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는 우리 손에 묻은 때와 세균을 없애주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쉽게 녹아내리고 흐물흐물해집니다. 또한 향이 나는 제품을 사용해도 생선 비린내, 마늘 냄새, 김치 냄새 등은 쉽게 제거되지 않죠. 그래서 여러 번 손을 씻다 보면 피부가 건조해지기도 하는데요. 이런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주는, 적어도 냄새 제거에 있어서만은 일반 비누를 월등히 앞서는 독특한 비누가 있어 화제입니다. 녹아 없어지지도, 양이 줄어들지도 않는다는 이 비누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요?


스테인리스강의 탄생


오늘 소개할 비누의 소재는 다름 아닌 ‘스테인리스강’입니다. 가볍고 녹슬지 않는 특성 때문에 냄비, 식기, 수저 등 주방에서 자주 활용되는 이 스테인리스가 비누로 만들어진다니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철과 크롬을 합금한 뒤 탄소와 니켈, 모르비덴과 망간을 조금씩 섞으면 완성되는 ‘스테인리스’의 이름은 얼룩을 뜻하는 스테인(Stain)과 없다는 뜻의 접미사 리스(less)가 합쳐져 만들어졌습니다. 본래는 철과 달리 녹슬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스테인리스를 비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잘 어울리는 느낌이죠.

스테인리스 스틸이 처음 탄생한 것은 1912년 영국에서였습니다. 식사 후 산책 중이던 연구원 해리 브리얼리는, 자신이 철강재를 개발하기 위해 실험하다 쓸모없다고 여겨 던져버린 쇳조각을 우연히 발견하죠. 그런데 그 쇳조각은 버린 지 오래되었고 심지어 비까지 맞았지만 녹슬거나 침식되지 않고 멀쩡한 상태였습니다. 이를 흥미롭게 여긴 브리얼리는 분석을 거쳐 철과 크롬을 합금하면 녹이 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죠.


쇠 비누의 원리


녹이 슬지 않는다는 최고의 장점에 가볍고 내구성이 좋으며 세균이 잘 번식하지 않는다는 특징까지 갖춘 스테인리스강은 부엌살림뿐 아니라 기계, 자동차 선박의 부품, 건축 내외장재로도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그리고 위에 언급했듯, 이제 비누로까지 활용되고 있죠. 다만 흔히 ‘쇠 비누’라고 지칭하는 이 물건의 용도는 일반 비누와는 조금 다릅니다. 때와 세균을 제거하는 게 보통 비누의 주된 기능이라면, 스테인리스 비누의 역할은 냄새를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죠.

스테인리스 스틸은 물에 닿으면 알칼리성으로 변화하면서 냄새의 원인이 되는 황 분자의 이온과 중화됩니다. 이 과정을 거쳐 비누로도 없애기 힘든 생선 냄새, 김치 냄새 등 각종 불쾌한 냄새를 제거하죠. 이것은 스테인리스가 물과 만나야만 일어나는 반응이기 때문에, 거품을 낼 필요가 없다고 해서 마른 채로 스테인리스 스틸 비누를 사용하면 효과가 없습니다.


비린내 제거 효과는 어떨까?


이렇게 생소하고도 신기한 스테인리스 비누를 처음 개발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의 독일 생산자들입니다. 비누처럼 닳지도 않는 데다 친환경적이라는 장점 덕분에 화제가 되어 인기를 끌었죠. 한동안 독일 여행 후 이 스테인리스 스틸 비누를 선물하는 것이 유행이 될 전도였다는데요. 현재는 국산 제품도 많이 나왔지만, 일명 쌍둥이 칼로 유명한 독일 헹켈 사의 ‘스멜 리무버’는 원조격으로 대우받으며 여전히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쇠 비누’의 효과는 어떨까요? 냄비와 함께 헨켈 사의 스테인리스 비누를 선물 받았다는 한 주부는 “냉동실에 보관했던 주꾸미를 꺼내 손질 후 비린내를 제거하려고 흐르는 물과 함께 비벼보니 비린내가 사라졌다”며 긍정적인 후기를 남겼습니다. 반면 다른 블로거는 “고등어를 손질하고 쇠 비누로 닦았더니 내 손의 비린내는 사라졌지만 쇠 비누로 냄새가 옮겨갔다”는 평을 남겼죠. 그는 이어 “물에 담가 두었더니 냄새가 약해지긴 했지만, 완전히 빠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치 등 반찬통 냄새 제거에도 활용


강한 풍미의 발효음식이 많은 한국에서는 이 쇠 비누를 반찬통 냄새 제거를 위해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김치를 넣어뒀던 통을 물과 쇠 비누로 문질러 닦는다거나, 반찬통에 물과 쇠 비누를 함께 담아 한참 두면 서서히 냄새가 빠진다는 후기도 쉽게 접할 수 있죠. 다만 쇠 비누의 사용 기한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닳거나 녹슬지 않으니 평생 쓸 수 있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갈수록 그 효과가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죠.

어차피 스테인리스 스틸 덩어리일 뿐이니, 하나에 3만 원 정도에 판매되는 비누를 따로 살 필요 없이 집에 있는 스테인리스 제품과 손을 문지르면 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물론 비누로 나온 제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불편은 하겠지만, 비린내나 강한 냄새가 나는 음식을 자주 다루는 것이 아니라면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일명 ‘쇠 비누’의 원리와 효과 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누군가는 “쇠 비누를 따로 구입해서 사용할 만하다”라는 의견을 내는 반면 다른 이들은 “굳이 따로 살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죠. 다만 이들 모두 스테인리스 비누로 냄새를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했습니다. 또한 완벽하지는 않지만, 금속의 특성상 어느 정도 세균 제거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데요. 볼수록 신기한 쇠 비누, 곧 한국에서 대중화될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