 31일 홈페이지에 ‘제42회 입실렌티 지.야의 함성 회계내역 공개 및 공청회 안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요. 행사 운영과 콘텐츠 기획이 미흡했다며 공식 사과했습니다. 또한, 회계 영수증을 모자이크 처리한 것이 대해서는 법률전문가로부터 행사 세부 견적 관련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하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수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하면서 예·결산안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요. 오랫동안 응원단이 행사 관련 예산을 자체적으로 편성하고 집행하다 보니, 총학생회가 이에 간섭하지 않는 게 관행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산안도 공개하지 않다 보니 감사도 그동안 받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에 고려대 응원단은 축제 관련 회계자료와 예산집행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오는 6월 5일 공청회도 열기로 했는데요.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사업에 대한 내역이 철저히 밝혀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