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회사 동료들과 함께 한 달 동안 여행을 떠나야 한다면 어떨 거 같으신가요? ‘매일같이 회사에서 얼굴 맞대는 것도 겨우 참고 있는데 한 달이나 여행을 가라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한 달이나 자리를 비우면 밀린 업무는 다 누가 처리해 주냐’고 반문할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럼 이건 어떤가요? 회사에서 여행경비를 모두 지원하면서 한 달 동안 취향에 맞는 도시로 여행을 떠나라고 한다면?

믿기 힘드시겠지만, 이 일을 실현한 회사가 존재합니다. 여행 콘텐츠를 제작하는 ‘여행에 미치다’가 그 주인공이죠. 도대체 뭐 하는 회사이길래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대장’이라고 불리는 여미 대표 조조 씨가 자사 유튜브 영상에서 소개한 바에 따르면, 여행에 미치다는 ‘여행 관련 영상, 사진 콘텐츠를 게시하며  SNS에서 300만 팔로워를 보유한 커뮤니티로, 기업들과 연계하여 브랜디드 콘텐츠, 바이럴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브랜드 팀에서 굿즈를 제작하거나 오프라인 행사를 여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네요.

종무식의 깜짝 선언


2017년 12월 27일,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준비해 온 선물을 나누며 즐거운 종무식이 한창이던 시간, 여미 대장은 깜짝 발표를 합니다. ‘내년 6월에  회사 문 닫고 전 직원이 한 달간 여행을 간다’는 내용이었죠. 이른바 ‘여미 한 달 살기’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 계획을 이야기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네가 미쳤구나’, ‘그러다 회사 망한다’, ‘도대체 왜?’와 같은 반응을 들어왔다는 조조 대표가 말하는 ‘한 달 살기를 결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미 직원들은 ‘여행하며 월급도 받고 너무 좋은 직업이다’라며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납니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죠, 짐을 꾸려 여행지로 떠나는 것은 맞고 회사에서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여행이라기보다는 그냥 출장에 가깝죠. 영상을 어떻게 구상해야 할지 항상 고심해야 하는 데다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2~3일 안에 빠듯한 일정으로 모든 촬영을 마쳐야 하니까요. 먹고 싶지 않아도 맛집을 찾아가거나 타임랩스 영상을 만들기 위해 강추위 속에서 몇 시간을 서 있는 일도 빈번하다는데요.

조조 대표는 여행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인 만큼, 여행의 본질에 대해서 탐구해 보고 싶었답니다. 한 달 동안 해외에서 사는 게 가능한지, 그 시간 동안 자신을 비롯한 직원들이 어떤 성장을 할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네요.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영상팀 직원이 여미 회원들의 후기를 모아 만든 ‘치앙마이 한 달 살기’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영상은 구독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고, 한 달 살기 콘셉트의 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한 달간 살러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직원들 사이에서 나온 것이죠.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조조 대표는 통 크게 전 직원이 동시에 떠나는 한 달 살기를 결정합니다.

시기는 날씨가 좋지만 많이 덥지는 않을 6월~7월. 여미 직원들은 2명씩 짝을 지어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갑니다. 뉴질랜드 퀸스타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본 도쿄, 미국 포틀랜드, 프랑스 아를, 인도네시아 발리, 독일 베를린이 그들의 목적지였죠. 각각의 목적지에는 그에 맞는 테마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탱고, 도쿄는 카페, 발리는 서핑이라는 주제와 함께했습니다.

물론, 여행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인 만큼 한 달 살기의 끝에는 제출해야 할 결과물이 있었습니다. 그럼 3~4일의 출장이 한 달 짜리로 늘어나기만 한 것 아니냐고요?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하고 싶었던 것을, 하고 싶었던 도시에서, 그것도 한 달이라는 시간을 가지고 해 볼 수 있다는 건 다른 직장인들이 누리기 힘든 혜택이었을 겁니다.

다 좋을 수만은 없는 것이 여행


이들의 8개국 한 달 살기는 현재 여행에 미치다 유튜브 채널에 13개의 영상으로 정리되어 올라와 있습니다. 특히 ‘여미 크루들의 한 달 살기 비하인드 썰 대방출!! 눈물의 한 달 살기 마지막 화’에는 한국과 달리 가격이 너무 저렴해 소고기를 실컷 먹었던 기억, 아에로플로트 항공기에서 아직까지 이름이 기억나는 아리따운 승무원을 만난 기억, 둘이서 100만 원으로 한 달 내내 풀빌라에 머물던 기억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골고루 실려 있는데요.

물론 다 좋은 기억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도쿄로 떠난 한 팀원은 첫 주에 몸이 좋지 않았죠. 빡빡한 일정과 일에 대한 스트레스, 바뀐 환경과 음식 때문인지 열이 펄펄 끓었다고 하네요. 다행히 일본은 드러그 스토어가 잘 갖춰져 있어 쿨패치 등 열을 내려주는 제품들을 적극 사용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아를로 떠난 팀은 프랑스의 악명 높은 캣 콜링에 개탄했죠. 론 강에서 맥주를 마시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그날도 어김없이 이어지는 캣 콜링에 아를 팀 팀원 졸리 씨는 자기도 모르게 F 워드를 내질렀다는데요. 하루 이틀이 아니고 매일 같이 이어지는 성희롱에 자신은  이성을 잃었지만,  이 같은 대처는 자칫 위험할 수 있으니 되도록 무시하는 게 좋을 것 같다네요.

가장 위험한 경우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팀에서 발생했습니다. 간식거리를 사러 차이나타운으로 향한 헤일리 씨는 핸드폰을 도난당했는데요. 핸드폰 도둑을 쫓아갔다가 더 큰 위험에 빠질 뻔했답니다. 다른 팀원인 모니카 씨는 헤일리 씨가 돌아오지도 않고, 연락도 되지 않자 한국 경찰, 현지 경찰 모두에게 실종 신고까지 했다는데요. 다행히 근처에 버려진 핸드폰을 누군가 찾아줬고,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상봉할 수 있었다네요. 강도나 도난을 당했을 때 물건을 찾겠다고 쫓아가다가는 더 큰 해코지를 당할 수 있으니 물건을 지키려 하기보다는 신변의 안전을 위해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조금 성가시고 나쁜 기억도 있었지만, 여미 직원들은 한 달 살기를 통해 다시 놀러 가면 며칠은 재워 줄 수 있는 현지 친구도 만들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삶의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한 달 살기의 또 다른 결과물인 책 <회사 문 닫고 떠난 한 달 살기>도 굿즈를 판매하는 ‘여미 휴게소’에서 구입하실 수 있다네요.

한 달이나 회사 문을 닫고 여행 보내주는 회사라니, 솔직히 좀 부럽긴 한데요.  유튜브 영상에서 조조 대장이 밝힌 ‘여미 인재상’은 겸손하고, 영상·디자인 기술이 뛰어난 분이었습니다. 아, 각종 콘텐츠에 얼굴을 공개해야 할 수 있어  넘치는 관종력까지 탑재하시면 더욱 좋다고 하니, 여행에 미치다에 취업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