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SKY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매년 천 명을 웃돌고 있습니다. 서울대 공과대학 합격자들 중 일부는 타 학교의 의대, 치대, 한의대 등 취업이 유리한 학과를 선택하기도 하죠. 우수한 인재들이 공대 대신 의대를 선택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연구 환경이나 급여 수준 등 현실적인 문제를 개선하면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 보는 이들도 많은데요. 오늘은 이렇게 서울대보다 지방 의대를 택하는 흐름 속에서, 거꾸로 의대를 포기하고 다른 진로를 선택한 사람들의 근황을 알아볼까 합니다.

의대 수석 포기하고 선택한 길


첫 번째 주인공은 무려 고려대 의대 수석입학을 포기하고 서울대 공대 진학을 선택한 서결 씨입니다. 2007년 입학 당시에는 의대 진학을 포기하고 공대를 택한 동기 2명과 함께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죠. 이 인터뷰에서 서결 씨는 “의대에 가면 정년 제한 없이 돈을 잘 번다고 하는데 공대도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 얼마든지 노력한 대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공대를 고집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서결 씨는 서울대 산업공학과에 아직 재학 중이던 2009년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이모션’에 입사해, 위치 기반 채팅 서비스 앱’1km’ 서비스를 개발에 참여합니다. 2013년에는 독립해 ‘베네핏 컴퍼니’라는 회사를 차리는데요. ‘1km’때의 경험을 살려 자동차를 소재로 한 소셜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두근두근 드라이브’ 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시장에 내놓죠. 2019년 현재는 문승우 대표가 이끄는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코인 매니저’에서 CSO로 활동한다는 소식이네요.

한국 여성 최초, 스탠퍼드 공대&의대 교수


이번에는 서울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미 스탠퍼드 대학에서 의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진형 박사의 이야기를 살펴볼까요? IQ 157의 멘사 회원인 그는 서울대에 입학하던 당시부터 천재소녀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전기공학부에 지원할 때는 입학 면접 교수가 “아무 데나 다 갈 수 있는 성적인데, 여학생이 뭐 하러 공대에 가려고 하느냐”라고 묻기도 했죠. 부모님도 처음에는 딸의 의대 진학을 기대했지만, 10세부터 과학자, 공학자를 꿈꿔온 이 박사의 굳건한 의지에 “하고 싶은 일을 하라”며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졸업 후 스탠퍼드 대학에 진학한 그는 이미징 테크놀로지로 박사학위를 받고, 파킨슨병 환자의 뇌 구조를 전기 회로도로 만들어 파킨슨병을 비롯한 난치성 뇌질환 조기 진단의 단초를 제공했죠. 이 박사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에는 미국 국립보건원이 주는 ‘새로운 혁신가상’을, 2012년에는 미국 간질병 재단의 간질치료 프로젝트 상을, 2013년에는 알츠하이머협회가 선정하는 신 연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의대에 진학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의학연구에 이바지하게 된 것이죠.

스탠퍼드에서 바이오 공학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다른 과와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스탠퍼드 대학의 학풍 덕분에 신경과 교수들과 팀을 이루어 의대 교수 직함까지 가지게 되었는데요. 현재는 170억 원가량의 투자를 받아 실리콘밸리에 뇌 질환 관련 벤처를 차렸다고 하네요.

이병현이 부러웠던 소년의 스타트업 도전기


이번 주인공도 역시 서울대 공대 출신의 수재입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입학 당시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을 만큼 우수한 성적을 보유했던 최병현 씨는 인 서울 의대 혹은 지방 의대 정도는 너끈히 합격할 수 있었죠. 하지만 애초에 의학에 별로 관심이 없기도 했고, 어렸을 때부터 서울대에 가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서울대 공대 진학을 선택했다는데요. 드라마 ‘올인’ 속 이병헌이 호텔에서 파도를 응시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 사업으로 성공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하네요.

2019년 1월 유튜브 ‘데드형’ 채널에 얼굴을 비췄을 때 동 대학원 석사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했으니, 최병현 씨는 현재 석사학위 소지자가 되었을 텐데요. 그는 ‘레니프’라는 이름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준비 중에 있으며, 유튜브에서 세상의 모든 의자를 리뷰하는 ‘자왕’이라는 채널을 운영 중입니다.

뜻밖의 의대 출신 가수들


지금까지 살펴본 세 사람은 모두 의대 대신 서울대 공대를 선택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진출한, 그리고 여러분도 모두 알 만한 이들을 만나볼까 하는데요. 바로 의대를 포기하고 가수, 배우 등의 예체능 진로를 선택한 사람들이죠.

노사연 씨의 남편인 가수 이무송 씨는 의대를 포기하고 가수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앤드 제퍼슨 대학교의 의과대학에 재학 중이던 1983년,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시작했죠. 이무송 씨는 대학가요제의 출전 자격인 ‘대학생’이 되기 위해 의대에 진학했을 뿐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뮤지컬 배우로서 황금기를 맞이한 마이클 리 역시 의대를 포기하고 뮤지컬 배우가 된 케이스입니다. 그는 명문 스탠퍼드 대학교 의학과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3년 만에 조기 졸업까지 한 수재인데요. 지난해 tvN ‘문제적 남자’에 출연한 그는 “스탠퍼드 의대에 입학했지만 열정이 없어 진로를 변경했다”고 밝힌 바 있죠. 가족 모두가 음악을 좋아해, 어렸을 적에는 형이 연출을 맡고 누나와 자신이 배우가 되어 뮤지컬을 만들며 놀기도 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