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감상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한국에서 전시가 열릴 때 재빨리 표를 구매해 직접 보기도 하고, 프린트된 포스터를 구입해 매일같이 방 안에서 감상할 수도 있죠.

요즘은 좋아하는 이미지를 시시때때로 볼 수 있도록,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 비율에 맞게 편집해 바탕화면으로 설정해 두는 분들도 많은데요. 여기, 포스터를 구입하거나 사진을 편집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전 세계인이 적어도 한 번씩은 봤을 만한 유명한 사진이 있습니다. 아무리 사진예술에 관심이 없는 분이라도 보는 순간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을 가능성 99.9%인데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 사진, 과연 무엇일까요?

우연히 찾은 바탕화면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게시물의 제목은 ‘우연히 찾은 바탕화면’. 파란 오토바이 뒤로 푸른 언덕과 청명한 하늘이 펼쳐진 사진이었죠. 이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윈도 바탕화면이랑 너무 똑같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 사진은 미국 워싱턴 주 풀맨 인근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오토바이만 없다면 그대로 바탕화면으로 설정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때문에 몇몇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그냥 윈도 바탕화면에 오토바이를 합성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드러내기도 했죠.

포토그래퍼가 우연히 마주친 풍경


싱크로율이 워낙 높아 착각할 만하지만, 위 사진이 촬영된 장소는 실제 윈도 바탕화면 사진 속 장소와 전혀 다른 곳입니다. 진짜 바탕화면은 와인으로 잘 알려진 미 서부 나파밸리 인근에서 촬영되었죠.

진짜 윈도 바탕화면 사진의 제목은 ‘블리스(행복)’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포토그래퍼였던 찰스 오리어의 1996년 작품입니다. 그는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파밸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하던 중, 1월임에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맞닥뜨리자 차를 세우고 자신의 필름 카메라를 꺼내들었다고 하네요.

전 세계 10억 명이 본 사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한 정식 작업물이 아닌, 우연히 찍은 이 스냅 한 장이 어떻게 윈도 바탕화면으로 채택된 걸까요? 찰스 오리어는 당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일하는 동시에 ‘코비스’라는 사진 판권 업체와도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게티이미지에 인수된 코비스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회사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 XP를 준비하던 1997~1998년 즈음, 코비스의 아카이브에 있던 오리어의 풍경 사진이 바탕화면으로 선택되었다는 것이 오리어의 설명입니다. 2001년 윈도 XP 바탕화면이 된 ‘블리스’는 현재까지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네요.

이 사진의 주인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이 사진의 사용권을 위해 지불한 금액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사진의 가격이 대략 7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 추측하고 있죠.

하지만 이 어마어마한 금액을 오리어 개인이 가져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요신문>이 오리어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 따르면, 현재 해당 사진의 저작권은 코비스와 게티이미지에 있다고 하네요.

계속되는 바탕화면 작업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던 ‘블리스’는 총 16년간 윈도의 기본 바탕화면이었습니다. 이 기간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였으니, ‘블리스’라는 제목은 몰라도 이 사진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가 되었죠. 그러나 오리어는 이 뜻밖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습니다. 2017년에는 독일의 항공사 루프트한자와 함께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만들기 위한 촬영에 나서죠.

이번에는 콜로라도의 ‘마룬벨’, 유타의 ‘피커부 협곡’ 등 북미의 경이로운 자연환경들을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오리어는 “우리는 이제 스마트폰으로 새롭고 흥미로운 사진을 접하게 됐다”며 “나의 새로운 작품이 또다시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창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는데요. 이제 곧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사진과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그의 도전 정신은 전혀 녹슬지 않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