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KBS 회사가기싫어

대기업 정규직 취업의 여러 장점들 중 하나는 바로 안정적 근무가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IMF 시절 수준의 경제 위기가 닥쳐오거나, 회복 불능의 중대한 과실만 범하지 않는다면 어느 날 갑자기 일자리를 잃어버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죠.

출처 : 시사 뉴스 저널

하지만 그런 안정감에 취해 위에서 내려오는 일만 착실히 쳐내다 보면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근속연수 7~8년 차 직장인들이 슬슬 이직이나 창업을 고려하는 이유죠. 그러나 말처럼 창업은 쉽지 않습니다. 자본금부터 법적인 문제까지,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너무나 많기 때문인데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기업과 직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제도가 최근 각광받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인터파크를 탄생시킨 사내벤처 제도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기업 속의 기업, 사내벤처


출처 : LG

사내 벤처 제도는 신상품 개발, 신규 시장 진출 등의 목표를 위해 기업 내부에 독립적인 조직을 만드는 제도를 뜻합니다. 추후 자회사나 독립 법인을 세워 완전히 분사하는 ‘별도 법인형’, 기업의 주력 사업과 관련성 있는 사업을 회사 차원에서 주도하는 ‘사내 기업형’, 직원의 사업 아이디어를 반영해 추진하는 ‘사업제안형’ 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죠.


사내벤처와 유사한 형태의 조직은 1940년대부터 존재했습니다. 신기술을 사업화하고 직원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방편이었죠. 사내 벤처 제도가 본격적으로 꽃피우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미국에서였습니다. 70년대 사내벤처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의 주장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요. 그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혁신의 추구는 이미 진행 중인 기존 사업으로부터 조직적으로 독립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죠.

출처 : 매일경제

하지만 70년대 사내 벤처는 장기적으로 큰 실효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1970년대 초반에 사내 벤처를 도입한 기업들 중 대다수가 7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이를 폐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후 80년대 벤처캐피털 붐, 90년대 후반 인터넷 벤처 붐을 거치며 사내 벤처 제도는 점점 자리 잡아갑니다.

직원과 기업 모두 윈윈


출처 : 문화일보

직원이 사내 벤처를 반기는 이유는 쉽게 이해가 갑니다. 춥고 배고픈 회사 밖으로 나가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며 창업하는 것보다 리스크도 적고, 지루해진 직장 생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으니까요.

출처 : ZDnet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 사내벤처를 운영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일까요? 회사의 자본과 노동력을 투입해 벤처를 키운 뒤 분사시키면 남 좋은 일만 되는 건 아닐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잘 키운 사내 벤처가 별도 법인으로 독립한 뒤 코스닥에 등록하면 기업의 출자 지분을 매각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죠.

굳이 분사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신규 사업 진출의 기회를 탐색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동기부여가 확실한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할 수 있죠. 하지만 이 경우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사내벤처를 모기업의 신사업 테스트 목적으로만 이용하다가 실패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인데요. 종종 사내벤처의 좋은 사례로 꼽히곤 하는 3M 사는 사내벤처가 개발한 신제품을 모기업을 통해서만 출시하는 바람에 벤처의 존재 의미가 희미해지는 결과를 맞이합니다. 현재 3M은 더 이상 사내벤처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네요.

네이버, 인터파크의 출발점


출처 : 조선일보

사내벤처로 출발해 업계를 평정한 기업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내벤처 성공 사례는 바로 네이버와 인터파크입니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은 삼성 SDS 재직 당시 사내벤처 제도를 활용해 인터넷 서비스 사업 팀인 ‘네이버 포트’를 꾸렸습니다. 1999년에는 네이버 컴으로 독립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어 갔죠.

인터파크는 현재 LG유플러스에 합병된 LG데이콤의 사내벤처였습니다. 이기형 현 인터파크 회장이 LG 데이콤의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제안한 것이 시작이었죠. 데이콤-인터파크를 설립해 전자상거래 시장을 주도하던 이기형 회장은 IMF 때 데이콤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하며 ‘인터파크’로 독립했습니다. 사내벤처의 실효성을 맛본 그는 인터파크 내에서도 사내 기업을 육성하기에 이르는데요. 오픈 마켓 시장을 주도하다 2009년 이베이에 매각된 G마켓이 바로 인터파크의 사내벤처입니다. 이 인수합병을 통해 인터파크 측이 거둬들인 매각차익은 5천억 수준이라고 하네요.

발전하고 변신하는 스타트업


출처 : SKT Insight

이처럼 사내벤처의 성공사례가 차곡차곡 쌓이자, 대기업들은 앞다퉈 사내벤처 제도를 만들고 다듬어 나갑니다. ‘스타트 앳’이라는 이름의 사내벤처 제도를 운영중이던 SK텔레콤은 최근 구성원이 아이디어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구성원 펀딩 제도, 해외 현지 멘토링 기회 제공 등으로 한층 강력해진 프로그램을 선보였죠. 구성원 펀딩 제도는 투자한 아이디어가 사업화에 성공하면 구성원에게 별도의 보상을 지급하는 형태로, 텀블벅이나 와디즈 등 크라우드 펀딩의 방식을 차용하고 있는데요.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하네요.

출처 : Instagram @haneulina / @mingzhulaoshi

아모레 퍼시픽의 체취 케어 화장품 벤처인 ‘프라도어’는 1년 만에  네 번째 신제품을 출시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향수로 향기를 덧입히는 대신 자연스러운 체취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인 이 브랜드는 매년 다른 주제로 진행되는 아모레 퍼시픽의 ‘린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했죠. 그해 린 스타트업의 주제는 ‘니치 마켓(틈새시장)’이었고, 마침 체취 케어 제품 개발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아모레 퍼시픽의 니즈와 맞아떨어져 프라도어가 선발되었다는데요. 올 하반기에는 동남아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출처: 동아일보 / 이로운넷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사내벤처 조직인 ‘C 랩’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스타트업으로의 독립도 지원하며 사업 실패 시에도 회사로의 복귀 방안을 마련해 두어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10월에는 C 랩을 민간에 개방하는 ‘C 랩 아웃사이드’를 신설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임직원이 아니더라도 C 랩 프로젝트에 지원할 수 있게 되어  예비 창업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C 랩과 C 랩 아웃사이드, 그리고 삼성전자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