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패션 피플의 드림 컴퍼니로 불린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톰보이인데요, 오버핏이 유행인 요즘 참 인기 많은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브랜드가 국내 토종 브랜드인데다 2010년 부도났던 기업이라면 믿음이 가시나요? 해외 브랜드인 줄 알았는데 국내 브랜드였던 데다가 부도까지 났던 이 기업이 어떻게 지금처럼 인기 브랜드로 재탄생 했는지, 함께 알아보시죠.


쌈지보다 한수 위, 톰보이

70년대 한국의 의류 시장은 재래시장의 저가 옷과 삼성물산 등 대형사의 정장 브랜드가 전부였습니다. 와중에 1977년 고 최형로 회장이 영 캐주얼의 효시로 국내 1세대 패션 브랜드 톰보이를 론칭하면서 대한민국 여성의 패션은 크게 진보하였습니다.

당시 톰보이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기반으로 편안하면서도 자유롭게 매치한 영 캐주얼을 브랜드 이미지로 삼았습니다. 소년 같은 소녀를 뜻하는 ‘톰보이’라는 이름은 간결한 발음과 이국적인 세련된 이미지로 다가왔죠. 또 ‘천만 번 변해도 나는 나’라는 슬로건은 당시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기 충분했습니다. 이후 톰보이는 단일 브랜드로 국내 최초 1000억 매출을 달성합니다. 전성기에는 16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보였죠.


30년 기업의 몰락
4년이면 충분했다

톰보이는 80~90년대 국내에서 전성기를 맞은 뒤 2001년부터 중국 베이징, 상하이 백화점에 매장을 입점시키는 한편 2004년 잡화 브랜드 톰보이 위즈를 파리 프랭탕 백화점에 입성시키는 등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그러나 2006년 창업주인 고 최형로 회장이 62세의 나이로 별세하며 톰보이는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경영자의 부재로 톰보이가 혼란스러웠던 2007년, 톰보이는 두 번째 위기에 봉착합니다. 2007년부터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대거 국내에 진출하면서 마케팅과 자금력에 밀렸기 때문이죠.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외 시장 경기가 둔화되면서 경영 어려움이 지속되었습니다. 톰보이는 내실을 다져야 할 때 경영진의 오판으로 무리한 사업 확장을 추진했고,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마침내 2008년 적자 전환한 톰보이는 비효율 브랜드 정리와 구조조정을 통해 2009년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배준덕 사장과 신수천 대표이사가 톰보이를 인수하면서 톰보이는 몰락의 길을 걷습니다. 배준덕 사장은 인수 당시에도 ‘기업사냥꾼 의혹이 있었던 인물로, 재고 의류를 담보로 사채 자금을 조달한 사실이 드러났죠. 결국 톰보이는 과도한 부채와 이자 부담으로 흑자부도에 이르게 됩니다.

부도 이겨낸 특단의 조치

톰보이는 서울중앙지법이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 가치가 높다는 판단하에 법정관리를 받으며 제3자 매각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톰보이의 인수가격은 부채 및 재고자산을 포함해 500억 원 안팎으로 예상되었는데요, 여기서 손을 내민 사람이 바로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이었습니다.

2011년 정유경 총괄사장은 톰보이와 톰보이의 남성복 브랜드 코모도를 총 325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기존의 톰보이 역사와 이미지를 유지하는 대신, 유행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톰보이의 체질 개선에 나섰죠. 우선 코데즈컴바인, 컬처콜의 전성기를 이끈 이지연 디자이너를 영입해 톰보이의 패션 디자인을 손봤습니다.

또한 신세계 인터내셔널 패션부문에 편입됨에 따라 톰보이는 신세계인터내셔널의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로 포지셔닝 했습니다. 중저가에 포지셔닝 되며 제품의 가격도 20% 하향 조정했죠. 또한 디자인도 기존의 중성 이미지를 강조하는 방향에서 신세계의 색을 입혀 보다 여성성을 반영한 디자인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새로 태어난 톰보이

신세계의 일원으로 구사일생한 톰보이는 현재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2012년 190억 원까지 줄어들었던 매출은 나날이 증가해 2013년 585억 원, 2014년 903억 원, 2015년 1161억으로 상승하는 등 지속적인 매출 상승을 보이고 있습니다.

톰보이가 승승장구하면서 2016년 신세계는 톰보이 브랜드를 리뉴얼하기에 이릅니다. 신세계는 브랜드 리뉴얼에 대해 경쟁을 더해가는 패션 시장에서 기존의 중성적인 ‘톰보이’ 이상의 콘텐츠와 브랜드 철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전했습니다.

새롭게 선보이는 톰보이의 리뉴얼 브랜드는 ‘스튜디오 톰보이’입니다. 기존 브랜드의 헤리티지는 유지했지만 로고부터 브랜드 콘셉트, 매장 인테리어, 광고, 제품 라인은 모두 재정비되었습니다. 변화한 브랜드명은 보이시 대신 강해 보이는 여성 안에 숨겨진 낭만적 자아와 내면의 아름다움을 표현했습니다.

2020년 신세계 톰보이는 기존 최고 매출을 넘어 20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정진하고 있습니다. 사업이 순항함에 따라 주가도 2016년 8만 원대에서 2019년 31만 원대까지 상승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새 브랜드를 론칭하긴 쉽지만 역사 있는 브랜드를 얻기란 쉽지 않다”라는 정유경 사장의 말처럼, 40년 된 국내 패션 브랜드인 톰보이의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