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국은 잘나가는 해외 제품을 베낀 ‘카피캣’을 만든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알리바바, 디디추싱 등 중국의 유니콘 기업들도 초기에는 카피캣에서 시작했기 때문이죠. 이렇듯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업체들은 해외 브랜드들을 열심히 ‘카피’했고, 사람들은 그들을 짝퉁이라고 부르며 조롱하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2020년 현재 ‘짝퉁’ 또는 ‘카피캣’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태어난 중국 기업들은 대륙을 벗어나 전 세계에서 성장하며 자신만의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중입니다. 애플을 카피캣한 샤오미가 대표적이죠. 과연 ‘짝퉁’으로 시작했다가 이제는 원조 훌쩍 뛰어넘을 만큼 몸집을 키운 중국 기업들에는 어떤 곳이 있을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오리온 짝퉁? 다리식품의 반란

대표적인 카피캣 브랜드로 중국에서 ‘파이 신화’를 써 내려간 다리식품이 있습니다. 시작은 우리나라 오리온 초코파이의 짝퉁 브랜드였으나, 이제는 중국 식품업계의 전통 강자인 캉스푸와 퉁이의 순이익을 합친 것을 뛰어넘는 기업으로 성장했죠. 현재 다리식품은 19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연간 생산액 100억 위안이 넘는 중국의 명실 상부한 대기업이 되었습니다. 또 자국인 중국을 넘어 일본, 말레이시아 등 국가의 소비자들에게 널리 환영받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는데요.


그 비결에는 저가 상품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며 성장해온 전략이 뒷받침했습니다. 당시, 오리온의 커스터드는 이미 중국에서 한창 인기몰이 중이었는데요. 하지만 당시 오리온 커스터드의 가격은 14위안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느끼기엔 다소 비싼 가격이었죠. 이에 다리식품은 2002년, 오리온의 커스터드를 그대로 따라 한 ‘단황파이’를 출시하기에 이릅니다. 모양과 맛, 심지어 포장 디자인까지 그대로 카피했죠. 대신 가격은 오리온의 3분의 1 가격으로 저렴하게 책정, 여기에 유명 연예인들을 모델로 기용하며 소비자들의 마음 잡기에 성공합니다. 단황파이 외에도 갑자 칩, 음료 등 식품을 연이어 개발하여 줄줄이 히트시켰죠.

그 결과 다리식품은 잘나가던 오리온의 발목을 잡는 데 성공합니다. 다리 식품은 2019 중국 500대 민영기업에서 시가총액 655억 위안으로 95위에 올랐으며, 2019년 상장기업 시가총액 500대 기업에서 185위를 차지했는데요. 이는 다리식품이 ‘모방’이라는 전략을 택하면서도 다양한 식품의 개발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마케팅, 가격 등 제반 전략을 적절히 시행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짝퉁 KFC 패스트푸드점의 대박 비결은?

또 중국에서는 KFC를 벤치마킹해 치킨을 주력 메뉴로 선보인 토종 패스트푸드점 ‘화라이스’가 큰 인기를 누렸는데요. 사실 화라이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지금의 모습과 많이 달랐습니다. 푸젠성 출신의 회사원이었던 화씨 형제가 2001년 문을 연 이 가게는 평범한 밥집이었는데요. 맥도날드, KFC와 같은 패스트푸드점들이 성황을 이루는 것을 본 형제는 오픈 2년 만에 음식의 종류를 바꾸기로 결심합니다.

대신 화라이스는 KFC와 비슷한 품질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승부를 봤는데요. 닭 다리를 포함한 치킨 두 조각이 나오는 유사한 메뉴가 화라이스에서는 7위안, KFC에서는 10위안 이상이죠. 이처럼 패스트푸드점으로 환골탈태한 화라이스는 급격한 성장을 보여줍니다. 2005년에는 100개였던 점포 수가 2006년에는 200개, 2007년에는 1000개, 2013년에는 4800개로 늘어났죠. 현재 중국 내 화라이스 매장은 1만 개 이상, 패스트푸드 시장점유율은 3%에 달한다고 합니다.

‘다이소 짝퉁’에서 연 매출 3조 원 기업으로

샤오미에 이어 ‘대륙의 두 번째 실수’라 불리는 중국 라이프스타일 SPA 브랜드 ‘미니소’는 등장과 동시에 ‘짝퉁 브랜드’라는 별명이 따라다녔습니다. 일본 어디에선가 본 듯한 이름과 로고 탓에 ‘다이소 짝퉁’, ‘무인양품 짝퉁’ 등으로 불렸죠. 하지만 미니소는 곧 그 별명을 떼어내는 데 성공, 지금은 연 매출 180억 위안(약 3조 원)을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요.

미니소를 일본 브랜드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중국 광저우에 기반을 둔 회사입니다. 중국의 청년 기업가 예궈푸 회장과 일본인 디자이너 미야케 준야가 공동 창업하여 만들어낸 브랜드인데요. 중국 광저우를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미니소는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품질 덕분에 오픈과 동시에 많은 고객들을 끌어모았습니다.

물론 저가 전략만이 ‘미니소’의 승부수는 아니었는데요. 전문가들은 미니소의 성공 비결을 ‘디자인의 힘’에서 찾고 있습니다.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제품을 제작하여 많은 고객들을 유치했다는 것이죠. 덕분에 미니소는 젊은 층, 여성 고객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디자인에 많은 공을 쏟고 있는 미니소인데요. 현재 꾸준한 상품 개발을 위해 800명의 R&D(연구개발) 인력이 매달 500개에서 1천 개가량의 상품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렇듯 여느 SPA 패션 브랜드처럼 직접 디자인부터 제조 및 소매 과정의 전 과정을 일괄해 중간 과정의 거품을 제거했기 때문에 오늘날 ‘가성비 갑’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네요.

창조적 모방? 거물급 기업 된 텐센트

중국의 유니콘 기업, 텐센트도 초기엔 카피캣으로 시작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텐센트는 1998년에 마화텅이 중국 광둥성에 설립한 회사로, 중국의 카카오톡이라고 불리는 모바일 메신저 QQ와 위챗을 만들어내며 명실상부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으로 우뚝 섰는데요.


사실 초기의 QQ는 당시 인터넷 메신저 업계를 휩쓴 ‘ICQ(I Seek You)‘를 그대로 베낀 유사품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QQ는 난립하는 수많은 유사품 속에서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는데요. 개인 정보를 사용자 PC에 저장하는 ICQ와 달리 텐센트의 서버에 저장해 언제 어디서 접속해도 동일한 친구 목록과 대화 내용이 보이도록 했죠. 여기에 중국 사용자를 위한 기능을 추가해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른바 창조적 모방 전략을 구사한 것입니다.

특히 2011년 1월 텐센트가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위챗은 우리나라의 카카오톡을 많이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시에 위챗은 중국 사용자를 위한 다양한 기능과 간편결제 서비스인 위챗 페이를 바탕으로 사용자 수를 빠르게 늘려나갔죠. 덕분에 위챗은 서비스를 개시한지 1년 만에 5000만 명, 2012년 9월에는 2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합니다.

한편, 텐센트는 여러 가지 게임회사에 투자를 활발히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 ‘클래시 로얄’ 개발사인 ‘슈퍼셀’등을 인수하며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 게임회사가 됩니다. 그 외에도 ‘포트나이트’로 대박을 친 ‘에픽 게임즈’, ‘블리자드’, ‘유비 소프트’등과 같은 해외 게임사들에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며 ‘투자 괴물’이란 별명이 붙죠. 이렇듯 전 세계 IT나 게임 관련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며 몸을 불려나간 텐센트는 어느새, 중국 IT 대기업 알리바바 그룹과 경쟁하는 대기업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카피캣‘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원조를 뛰어넘었다고 평가되는 중국 기업들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한 해도 수십, 수백 개씩 쏟아지는 중국의 카피캣 기업들 중 굳건히 살아남아 오늘날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데에는, 단순히 제품을 흉내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기업 전략과 마케팅으로 업계의 입지를 다져나간 덕분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