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가장 선호하는 빵집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개성 있는 빵을 만들어 파는 작은 베이커리들도 매력적이지만 갑자기 출출할 때, 어느 정도 보증된 평균적인 빵 맛을 원할 때는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만 한 곳이 드물죠. SPC와 CJ 푸드빌이라는 거대 식품 기업의 작품인 이 두 브랜드가 지금은 국내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의 양대 산맥처럼 여기지고 있는데요. 뚜레쥬르보다 앞서 전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파리바게뜨의 라이벌 역할을 해왔던 브랜드가 있었으니, 바로 크라운 베이커리입니다. 한때는 동네마다 있었던 크라운 베이커리의 빵 맛에 길들여진 분들도 꽤 계실 텐데요. 그 많던 크라운베이커리는 대체 다 어디로 간 건지, 지금부터 그 사연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내 최초의 제빵 프랜차이즈


크라운 베이커리는 국내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원조격입니다. 1988년 크라운 제과에서 탄생한 이 브랜드는 같은 해 10월, 별도 법인으로 분리되어 나오면서 본격적인 전성기에 돌입하죠. 어느 지점에서나 같은 빵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작용해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게 된 크라운 제과는 90년대를 주름잡는 브랜드로 성장합니다.

90년대 초반 제빵업계에서는 최초로 TV 광고를 시작했고, 전성기 크라운 베이커리의 가맹점 수는 800여 개에 달했죠. 특히 대패로 깎아낸 듯 얇게 슬라이스 한 화이트 초콜릿이 올라간 생크림 케이크가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IMF, 그리고 경쟁업체의 성장


언제까지나 한국 대표 빵집 브랜드로 남아있을 것 같았던 크라운 베이커리도 어느 순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IMF로 수많은 국내 기업이 휘청대던 1998년, 크라운 베이커리의 모회사 크라운 제과도 부도 위기를 맞게 된 것이죠. 크라운 제과는 5년여 만에 정상화되었지만, 그동안 크라운 베이커리의 입지는 크게 줄어 있었습니다. 크라운 제과와 같은 해에 체인점 사업을 시작한 파리바게뜨, 1997년 등장한 후발주자 뚜레쥬르가 이미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장악한 뒤였으니까요.

1,000억 원에 달하던 매출액이 반 토막 나고, 매장 수도 8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자 2012년 크라운 제과는 크라운 베이커리를 합병합니다. 크라운 베이커리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심폐소생술이었지만 회생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크라운 베이커리의 적자 때문에 크라운 제과마저 휘청할 지경이었죠. 결국 2013년 9월, 크라운 베이커리의 철수가 공식 발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가맹점주들과의 갈등


시장 상황의 변화로 브랜드가 뜨고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크라운 베이커리의 경우 왕관을 내려놓고 퇴장하는 과정마저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사업 철수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 본사 측에서 취한 조치가 가맹점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죠. 본사가 공급 제품을 줄이거나 공급 가격을 최대 54%나 인상하는 등 사업 포기를 유도하기 위해 압박한다는 것이 점주들의 주장이었는데요. 이에 대해 본사는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베이커리 사업을 철수할 계획은 없다”면서 “본사의 손실 최소화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루고, 가맹점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상생의 발전 방안을 찾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죠.

그러나 해당 내용이 보도된 지 3개월 만에 사업 종료를 아리는 공문이 각 가맹점에 발송되었고, 크라운 베이커리는 역사와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본사는 가맹점별로 최대 2,000만 원까지 보상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이 역시 점주들의 환영을 받지는 못했죠. 다른 제과 브랜드로 전환하려면 적어도 1억 원 이상의 돈이 든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습니다.


추억 속의 화이트 초코케이크


크라운 베이커리는 이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지만, 여전히 크라운 베이커리의 빵 맛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도 있습니다. 특히 브랜드의 시그니처 메뉴로 각인되었던 화이트 초코 케이크가 문득문득 생각난다는 글이 가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하죠.

“촉촉 달달 부드러운 크라운 베이커리의 화이트 초코 케이크가 너무 먹고 싶다”거나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에도 비슷한 제품이 있지만 그 맛이 아니다”라며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이 꽤 많은데요. ‘강렬한 추억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닌가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