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기에 들어서며 소비심리 또한 위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출시 행사도 온라인으로 치른 제네시스 G80은 출시 첫날 2만 2000대 계약해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습니다. 이번 3세대 G80의 가격은 최고 8227만 원까지 가는 고가의 차량인데요, 현대차는 여세를 몰아 올해 판매 목표 3만 3000대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차 가격이 8000만 원대에 육박하다 보니 “굳이 이 가격에 제네시스를?”하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제네시스가 아직 벤츠, BMW, 아우디보다 한 수 아래라는 인식이 큰 만큼 같은 가격이면 독일 3사를 사는 게 낫지 않냐는 것이죠. 그런데 정작 이런 네티즌들의 의견과는 달리 G80은 1세대부터 흥행가도를 달려오고 있습니다.

그랜저에 이은
성공의 아이콘

과거 현대자동차는 그랜저를 성공의 상징으로 마케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삐빅’으로 성공을 증명했다는 옛 광고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성공한 직장인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TG 이후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위해 의도적으로 그랜저의 타깃 연령층을 낮추었습니다. 한편 에쿠스를 통해 중년 이상의 연령대를 겨냥했죠.


이렇게 마련된 공간에 진입한 것이 정의선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제네시스입니다. 2008년 출시된 제네시스 BH(벤츠 헌터)가 바로 제네시스 G80의 전신이죠. 의도적으로 과거 성공의 상징 그랜저의 연령대를 낮춰 BH를 ‘성공 그 이상의 성공’ 이미지를 심은 전략이 국내 마케팅 성공을 이끌었습니다.

최근에는 디자인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국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 만큼 소비자들의 시선도 좋은 편입니다. 덕분에 30, 40대를 겨냥한 현대차의 BH는 해외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진 못했지만, 국내에서만큼은 프리미엄 차량으로 자리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차급을 뛰어넘는 가성비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이긴 하지만 가성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옵션을 다양화해 가격 폭을 넓힌 것은 보다 많은 이들이 제네시스를 선택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평균 400만 원 인상된 3세대 G80도 5000만~8000만 원에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5000만 원 주고 타도 G80이고 8000만 원 주고 타도 G80입니다.

한국에서 자동차는 성능보다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면이 가장 높습니다. 특히 실용성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이런 면이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과거 부의 척도였던 독일 3사 차량이 카푸어에 의해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었지만 제네시스는 국산차라는 점에서 이를 피할 수 있었던 점도 호재로 나타났습니다.


또 그간 제네시스는 “가격은 프리미엄, 성능은 현대”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같은 가격대의 수입차보다 차체 크기는 한 급 높습니다. 또 G80 가격에 V6 가솔린 엔진을 얹은 수입차는 찾기 어렵죠. V6 가솔린 엔진을 단 고급 차량은 적어도 한국에선 높은 지위를 상징합니다. 수입차와 비교할 때 차량은 더 넓고 옵션은 더 다양하면서도 사회적 지위는 유사한 브랜드인 셈입니다.

G80의 성공신화
답은 소비자에게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임에도 제네시스의 품질 문제는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G80의 실 구매층은 40대 후반 이후 연령대가 주력입니다. 인터넷을 잘 하지 않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품질 문제를 아예 모르거나 신경 쓰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비슷한 사례로 재규어와 랜드로버가 있죠. 두 브랜드 모두 하자 많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돈 있는 분들은 여전히 구입하고 있습니다.

독일 3사의 자랑인 기본기와 주행감도 G80 타깃층이 굳이 넓고 큰 G80을 두고 한 급 낮은 수입차로 갈아탈 이유가 되지 못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이 ‘저비용 고효율’임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만큼은 고급 브랜드로 인정받고 가성비 좋은 G80이 성공하는 건 일견 당연해 보이기까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