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시아 국가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오르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도 했죠. 한국인에겐 승리의 기억이 가득한 2002월드컵이지만 우리나라에 패배한 국가에겐 오심으로 얼룩진 경기라는 인식이 강한데요. 우리나라에 유리한 판정을 내렸다고 지적받았던 그 심판들, 월드컵 이후엔 어떻게 지냈을까요?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02월드컵에 대한
다른 평가

우리나라의 월드컵 역사 중 가장 성공적인 월드컵이었던 2002 한일 월드컵은 한국 대표팀의 성적이나 흥행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2002 한일 월드컵을 최악의 월드컵이라고 여기는 이들 역시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에 패배하며 월드컵 일정을 마무리했던 국가들인데요. 당시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은 우리나라를 만나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 때문에 2002년도부터 해당 3개 나라 국민들은 우리나라와의 경기에 큰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심판의 판정이 지나치게 편파적이었다는 이유였죠. 이 세 경기에 대해선 최근까지도 ‘월드컵 역사상 최악의 오심 경기’에 한 번씩 소개되고 있는데요. 최근엔 국내 여러 커뮤니티나 매체에서는 당시 오심이 있었다고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도 합니다.

2002년 우리나라 경기의 주심을 맡았던 주심을 살펴보면, 포르투갈전에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앙헬 산체스, 이탈리아전은 에콰도르 출신의 바이런 모레노, 스페인전은 이집트 출신의 가멜 알-간두르입니다. 이 들 중에는 해당 국가 방송 등 언론에 출연해서 자신의 판정이 오심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펼친 이도 있습니다. 이들의 2002년 이후 행보에 대해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자격 정지에
교도소까지 들어간 ‘모레노’

가장 크게 이슈가 됐던 경기는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경기입니다. 아직도 이탈리아 국민들은 당시 경기의 심판이었던 바이런 모레노에 대해 분노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탈리아 선수뿐 아니라 우리나라 선수들 역시 거친 플레이를 펼쳤는데요.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의 토티 선수의 ‘시뮬레이션 액션’에 대한 퇴장 조치와 이탈리아의 골을 오프사이드로 판정하고 취소한 것에 대해서 오심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 경기는 2002월드컵 전 경기 중 가장 큰 판정 논란이 있었던 경기인데요. 이 때문에 심판 매수설, 경기 조작설까지 돌기도 했습니다. 국제 축구 연맹에서도 해당 경기와 모레노 심판을 조사했지만, 2003년 결국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모레노 심판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실력으로 이탈리아를 이겼다”라며 “스페인과 프랑스는 내 판정에 찬사를 보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본인의 판정은 정당했다는 주장이었죠.

월드컵이 끝나고 모레노 심판은 2002년 9월 자국인 에콰도르의 키토시 시 의원으로 출마했습니다. 하지만 출마 이후 키토시에 기반을 둔 프로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렸다는 이유로 2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게 됐습니다. 출장 정지가 끝나고 복귀한 경기에서 또다시 키토시 팀에 유리한 편파 판정을 하며 결국 에콰도르 국내 심판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모레노 심판은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심판직에서 은퇴했는데요. 지난 2010년엔 미국의 한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이탈리아 언론에선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죠. 이후 모레노는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보낸 후 2012년에 모범수로 출소했습니다.

경기장 밖에서
중재하는 간두르

우리나라와 스페인 경기 역시 논란이 많았던 경기입니다. 스페인 국민들은 아직도 2002년 한국과의 경기 심판을 맡은 이집트인 가말 알 간두르를 원망하고 있습니다. 당시 경기를 살펴보면 스페인이 넣은 두 개의 골이 심판의 판정으로 취소됐는데요. 하나는 골을 넣은 선수가 상대 선수의 옷을 잡아당겼고 다른 하나는 공이 엔드라인을 넘었다 들어왔다는 판정이었습니다.

간두르는 2002년 월드컵을 끝으로 심판 직에서 은퇴했는데요.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 판정으로 스페인 국민의 공분을 사 지금까지 스페인에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한국과 스페인의 경기는 내 인생 최고의 경기 중 하나”라며 당시 판정에 대해 정당한 판정이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간두르 심판 역시 당시에 심판 매수설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연속해서 이변을 만들어가던 우리나라가 심판을 돈으로 사들였다는 소문이었죠. 하지만 간두르는 이에 대해 “나는 원래 준결승전의 심판을 보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한국 팀이 이탈리아를 이기며 심판 매수설 등이 돌자 이에 대한 예방책으로 8강전 심판을 보게 된 것”이라며 “한국 팀 경기를 맡을지 몰랐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간두르는 심판직에서 은퇴한 이후 현재는 이집트 축구 협회의 중재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딸까지 심판이 된
앙헬 산체스

포르투갈전 심판을 맡았던 아르헨티나 출신의 앙헬 산체스는 포르투갈 선수 두 명을 퇴장시키며 한국이 유리한 경기를 펼치도록 했다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두 경기만큼 큰 논란은 아니었으며 산체스 주심이 이후에 심판으로 활동하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었죠. 이후 앙헬은 자신의 모국인 아르헨티나 프로 프로 축구에서도 훌륭한 운영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앙헬은 4년간 심판 생활을 이어가다 2006년 49세의 나이로 심판직에서 은퇴했습니다.

방사선 전문의이기도 한 앙헬은 한 인터뷰를 통해 “축구장을 떠나는 일은 상상하기 싫었지만, 축구 연맹에서는 젊은 심판을 원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은퇴를 준비해왔다”라며 은퇴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은퇴 이후 앙헬은 축구, 심판 등의 이슈가 있을 때 라디오에 게스트로 출연하며 본인의 의견을 전해오기도 했습니다.

한편, 앙헬은 2019년에 자녀의 소식으로도 언론에 등장했는데요. 앙헬의 딸인 루시아나 벨렌 산체스 역시 축구 심판의 길을 걸으며 화제가 된 것입니다. 그녀는 아르헨티나 축구 협회와 계약을 맺고 심판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루시아나는 “아버지가 축구 심판으로 살아오는 것을 보며 힘들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축구에 대한 사랑과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열정으로 심판이 될 수 있었다”라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