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발표한 12·16대책을 아시나요? 이는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와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대책 이후 서울 집값의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의 노른자 땅인 강남 지역 집값 역시도 하락하면서 급매물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집값 하락 소식이 들리면 일 측에선 일본과 같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곤 합니다. 과연 우리 정부는 일본과 같은 길을 걸을지 알아보았습니다.

일본에 빈집이 증가한 세 가지 이유

일본의 빈 집 수와 비율 / chosun

일본에서 ‘거품경제’는 낯설지 않은 용어입니다. 일본은 1980년부터 1990년까지 비정상적인 자산 가치 상승을 겪었는데요. 1985년, 일본은 무역 악화로 인해 갑작스러운 경기 둔화를 맞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일본에 빈집이 증가한 첫 번째 이유가 등장하죠. 일본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 인하와 동시에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라는 정책을 펼쳤는데요. 이때를 기점으로 부동산과 주식가격이 폭등하며 그야말로 거품이 잔뜩 낀 경제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거품이 다 꺼지자 대출로 사들인 주식과 부동산의 가격이 폭락했죠. 기업과 개인이 가지고 있던 부동산 가격이 낮아지면서 빚을 상환하지 못해 은행이 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 것인데요. 이 때문에 주인 없는 빈집과 폐건물이 속속들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기나긴 장기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는 듯했으나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빈집 증가는 계속해서 이어졌는데요. 빈집이 증가한 두 번째 이유는 집주인이 고령으로 사망하거나 건강 악화로 요양원에 가게 된 것입니다. 상속인이 있더라도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3년 이내에 주택을 팔길 원하지만, 주택 과잉 공급 시장에서 이는 쉬운 일이 아니죠.

일본 아키야 뱅크 사이트

1993년~2013년 사이 인구가 준 것은 맞으나 1~2인 가구의 증가로, 가구 수는 오히려 더 증가한 것도 빈집 증가의 세 번째 요인으로 작용했는데요. 일본에서는 이런 빈집을 ‘아키야’라고 부릅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문제가 심해지자 2015년, ‘아키야 대책 특별 조치법’을 만들어서 붕괴 위험이 있는 빈집을 지자체가 강제 철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매우 싼 가격이나 무료로 집을 제공하는 ‘아키야 뱅크’ 제도를 시작했죠. 하지만 이런 일본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33년에는 빈집 비율이 30%(2166만 채)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지방 지역은 이미 일본처럼?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실태는 어떨까요? 2017년 기준 전국에 있는 빈집은 126만 4707호로 전국 주택 6.5%가량이 빈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050년이 되면 전국의 10%(300만 가구)가 빈집이 될 것이라고 예측되는데요.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한국은 인구 감소 문제와 빈집 증가 문제를 동시에 겪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보면 일본과 비슷한 진행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사람이 없는 버스정류장

아무리 빈 집이 많이 발생한다고 한들 서울과 수도권에 존재하는 빈집은 세컨 하우스나 별장일 확률이 높습니다. 즉 빈 집 증가는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나타난다는 것인데 지방은 이미 일본 수준으로 빈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7년을 기준으로 전남 빈집 비율이 전체 가구의 14.3%를 기록했고 고령화가 진행된 도시는 인구가 6분의 1수준으로 줄었죠. 이처럼 지방의 인구가 감소하면 해당 지자체가 받을 수 있는 정부 보조금이 줄게 되면서 결국 지역 경제는 소멸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다르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일본과 다르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한국 부동산 가격은 일본에 비하면 상승 폭이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최대 4배까지 땅값이 올랐던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파트값 최대 8%, 땅값 6% 상승으로 일본에 비하면 적은 상승 폭을 보였습니다. 한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택지 공급 조절, 대출 규제 등 정책적인 노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은 명확하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단독주택의 비중이 높은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파트의 비중이 높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일본의 주택은 목조주택으로 이용 연수가 짧아 폐가가 더 빨리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주택 매매가 활성화하게 일어나지 못하죠.

주택 과잉 공급으로 인한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고 있다.

또, 일본 정부는 버블 붕괴 이후 집값이 폭락했으나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오히려 건설 투자를 늘렸습니다. 이것이 일본의 주택시장을 더 빨리 침체기에 빠뜨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2005년 이후로 건설 투자를 지속적으로 줄였다고 하는데요. 최근 몇 년간 다시 주택 과잉 공급이 논란이 된 것으로 보아 전문가들의 이 의견은 정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빈 집을 수색하고 있는 경찰관들의 모습 /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우리나라는 빈집, 즉 유령 집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2018년 ‘빈집 특례법’을 시행해 빈집 실태조사와 정보시스템 구축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데요. 빈집 특례법은 빈집에 대한 정의, 빈집정비 사업의 시행 등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각 자치구에서 빈집 정비 계획을 수립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등 효율적인 프로젝트 진행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