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그 열렬함 때문에 때때로 비난이나 조롱의 대상이 됩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일정에 맞춰 공항, 방송국, 공연장에 신출귀몰하는 그들에게 “공부나 하라”며 잔소리를 하거나, 도시락부터 고가의 물건까지 조공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고는 “부모님에게나 그렇게 정성을 쏟으라”며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죠. 오늘은 그런 분들이라면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가지고 왔는데요. 아이돌 팬들이 팬심 하나로 일궈낸 일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름은 소품공장 내부는 엑소 천국


홍대 아트박스 건물 6층에는 ‘소품 공장’이라는 이름의 가게가 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쿠션이나 액자 같은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곳 같기도 한데요. 사실 이 가게는 인형의 옷과 인형 모자, 목도리 등의 소품을 판매하는 장소입니다. 사람 옷을 파는 가게에는 마네킹이 있듯이, 소품 공장은 판매하는 인형 옷의 모델이 되는 인형들로 가득한데요. 동물 모양 인형이나 라인 캐릭터 인형도 종종 눈에 띄지만,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엑소’ 멤버들의 얼굴을 한 인형들입니다.

엑소 인형이 이렇게 많은 건 소품 공장의 사장님이 엑소의 열성적인 팬이기 때문인데요. 알록달록한 손뜨개 모자와 목도리, 앙증맞은 머리띠를 한 엑소 인형을 보러 이곳을 찾는 팬들이 많다고 합니다. 다만 엑소 인형은 판매용이 아니고 인형이 걸치고 있는 의상과 소품만 판매하는데요. 15,20, 30cm의 세 가지 크기로 나누어져 있는 소품과 옷들은 천 원에서 시작해 2만 원 이상까지, 가격도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품 공장을 방문한 사람들의 후기는 가게의 인기를 짐작게 해줍니다. ‘귀여운 인형들이 많아 사진을 더 찍고 싶었지만, 손님이 너무 많아 그럴 수 없었다’는 내용을 자주 발견할 수 있죠. 홍대에서 반응이 좋아 부산 서면에 2호점까지 오픈했다니, 팬심이 사업 성공으로 이어진 아주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부상조를 위한 스밍찍


‘스밍’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이 발표되는 시간에 맞춘 무한 스트리밍을 통해 음원 순위를 높이는 일을 일컫는 말인데요. 스밍으로 신곡과 이전의 발표곡 모두 좋은 순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팬클럽들은 ‘권장 스트리밍 리스트’까지 만들어 배포한다고 합니다.

스밍에 동참하는 사람의 수가 많을수록 ‘내 가수’의 음원 순위도 높아지겠죠. 각 아이돌의 팬덤들은 이를 위해 품앗이로 스밍에 동참하기도 하는데요. 금손으로 소문난 러블리즈의 한 팬은 이 스밍을 인증하기 위한 어플 ‘스밍찍’을 개발합니다. 스밍 날짜, 시간, 음원의 처음에서 출발해 끝까지 닿아있는 재생 바가 빠짐없이 포함된 캡처를 공유하면 인증 완료인데요. 네이버 뮤직, 멜론, 지니, 벅스 등 대표적인 음원사이트와 연동이 가능해 편리함을 더했다고 합니다.

악플러, 꼼짝 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누군가 욕하는 것만큼 화나고 속상한 일은 없겠죠. 러블리즈 팬들은 악플러들로부터 자신의 아이돌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합니다. ‘악플러 찾아가세요’는 연예인들이 네이버 브이앱으로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채팅창에 올라오는 악플들을 수집하고 기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죠. 이 프로그램은 러블리즈 팬들뿐 아니라 많은 아이돌 팬들이 애용하고 있는데요. 좋아하는 가수를 지키고픈 마음을 잘 아는 개발자가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이 악플을 참아 넘기지 않고 증거를 수집해 고소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죠. ‘아추’는 악플러 고소를 위한 아이피 추적 프로그램입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입에 담기 힘든 말을 늘어놓는 악플러들에게 크게 한 방 먹이기 좋은, 고마운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네요.

최애 사진의 깔끔한 정리를 위해


러블리즈의 팬들 중에는 유난히 능력자가 많은가 봅니다. 중복 사진 제거 프로그램인 ‘중복이면 말 좀 해주지’와 러블리즈 멤버들의 얼굴을 인식해 구분해주는 ‘Lovelyz Classifier’ 역시 러블리즈 팬의 솜씨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팬들은 최애 가수의 잘 나온 사진이 보이면 무조건 저장부터 하고 봅니다. ‘중복이면 말 좀 해주지’는 이렇게 자꾸 쌓여 저장 공간만 잡아먹는 중복 사진을 걸러내주는 프로그램으로, 파일명과 저장 날짜 등이 달라도 검색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통의 강자, 팬아트


이번에는 H.O.T.나 젝키 등 1세대 아이돌 팬들부터 쭉 해왔던 전통의 팬덤 사업 아이템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팬아트’ 상품인데요. 그 당시에는 직접 그린 아이돌 캐릭터를 코팅하고 예쁘게 잘라 열쇠고리, 가방 장식용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정도였죠.

요즘은 아이돌 캐릭터를 타투 스티커, 컵 받침, 그립톡 등 실용성까지 갖춘 상품으로 제작해 그 퀄리티가 한층 높아졌는데요. 직업 화가가 그렸다고 해도 믿을 만한 정밀화나 느낌 있는 일러스트를 포스터로 인쇄해 판매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성인이 되어 ‘입덕’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을 향한 팬심은 ‘철없는 아이들의 한때의 치기’ 정도로 취급되기 일쑤인데요. 오늘 살펴본 것처럼 가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몰랐던 재능을 갈고닦게 만들거나 뜻밖의 수입을 가져다주는 경우도 분명 있으니,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