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집에 가면 일부러 놓고 오고,
선생님 오시는 날이 되면
심장이 벌렁거리던 그것은?

정답은 바로 방문 학습지입니다. 어린 시절 구몬이나 빨간펜 해 보신 분들 많을 텐데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1 대 1 방문 지도를 받을 수 있어 여전히 인기가 높죠. 그런데 이 구몬과 빨간펜을 만드는 회장님이 예상외로 흙수저 출신에 배추장사를 한 이력이 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교원그룹 장평순 회장이 어떻게 학습지 기업을 일구고 키워가고 있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다른 분야도 아니고 교육 분야의 회장님이라고 하니 왠지 금수저 물고 태어났을 것 같고, 어릴 때부터 과외 받고 컸을 것 같죠? 장평순 회장은 이런 우리의 예상을 빗나가는 젊은 시절을 보냈는데요.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함을 맛본 그는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맙니다.

공무원을 꿈꾸던 배추 장수


이에 그는 일단 공부를 계속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배추장사로 나섭니다. 배추를 팔고자 하는 사람이 많으면 매입 시점을 늦추고, 적으면 서두르는 등 나름대로의 수완을 발휘한 그는 1년 만에 10억 원이라는 거금을 벌게 되는데요. 이쯤 되면 그냥 그길로 쭉 나갈 법도 한데, 아무래도 미련이 남았는지 다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지만 이번에도 낙방하고 말죠.

출판사 영업사원으로 성공 가도


그제야 공무원의 꿈을 포기한 장평순 회장은 늦은 나이나마 웅진 출판에 입사해 영업사원이 됩니다. 배추장사하던 시절의 노하우를 살려, 이번에는 입사 4개월 만에 판매왕에 등극하고, 영업 본부장으로 승진했죠. 교육 서적과 학습지를 판매하던 그는 학부모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좀 더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는 학습지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런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져 현 교원그룹의 전신인 중앙교육연구원을 설립하게 됩니다.

일본 구몬과 라이선스, 과외금지로 학습지 호황


자신의 회사를 갖게 된 장평순 회장은 밤을 새우며 학습지를 만들고, 일본에서 인기를 끌던 학습지 브랜드인 ‘구몬’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수준별 프로그램식 학습지 구몬학습을 창간합니다. 또한 전집 관리 서비스를 도입해 빨간펜 선생님으로 하여금 집에 방치되어 있던 전집이나 위인전을 지도하도록 하는데요. 이 서비스는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시대적 상황도 그의 성공을 도왔습니다. 1980년에 내려진 과외 금지 조치로 학습지 붐이 일어난 건데요. 학교 외에 따로 교육을 받을 시설이 마땅치 않았던 시절이라 빨간펜과 구몬의 인지도는 빠르게 높아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좋은 흐름을 탄 교원은 계속 성장해 2012년에는 무쳐 1조 2238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게 됩니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매출 부진, 스마트하게 극복하는 중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교원그룹도 저출산 앞에서 잠시 주춤하게 되는데요. 아이들 전체의 수가 줄자 사교육 시장 자체가 좁아지고, 이에 교원의 매출 90%가량을 차지하는 교육부문이 부진하게 됩니다. 또한 학부모들이 오래된 방식인 방문 학습지보다는 다른 형태의 프리미엄 교육을 원하는 경우가 늘어나 학습지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죠.

하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장평순 회장이 아닙니다. 그는 2015년 스마트펜과 태블릿 PC를 활용한 스마트 교육을 시작했는데요. ‘스마트 빨간펜’시스템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스마트펜으로 터치하면 동영상이나 오디오 등의 보충자료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효율이 높다고 합니다. 이 서비스는 한 달 만에 회원 수 3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호응이 높다고 하네요. 게다가 지난해에는 구몬에도 스마트 기술을 적용했다고 하니, 이제 교원의 모든 교육은 스마트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018년 대한민국 부자 23위


매출 부진을 겪는 중이라고는 하지만, 장평순 회장이 무일푼에서 시작해 엄청난 부를 이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례로 그는 올해 포브스지가 선정한 대한민국의 50대 부자 리스트에서 당당히 23위를 차지했는데요. 호텔 신라 사장 이부진 씨가 16위, CJ 그룹 회장 이재현 씨가 18위를 차지한 것으로 보아 교원그룹이 굴지의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교원 그룹은 ‘2018 한국의 혁신대상’에서 고객 가치 혁신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혁신을 시도하는 장평순 회장에게 잘 어울리는 상이 아닐 수 없는데요. 배추 장수에서 시작해 한국의 23번째 부자가 된 그의 다음 발걸음은 어디로 향할지, 문득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