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자존감이라는 화두가 유행이었습니다. 다만 좋은 의미로 유행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존감에 대해 한 전문가는 “한국인들은 자존감이라는 독감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자존감 열풍이 한차례 지나갔지만, 그 여파는 지대합니다. 여전히 곳곳에서 ‘나는 자존감이 낮아’라고 말하는 이들을 찾아볼 수 있죠. 이에 대해 개그맨 박나래가 자신의 자존감 노하우를 공개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과연 박나래는 어떤 노하우를 전수했을까요? 함께 알아보시죠.

1. 일단 자존감이 없긴 없는데… 자존감이 뭐죠?

알바천국이 20대를 대상으로 자존감 실태조사를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20대들 중 40.6%가 자존감이 ‘낮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죠. ‘높다’는 고작 24.4%에 불과했으며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보통’은 35.1%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자존감이라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극히 드뭅니다. 이는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낯선 데다가 자주 오용되고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자존감, 자존심, 자신감이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우선 자존감과 자주 혼용되는 자존심은 ‘타자존중감’을 말합니다. 타인으로부터 나에 대한 존중을 지키려는 마음이죠. “자존심 빼고 시체야”라는 말은 모든 걸 잃더라도 자신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태도입니다. 반면 “자존심만큼 버리기 좋은 게 없다”라는 말은 다른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라면 타인에게 존중받지 못해도 된다는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지킬 것이 많은 사람이 후자의 태도를 취하기 쉽죠.

그렇다면 자신감은 무엇일까요? 자신감은 ‘자기신뢰감’입니다. 자기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죠. 자신감은 주로 비교우위를 통해 성장합니다. 타인보다 잘생겼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운동을 잘하면 그 종목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죠. 반면 비교열위에 놓였을 때는 열등감이 생깁니다.

‘자아존중감’으로 불리는 자존감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자존감은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자신감이 열등감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완충제이면서 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기반으로 작용합니다. 자신감이 자만으로 변질되지 않게 제어하기도 하죠.

‘자존감이 낮다’는 것은 사실 현재의 자기 자신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의 마음속 이상적인 ‘나’와 현실의 ‘나’의 갭이 커 현재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 ‘자존감이 낮다’라고 표현하죠. 자존감은 타인과의 비교우위로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본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서로를 비교하고, 비교되고 싶지 않아도 누군가 끊임없이 비교해주는 한국 사회에서 자존감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SNS 속 타인의 화려한 모습을 쉽게 접하게 되면서 스스로 자존감을 깎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죠.

2. 개그맨 박나래가 전한 자존감

이처럼 자존감을 키우기 어려운 사회 속에서 박나래는 자신만의 자존감 노하우를 공유했습니다. 바로 기준을 바꾸는 것이죠. 그는 강연에서 “또 다른 내가 되자”라며 자기 자신을 여럿으로 나눠 자존감을 키우는 방법을 전했습니다.


개그맨인 박나래는 직업상 타인에게 평가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박나래는 누군가의 “남들이 너를 낮게 얘기하고 까는 얘기를 하면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냐”라는 물음에 “개그우먼인 박나래, 여자 박나래, 디제잉하는 박나래, 술 취한 박나래가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누군가 자신을 비난해도 “오케이 괜찮아, 난 술 먹는 박나래가 있으니까” 또는 “디제잉 하는 박나래가 있으니까”라며 사니 편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람은 누구나 실패할 수 있지만, 이처럼 자신을 여러 가지로 나눠 그 실패가 인생 전체의 실패로 느껴지지 않게 할 수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습니다. 그건 자존감이 아닌 정신승리일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자기 분리’는 ‘운동 잘 못하니까 아예 안 배울래’같은 ‘패배적인 정체감’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패배적인 정체감에 빠지면 사람은 자신이 못나다는 증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 경우 이상의 나와 현실의 괴리가 커져 자존감이 점점 더 낮아지게 되죠.

반면 박나래와 같이 자신을 여럿으로 나눈다면 ‘축구하는 나’는 실패했지만, 그 실패가 운동 전체로, 인생 전체로 번져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박나래의 자존감 노하우를 해석하자면, 박나래의 노하우는 자존감 높이는 법보다 자존감이 더 이상 낮아지지 않게 하는 법으로 보입니다.

최찬식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