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부족한 서울은 그동안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아파트를 공급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상승을 우려한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예정된 정비 사업이 대거 중단되자 대형 건설사 긴급대응에 나섰는데요. 덕분에 중소 건설사 사이에선 “대기업이 너무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대세, 가로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2012년 도입된 소규모 정비사업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달리 1만㎡ 미만의 지역을 대상으로 합니다. 가구 수도 100~250가구에 불과하고 사업비도 500억원 넘는 일이 적죠. 사업규모가 작은 만큼 수익률도 낮습니다. 덕분에 사업 진행도 지지부진해 2019년까지 가로주택 정비사업이 추진된 51곳 중 준공은 1곳, 착공은 6곳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요즘,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수익률은 낮지만 사업기간이 2~3년 수준으로 짧습니다. 재건축·재개발와 달리 대규모 철거 없이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파트를 지어도 ‘나 홀로 아파트’라 대형 건설사보단 중소형 건설사가 주로 시공했죠.

몰리는 대형 건설사들

그동안 대형 건설사들은 송파헬리오시티(40만 5782㎡) 같은 대규모 사업에 주력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가로주택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대형 건설사가 늘고 있습니다. 당장 서울 마포구 용강동 우석연립 가로주택 정비사업에만 자이S&D(GS건설), 동부건설, 코오롱글로벌이 삼파전을 벌였습니다.

현대건설은 이미 장위 11-2구역을 수주했고, 건설사 순위 10위권의 대림산업, SK건설, 대우건설도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검토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형 건설사의 시공 능력이 중소건설사보다 뛰어난만큼 기존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주력으로 한 중소건설사의 수주 실패 사례도 증가하고 있죠.

녹록찮은 대형 건설경기

왜 대형 건설사가 갑자기 가로주택 정비사업에 몰린 걸까요? “자존심 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게 대형 건설사 관계자의 말입니다. 기존 주력 사업이었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정부와 서울시의 각종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자 마땅한 수익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규제의 영향은 2019년 대형 건설사 실적에 드러납니다. 상위 5개 건설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평균적으로 7.33%, 12.87% 감소했죠. 2020년 들어 수주액 1조원을 넘긴 건설사도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뿐입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규모가 큰 사업이 줄어든 만큼 작은 사업을 대거 수주해 ‘본전’이라도 건지겠다는 입장입니다.

대놓고 밀어주는 정부

대기업이 참여한 데는 사실상 정부가 밀어주는 정비사업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정부는 12.16 부동산 발표에서 각종 규제를 강화했지만 가로주택 정비사업 규제는 오히려 완화되었습니다. 사업시행면적이 1만㎡에서 2만㎡으로 2배 늘어났죠. 기존 사업의 공급 한도는 250가구였지만, 중단지인 500가구까지 공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현재 재건축·재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인 ‘분양가 상한제’가 가로주택 정비사업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 전체 가구의 10%를 공공임대로 채워야하고, LH나 타 공기업이 공동시행자여야 하는 등의 조건이 붙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사업성과 수익성이 높아져 ‘대형 건설사도 눈독 들일만해졌다’ 것이 업계 분위기입니다.

덕분에 어려워진 것은 중소건설사입니다.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가 가치가 높은 만큼, 가로주택정비조합 측에서도 대형 건설사를 선호하기 때문이죠. 일각에선 대형 건설사는 해외 수주도 가능한 만큼 중소건설사 시장까지 들어오는 건 너무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도 코로나19로 해외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죠. 때문에 한동안 ‘일거리’를 위한 대형 건설사의 참여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