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페이스 리프트 나올 때 아니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파이샷이 장기간 유출되었던 제네시스의 첫 SUV GV80이 드디어 가림막을 벗었습니다. GV80은 콘셉트카 디자인부터 호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출시 연기가 지속하며 출시되지도 않았는데 애증의 차량이 되었죠.

GV80은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출시 당일에만 약 1만 5000대의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현재 계약 대수는 2만 2000대를 넘어서 출시 행사에서 제네시스가 밝힌 연간 목표 2만 4000대에 근접한 모습을 보입니다. 자동차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 중인 가운데 어떻게 GV80은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그 비결을 조금 더 알아봅니다.

1. 기대에 부응한 디자인

보기 좋은 떡 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트럭, 버스와 같이 생계와 직접 연관되지 않은 자동차는 사치품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치품에서 중요한 것은 디자인입니다.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구찌의 패망과 부활이 디자인과 결부되어 있음을 고려하면 사치품의 디자인 중요성은 더욱 부각됩니다.

그간 제네시스는 현대차처럼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기존의 디자인을 변경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표방하면서도 정체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제네시스의 GV80은 드디어 브랜드 정체성 형성에 한 발 나아갔습니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디자인 담당 부사장이 밝힌 제네시스의 정체성은 바로 ‘두 줄’이었죠.

사실상 GV80은 제네시스의 디자인 첨병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까지 성공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출시 당일에 1만 5000대 계약을 이뤄냈기 때문이죠. 현대기아차보다 고객이 적은 제네시스이며, 사전계약도 진행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GV80의 디자인이 계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2. 심리적 가격 장벽을 허물다

디자인이 고객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면, 실제 계약까지 진행된 이유는 제네시스의 가격 정책 덕분입니다. 제네시스는 별도의 트림 없이 기본 모델에 고객이 원하는 옵션을 추가하는 ‘유어 제니시스’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덕분에 GV80 3.0 디젤 6580만 원에서 자신이 원하는 옵션만을 추가할 수 있게 되었죠.

기존 현대기아차가 비난받던 소위 ‘트림 장난’을 과감하게 벗어던진 GV80은 덕분에 심리적 가격 장벽을 허물 수 있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 모델에 옵션을 추가해 시작가격을 7천만 원대로 설정했다면 심리적 저항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본 모델 가격을 6천만 원대에 설정한 것은 소비자에게 “나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GV80의 경쟁 모델로 지목되는 벤츠 GLE, BMW X5, 볼보 XC90의 가격이 8천만 원에서 1억 원을 넘어가기에 사실상 5~6천만 원대 차량 구매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들과 같은 급으로 ‘일단’ 불리는 GV80은 이들에게 ‘조금 무리하면 살 수 있는 차’가 됩니다. 운동도 일단 헬스장까지 가면 절반은 성공했다 하는 것처럼 고객을 견적서 앞까지 끌어오는 데 성공한 것이죠. 트림으로 옵션을 제한하지 않았다는 점도 5~6천만 원대 고객의 심리 장벽을 허무는 요인입니다.


이들 5~6천만 원대 고객은 같은 급의 프리미엄 수입차 고객보다 그 수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2015년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연평균 1억 4180만 원 근로소득자는 17만 명에 불과하지만, 연평균 7009만 원의 근로소득자는 17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GV80 경쟁 차량 대비 GV80에 접근 가능한 인원수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디젤 모델만 출시된 제네시스는 이르면 3월 가솔린 모델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가솔린 모델의 가격이 디젤 모델보다 200~300만 원 저렴하게 책정되고 가솔린 선호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GV80의 가격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