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깔끔한 흰 가운에 청진기를 목에 걸고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 머릿속에 그려지죠. 초등학생 시절 장래희망으로 ‘의사’를 적어내신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수입 면에서 대한민국 상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인 지위도 어느 정도 보장되기 때문에 부모님들도 선호하는 직업이죠. 하지만 뭐든지 그냥 얻을 수는 없는 법.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에 들어간 이후로 보통의 고 3보다 훨씬 고된 생활을 이겨내야 한다는데요. 과연 의대 입학부터 전문의가 되기까지, 이들은 어떤 과정을 거치는 걸까요?

의대 입학부터 전문의까지, 총 11년


전문의가 되기 위해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우선 통상 4년을 학교에서 보내는 다른 과 학생들과 달리 의대생은 예과 2년에 본과 4년, 총 6년 동안 학교에서 공부하죠. 매년 초에 시행되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의사 면허증을 받으면, 병원에 취직해 인턴 1년 후 시험, 레지던트 4년을 거쳐 다시 한번 전문의 시험에 통과해야 전문의가 될 수 있습니다.

듣기만 해도 숨이 찬 기분인데요. 재수나 삼수 없이 20살에 바로 의대에 입학하고 모든 시험에 문제없이 통과한다 해도 30대에 진입하고 나서야 전문의가 될 수 있죠. 남성들은 여기에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는 기간 3년까지 더해집니다.

일반의? 전문의?


물론, 의대 6년을 마치고 국가고시에 합격한 뒤 바로 의사 생활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되는 것이죠. 인턴 기간까지 거치고 레지던트 시험을 치른 의사는 전공의, 레지던트 기간을 마치고 전문의 시험에 통과한 의사는 전문의가 됩니다.

동네 병원 간판에 작게 쓰인 ‘진료과목’이라는 글씨, 다들 보신 적 있을 겁니다. 일반의가 병원을 개원하면 어떤 과목을 보든지 법적으로 ‘진료 과목’이라는 표현을 붙여야 하죠. 예를 들어 ‘홍길동 의원 진료과목 피부과’라고 적혀있다면 그 병원은 홍길동이라는 일반의 선생님이 피부과 진료를 보는 병원이라는 뜻입니다.

의대생의 빡빡한 스케줄


의대생들의 대학생활은 기간만 길뿐, 다른 대학생들과 비슷한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보통 대학생은 물론, 고 3 수험생과 비교해도 공부 양이 많죠. 예과 2년 동안은 기초 과목과 교양과목 등을 수강하면서 타과 학생들과 크게 다름없이 지낼 수 있지만 본과로 돌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우선 수업이 매우 빡빡합니다. 통상 8시부터 4시 반~5시까지는 수강신청도 없이 미리 꽉 짜인 수업을 모두 소화해야 하죠. 수업이 많다는 말은 그만큼 복습해야 할 양도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학기에 중간고사 한 번, 기말고사 한 번으로 끝나는 타과생들보다 시험도 잦은 편이죠. 특히 암기해야 할 내용이 많아, 이해 위주의 공부 방식에 익숙했던 학생이라면 고생이 심하다고 합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만 모여 있으니, 고등학교 때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성적 하위권’이 되는 것도 충격적인 경험이라고 하네요.

수업만 들으면 다가 아닙니다. 해부학 수업이 있다면 수업이 끝난 후 해부학 실습실로 향해야 하죠. 실습은 통상 밤 10시~11시가 되어서야 마무리된다니, 녹초가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네요.

병원 위계의 최하위, 인턴


이렇게 고된 의대 생활을 무사히 견뎌내고 방대한 범위의 국가고시에도 합격하면 조금 생활이 편해지지 않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국시 합격 후 병원에 취직해 인턴이 되면 1년 동안 한 달씩 모든 과를 돌며 일을 배우게 되는데요. 말이 좋아 의사지, 거의 노예에 가까운 생활이 이어집니다. 24시간 일하고 24시간 자는 식으로 생활 패턴도 불안정해지죠.

가장 험하고 지저분한 일만 도맡아 해야 하는 인턴 중 최고봉은 응급실 인턴입니다. 응급실에서는 워낙 급박한 상황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머릿속에 든 지식만 있을 뿐 경험이 거의 없는 인턴이 직접 결정을 내리거나 처치를 해야 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죠. 언제 식사를 할 시간이 다시 날지 모르니 환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처치하거나 소변줄을 갈고, 유명을 달리한 환자의 시체를 봉합하는 등 궂은일을 하고 나서 바로 식사에 돌입할 수 있는 비위도 인턴에게는 필수적입니다.

고행의 연속, 레지던트


전쟁 같은 1년을 보내는 동안 맘 편히 시험을 대비할 시간이 있을 리 없지만, 전공의 시험을 치러야 레지던트가 될 수 있습니다. 학부성적과 국가고시 합격 여부, 인턴 시기의 평가와 전공의 시험 성적 모두를 감안해 각 과에서 레지던트를 뽑기 때문에 인턴은 공부하고 근무하는 틈틈이 뛰어난 사회성과 센스도 어필해야 하죠.

레지던트로 일하는 기간은 총 4년(내과 등 일부 과 3년)입니다. 레지던트 1,2년 차는 인턴과 거의 다름없이 바쁘고 힘든 나날들을 보내죠. 수련하는 병원과 과에 따라 일의 강도, 배우는 내용은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어려운 케이스의 환자들이 몰려드는 큰 병원일수록 업무 강도도 세고 근무시간도 깁니다.

3년 차 정도 되면 병원에 따라 사정이 조금 나아지기도 하지만, 후배 레지던트들을 관리 감독하는 업무가 새로이 주어지기 때문에 휴식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죠. 레지던트 4년 차 후반기에는 근무 강도는 낮아지지만, 전문의 시험을 준비해야 하니 역시 몸과 마음이 편할 리는 만무합니다.

때때로 선배가 후배 의사를 폭행하거나 인격적 모욕을 주었다는 뉴스가 들려옵니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든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영양 섭취나 수면의 양도 형편없는 데다 살인적인 스케줄이 계속되니 모두의 신경이 곤두서있다는 것도 이런 문제의 일부겠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직업인 만큼, 의사들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