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아이폰의 새 시리즈가 발표될 때면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작년 공개된 아이폰 12 시리즈는 단연 큰 이슈였는데요. 애플이 아이폰 12 시리즈부터 패키지 구성품에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외한다고 밝혔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만 특별히 이어폰이 포함되어 판매되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애플이 충전기와 이어폰을 미포함시킨 이유와 프랑스에서만 이어폰을 함께 제공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환경 보호? 원가 절감?

지난 2020년 10월, 애플이 아이폰 12 시리즈 4종을 발표하는 온라인 행사를 열었습니다. 일명 ‘깻잎통’ 디자인이 돌아온다는 소식과 아이폰 미니의 출시 소식에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이 뜨거웠죠. 하지만 온라인 행사가 끝나자 소비자들의 반응은 환호보다는 황당에 가까웠습니다. 애플이 환경 보호를 근거로 업계에서 전통적으로 제공하던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외한다는 발표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애플은 두 가지 이유를 근거로 제시했는데요. 첫 번째는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이어폰과 충전기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애플은 이미 7억 명의 소비자들이 라이트닝 이어폰을 가지고 있고 20억 개의 애플 충전기가 지구에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충전기와 이어폰을 패키지에서 제외하면 제품의 부피가 줄어 생산과 물류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두 번째 이유로 들었습니다. 애플은 “이를 통해 제품 생산, 물류에 드는 연간 탄소 배출량이 200만 톤 이상 줄어든다”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애플의 이런 행동은 소비자 기만이라고 지적하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정작 애플이 아이폰 12 시리즈에 제공한 케이블은 기존 충전기의 어댑터와 호환되지 않아 기존 유저들마저 고속 충전을 위해서는 결국 충전기를 별도로 구매해야 했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충전기와 이어폰이 빠지는 만큼의 가격 인하도 이루어지지 않아 애플이 환경 보호를 핑계로 원가 절감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이어졌죠.

1억 내기 싫어서
프랑스에는 이어폰 준 애플

그런 애플이 도대체 왜 프랑스에서만 이어폰을 제공한 것일까요? 이유는 바로 프랑스의 전자파 규제 관련 법 때문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14세 미만의 어린이들을 전자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전자파 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스마트폰 판매 시 반드시 ‘핸즈프리 키트’ 또는 ‘헤드셋’을 포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7만 5,000 유로(한화 1억 상당)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프랑스의 전자파 규제 때문에 벌금을 지불해야 할 상황에 놓이자 애플은 프랑스에서만 이어폰을 함께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환경 보호라고 말했던 것이 무색하게 완성품 위에 다시 종이 케이스를 씌우는 방식으로 2차 포장을 하는 것은 덤이었죠. 하얀 박스를 열면 이어폰과 함께 아이폰 상자가 또 들어있고 다시 아이폰 박스를 열어야 제품을 꺼낼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쓰레기만 많아진 형국이었습니다.

애플 비웃어 놓고
따라하는 삼성, 샤오미

이 탓에 애플을 비난하는 여론이 드세지자 삼성과 샤오미는 애플을 겨냥한 마케팅을 하기도 했는데요. 삼성은 아이폰 12 출시 다음 날, SNS를 통해 충전기 사진을 올리면서 “갤럭시는 가장 기본적인 충전기부터 최고의 카메라, 배터리 등을 제공한다”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업로드했습니다.

연달아 샤오미도 자사의 SNS 채널을 통해 Mi10T 프로를 홍보하며 “걱정하지 마라. 우리는 상자에서 아무것도 빼지 않았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불과 두 달여 만에 삼성과 샤오미도 애플을 그대로 따라 했죠. 삼성은 환경 보호와 자원 낭비를 명분으로 갤럭시S21에서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외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샤오미도 Mi11에서 충전기를 빼고 “더 얇고, 더 가벼워졌다”라는 홍보 문구를 사용했습니다.

한편, 최근 애플은 브라질에서는 충전기 없이 휴대폰을 판매하다가 21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었습니다. 지난 3월 브라질의 소비자보호기구는 “애플이 충전기 없이 아이폰을 판매한 것에 대한 환경적 이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충전기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오는 가격 인하 효과와 과장 광고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지만 제대로 된 답을 받지 못해 21억 상당의 벌금을 부과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최근 공개한 환경 보고서를 통해 “충전기와 이어폰 미지급을 통해 81만 천 톤의 자원 채취를 감소시켰고 플라스틱, 종이 소모량 감소 효과를 거뒀다. 또한 물류에 있어 화석 연료 소모도 줄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네티즌들은 “환경 보호도 좋지만 구성품 미지급은 기업의 환경 보호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 같다”, “원가 절감의 속셈이 뻔히 보여서 기분 나쁘다”, “환경 보호가 애플 자산의 환경 보호인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