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여하기 위해 삼성 전자 화성 사업장에 방문합니다. 이번 방문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삼성 국내 사업장 방문인지라 이목이 집중되었죠. 선포식에서 “국민과 기업이 과감하게 신산업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은 이어 새 반도체 라인 건설 현장을 찾았습니다. 이 자리에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은 뿌듯한 얼굴로 아직 짓고 있는 한 건물을 문 대통령에게 자랑했다는 소식인데요. 과연 이들이 콕 집어 보여준 이 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인천공항보다 세 배 비싼 공장


시스템 반도체 선포식 참가를 마친 문 대통령은 화성사업장의 EUV(극자외선) 동 건설 현장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은 EUV동을 가리키며 “2층으로 되어 있지만 일반 건물의 12층 높이이며 총 20조 원 이상을 투자해서 만드는 생산시설”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이때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문 대통령과 열심히 설명 중인 정은승 사장 사이로 끼어든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 그는 “인천공항 세 개 짓는 비용입니다”라며 해당 시설에 투자하는 금액의 규모에 대해 부연했는데요. 눈이 휘둥그레진 문 대통령이 뒤를 돌아 이 부회장을 보자, 뿌듯한 미소와 함께 검지를 들어 보이며 “요 건물 하나 짓는데!”라고 자랑을 이어나갔죠.

EUV 생산 시설


EUV 생산 라인은 1999년 짓기 시작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마지막 공장으로, 지난해 2월 그 첫 삽을 떴죠. 당초 60억 달러(약 6조 5000억 원) 정도의 투자 규모에, 올 하반기 완공과 시험 생산을 거쳐 2020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EUV 생산시설은 현재 75% 정도 진척되어 9월 중 완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EUV는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정교하게 그릴 수 있는 최첨단 장비입니다. 반도체 생산의 효율 극대화에 꼭 필요한 이 장비를 도입하기 위해, 삼성은 7년 전부터 한 네덜란드 업체에 자금을 대며 개발을 지원해왔죠. 한 대당 1500억 원에서 2000억 원을 호가하는 EUV는 반도체 장비 중 가장 비싼 축에 든다고 하네요.

시스템 메모리 시장 석권을 위한 초석


삼성전자는 EUV를 이용해 시스템 반도체를 강화할 생각입니다. ‘비메모리 반도체’로 불리기도 하는 시스템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데이터를 해석하거나 계산, 처리하는 반도체로, 모바일과 서버, 가상화폐, 인공지능 등에 이용되며,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차의 핵심부품이 될 전망입니다.

현재 삼성이 압도적인 세계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로, 국내 기업의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3.1%에 불과합니다. 신산업의 모든 데이터 기술의 기반이 시스템 반도체에 있는 만큼 시장의 판도를 바꿔나가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삼성은 10년 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정하고 총 13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죠.

정부도 적극 지원 예정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정부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1일 발표된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에서 정부는 팹리스(제조설비 없이 반도체 설계와 개발) 산업 공공수요 창출 및 전용 펀드 신설, 파운드리(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 제조) 산업 세제·금융 지원 확대, 디자인하우스 육성 등 생태계 조성, 반도체 특화 대학 및 계약학과 신설 등 전문 인력 양성, 차세대 반도체 10년간 1조 원 투자라는 5대 중점 대책을 내놓았죠.

30일 선포식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세계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2002년 이래 현재까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노력만 하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실적 부진으로 인해 지난 1분기 삼성의 영업이익은 당초 예상했던 12조의 절반 수준인 6조 2천억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의 과감한 투자가 삼성의 영업이익 개선, 나아가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충분한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