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써 키운 기업을 해외에 파는 사업가들이 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창업자 중 자신의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사람이 84.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창업자가 가업 승계를 포기한 셈인데요,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 창업자들의 속마음을 알아보았습니다.

사실상 75%가 세금

가업 승계를 포기한 창업자의 절반 이상(67.8%)는 그 이유로 상속세 등 조세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최고 상속세율은 최고 50%로 일본(55%)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높습니다. 하지만 최대주주의 경우 별도로 15%의 가산세가 붙습니다. 일반 중소기업 창업자들이 대부분 최대주주인만큼 대부분의 중소기업 실질 상속세율은 65%에 달합니다.

65%만으로도 세계 최고 세율이지만, 국내 에너지 기업 OCI의 이우현 부회장은 실질 세율은 그보다 높은 75%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상속 과정에서 그가 실질적으로 납부한 세금 종류는 최고 상속세, 대주주 할증, 상속세 마련을 위한 주식 양도소득세 그리고 연부연납에 따른 이자까지 총 4가지 입니다.


기업의 4% 혹은 보유 주식 평가액 3억원 이상의 주주는 대주주로 분류됩니다. 이들은 일반 주주와 달리 증권거래세(0.5%)가 아닌 양도소득세(20~25%)를 적용받습니다. 또 연부연납 제도는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분납하는 대신 연 2.1%의 이자를 받습니다.

 

주가 하락하면 세금이 더 커

증여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 상속 재산보다 세금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한 예로 과거 사드 사태로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상속 재산보다 증여세가 더 높아진 경우가 속출했습니다. 증여세가 200억원이라는 한 기업인은 “주식을 모두 팔아도 50억원이 남는다”라고 전했습니다.

과거에는 주식 물납을 통해 주식을 세금 대신 납부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법이 개정되어 주식 물납이 어려워졌습니다. 증여는 주식 물납이 아예 불가하고, 상속은 금융재산이 상속세 납부세액보다 적은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이 경우 양도소득세로 손에 쥐는 현금이 줄어 매각해야 하는 주식 물량이 더 늘어 경영권을 빼앗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예로 19.12%로 세아제강의 최대주주였던 이태성 부사장의 경우 상속세 납부를 위해 대부분의 지분을 매각해야 했습니다. 이태성 부사장은 상속전 세아제강의 지분 10.74%를 가지고 있었으나 상속으로 지분을 8.38%받았죠. 그러나 상속세 납부 이후 남은 그의 지분이 4.2%에 불과해 충격을 남겼습니다.

어차피 망할 기업?

그나마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있지만 차라리 안받는 것만 못하다는 게 기업인들의 판단입니다. 최근 개정되어 10년에서 7년으로 규제기간이 감소했지만, 7년간 근로자를 한 명도 내보낼 수 없고, 지분 매각도 불가하며, CEO에서 물러날 수도 없기 때문이죠.

 

기업인들은 그중에서도 업종변경이 생존을 위해 변경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플라스틱 빨대 생산하던 기업이 종이 빨대로 변경하면 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되는 식입니다. 때문에 기업인들은 “트랜드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만큼 기업의 반응속도도 높아져야 하지만 7년동안 규제되면 사실상 망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팔고 떠나자는 자식들

사정이 이렇다보니 창업자의 자녀들이 먼저 기업 매각을 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위험을 겪는 것보다 기업을 현금화 된 자산을 물려 받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현금화하더라도 증여, 상속세가 50%에 달해 세금이 없는 해외로 이민가는 일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 2018년 해외 이주 신고한 사람은 2017년 825명의 2.7배인 2200명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 이미컨설팅 업체는 “2~3년과 비교해 이민 상담 건수가 세 배 가까이 늘었다”라며 “교육을 위해 떠난 과거와 달리 요즘은 상속을 이유로 이민을 고려하는 고객이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한국경제연구원도 한국의 상속세가 과도하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임동원 부연구위원은 “가업 승계를 막고 이민을 부추기는 ‘징벌적인’ 세금을 대폭 낮춰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업의 매각은 소속 직원의 고용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다 장기적인 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