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사전 유출 사태로 시끄러운 가운데, 지난 4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 성적표가 배부되었습니다. 올해 만점자는 재학생 13 명, 졸업생 2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6 명 늘어난 15명입니다. 이 중 인문계열 만점자는 11 명, 자연계 만점자는 단 4 명이라는데요. 이들 만점자들은 누구인지, 또 수능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신분증 깜빡하고 고사실 착각까지, 최준영


첫 번째로 만나볼 만점자는 한영외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최준영 군입니다. 12년 동안 학교에서 공부해온 모든 것을 평가받는 시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능 당일 모든 것이 완벽하도록 신경 써서 준비하곤 하죠. 예상 밖의 일이 발생해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본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준영 군의 수능시험 날 아침은 그리 순조롭지 못했는데요 신분증 챙기는 걸 깜빡한 데다, 고사실을 잘못 알고 들어갔다가 뒤늦게 제자리를 찾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평소에도 침착한 성격이라는 최준영 군은 크게 당황하지 않고, “액땜했다” 생각하며 시험에 임합니다. 미처 못 챙긴 신분증은 서약서로 대신했죠. 그 결과 국어, 수학, 탐구영역을 비롯해 절대평가인 영어와 한국사의 모든 문항을 맞추는 쾌거를 이뤘는데요. 외고 내신을 공부한 경험으로 영어 영역은 무리 없이 흘러갔고, 국어와 수학 역시 찬찬히 쌓아온 실력이 진가를 발휘한 겁니다. 어릴 때부터 역사에 대한 큰 관심으로 읽어온 책들은 동아시아사와 세계사 문제를 푸는 데에 웬만한 수험서보다 큰 도움을 주었죠. 외고에 진학하게 된 것도, 동양사에 관심이 생기면서 중국어 원서를 읽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집중력이 좋고 학습 동기가 분명한 최준영 군은 정시로 서울대 경제학부에 지원할 예정입니다. 역사 전반을 아우르는 경제사를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어서라는데요. 학구열이 뛰어난 학생답게 졸업 후 진로도 교수나 연구자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네요.

반 편성고사 꼴찌에서 두 번째, 송영준의 쾌거


두 번째 주인공 역시 외고 출신의 만점자입니다. 김해외고 3학년 송영준 군은 중학생 시절 전교 10등대 성적을 줄곧 유지해온 우등생이었죠. 하지만 우등생 타이틀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산산조각 나고 맙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김해외고에 입학했는데, 반 편성고사에서 127명 중 126 등, 꼴찌에서 두 번째를 차지하게 된 것이죠. 충격을 받은 영준 군은 담임 선생님에게 상담을 청해 공고로 진학하겠다는 의사를 밝힙니다. 집안 사정도 어렵고, 공부에 소질이 있는 것 같지도 않으니 빨리 취업해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였죠.

그러나 영준 군의 담임이었던 서향미 선생님은 영준 군을 만류합니다. 집안 사정이 문제라면 장학금을 알아봐 줄 테니, 크고 길게 보라며 송영준 군을 다독였죠, 영준 군은 선생님께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더 독하게 공부했습니다. 여름방학에는 가장 문제였던 수학 문제집 7권을 풀며 자신감을 붙였고, 고 2까지는 매일 밤 12시까지, 고3 때는 매일 새벽 1 시까지 자습했습니다. 사교육을 받을 형편은 되지 않았기에 철저한 자기주도 학습으로 점차 실력을 쌓아간 것이죠. 송영준 군은 현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수시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며, 장래희망은 정의로운 검사가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연계열 4 명 중 1명, 반장 도맡아 한 남정환


이번에는 자연계열 만점자입니다. 공주대 부설 고등학교 3학년 남정환 군은 ‘학교와 자신을 믿고 묵묵하게 공부한 것’을 만점의 비결로 꼽는데요. 전교생이 3년 동안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공주대부고에서, 학원이나 과외의 도움 없이 모든 공부를 스스로와 학교 선생님에게 의지하며 수능 만점의 실력을 다진 겁니다. 집에도 한 달에 한 번만 갈 수 있으니, 인터넷 강의를 제외한 사교육을 받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죠.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공부 시간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임원 맡기를 꺼려 합니다. 아예 전교회장이 되어 리더십 인재 전형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하지만 남정환 군은 2, 3학년 내내 반장을 도맡아 하면서도 내신 상위권, 모의고사 전 과목 1등급을 유지했는데요. 성실하고 꾸준한 ‘모범생의 정석’이었던 겁니다.

학원도 갈 수 없고, 부모님의 보살핌도 받을 수 없는 기숙사 생활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었을 텐데, 남정환 군은 오히려 “학교와 기숙사 생활을 하며 서로 의지할 수 있었던 친구들이 큰 힘이 됐다”고 말합니다. 또한 3년 동안 밤낮으로 보살펴 주신 선생님, 먼 곳으로 아들을 보내고 걱정했을 부모님께도 감사의 뜻을 전했죠. 정환 군은 의대에 진학해 암을 고치는 의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