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경제와이드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보유세와 상속·증여세의 부담이 커지게 될 전망입니다. 투기 과열, 부동산 상속으로 인한 부의 세습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방침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주택은 소유하고 있으되 높은 세금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중산층의 경제적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 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계속해서 세금을 올리면 기업 및 부유층의 해외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죠.

출처 – SBS

지난 박근혜 정권은 ‘증세 없는 복지’라는 프레임을 들고 나왔지만 오히려 ‘복지 없는 증세’만 이루어졌다며 비웃음을 사기도 했는데요. 현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세금 부담이 증가했다는 원성과 함께 ‘유럽형 복지 모델’을 따라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말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났는지, 유럽식 복지 확대는 한국에 적용 가능한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수 목표 초과 달


출처 – 한겨례

2013년과 2014년에는 정부가 예상한 세입 규모 대비 세수가 10조 원 부족했던 것에 비해, 2016년부터는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초과 세수 규모는 2016년 9조 900억 원 2017년에는 14조 3000억 원에 달했죠.

출처 – 조세일보 / KBS

이처럼 세금이 많이 걷히기 시작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2016년 11월부터 1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보여준 반도체, 지난가을까지 호황이었던 부동산 경기가 그 첫 번째 이유죠. 두 번째 원인은 정부 차원의 증세 기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2017년 세법 개정에 따라 법인세·소득세의 최고 세율이 잇따라 인상되었습니다.

출처 – 조세일보

세수 목표 달성 여부는 이렇게 시장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어느 정도 인가를 보여주는 지표인 ‘조세부담률’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 빠르게 상승했던 조세부담률은 이명박 정부에서 감소했다가, 박근혜 정부 시절에 상승을 시작해 정권 말기인 2016년에는 19.4%까지 치솟았죠. 문재인 정권에서도 이런 경향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조세부담률은 최초로 20%를 넘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가 지난여름 발표한 ‘2018~2022년 국가 재정운용 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조세 부담률은 20.3%~20.4%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네요.

복지 지출의 확대


출처 – KBS

문재인 정부는 기초연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보조, 아동수당 지원 등 복지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출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죠. 정부가 예상한 올해의 총지출 증가율(9.5%)은 총수입 증가율(6.5%)을 훨씬 웃돕니다.

출처 – 기획재정부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지면 해결 방법은 세금을 올리거나 국채를 발행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내년에는 총선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는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는 증세 대신 적자 국채 발행을 선택할 것이라 예상되는데요. 주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재정상태는 아직 양호하지만, 재정지출을 추가로 확대하고 이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선택할 경우 국가 채무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재정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의 선례


출처 – KBS

세입과 세출이 동시에 늘어나고는 있지만,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에 못 미칩니다. GDP 대비 세금과 사회보장 기여금의 합계인 국민부담률도 최하위 수준이죠. 2017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6.9%로, OECD 평균보다 7.3% 포인트 낮게  집계되었습니다.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의 유럽 선진국들은 40% 전후에 달하는 높은 국민 부담률을 보여주었죠.

출처 – JTBC

그렇다면 복지 지출이 많은 유럽 선진국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요? 그 결과가 그다지 좋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2017년 치러진 총선에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체코의 중도 진보 계열 정당들은 모두 완패했습니다. 교육과 건강 연금을 모두 국가가 책임져 주는 따뜻한 복지국가를 추구했던 유럽 국가들이 1990년대 이후 시작된 세계화, 무한 경쟁 시대를 맞닥뜨리며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죠.

출처 – Denis balibouse

풍족한 실업 급여에 익숙해져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는 ‘복지병’이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진단도 있습니다. 게다가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이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복지를 마구 남발하고 있으며, 이런 방만한 재정운영이 유럽 국가들의 재정 건전성을 좀먹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죠. 지난 2015년에는 덴마크에서 복지 무임승차자들을 걸러내기 위해 실업수당 지급 조건을 대폭 강화하기도 했는데요. 한 달에 최소 일주일 이상 근로 실적이 없을 경우 실업 급여의 금액을 최대 절반까지 삭감하는 정책입니다.

진보 정당들이 선거에서 패배하고 적극적인 복지정책으로 잘 알려진 북유럽 국가에서 실업수당 정책에 수정을 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겠다는 유럽형 복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 키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 적용한다면


출처 – 미디어오늘

현재는 정치적 부담 때문인지 추가적인 증세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철학이 적극적인 재정을 통한 복지 확대와 일자리 창출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반대 측


출처 – 동아닷컴

복지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이 주로 제시하는 반대의 근거는 다름 아닌 ‘고령화’입니다.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는 전 세계의 공통적인 경향이지만, 한국의 상황은 조금 더 심각합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6~0.97명으로 추산되는데요.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일입니다. 즉 OECD 국가들 중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을 한국만이 가게 된다는 것이죠. 경제활동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복지 지출까지 확대하면 국가 재정이 버텨내기 힘들 거라는 게  반대 측의 주장입니다.

찬성 측


출처 – 한국은행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도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무작정 세율을 높이고 지원금을 퍼주기보다는 ‘디테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유럽 국가들이 높은 경제성장, 젊은 인구구조 하에서 복지모델을 발전시킨 것과 달리, 한국은 이미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죠.

출처 – SBS

이들은 그럼에도 복지를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고도성장 기간에 분배의 역할을 해왔던 낙수효과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사회계층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출처 – 연합뉴스

한국은 이미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에서 공급하는 복지의 비율이 높은 편인데, 무작정 공공복지 확대를 억제하면 사보험과 영리 복지공급자의 영향력이 막강한 영미형 복지국가의 특징을 지니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노동 시장의 양극화 현상까지 심화된다면 노동 지위 격차에 따른 복지 사각지대가 늘어나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 측의 입장입니다.


유럽의 복지가 다양한 문제를 낳고 있다고 해서 한국의 복지 확대가 꼭 파국으로 종결될 거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한 국가의 경제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도 무리가 있겠죠.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종국에는 한국의 상황에 최적화된 복지모델이 완성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