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무채색의 나라다” 한 외신이 한국에 대해 보도하며 적은 말입니다. 실제로 대로변 카페에 앉아 지나는 차들을 바라보면, 대부분의 차량이 무채색(흰색, 은색, 회색, 검은색) 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무채색 자동차 판매 비율은 개성의 나라 미국에서도 60% 지만, 한국은 그 정도가 심해 무려 90%(2011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에서 흰색 차량의 선호가 무려 32%로 가장 높았죠. 대체 왜 한국인은 흰색 차량을 이렇게나 좋아하는 걸까요? 그 이유를 함께 알아보시죠.

1. 5%면 수백만원, 중고차 가격

흰색 차량을 선호하는 이유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점 중 하나는 바로 가격방어입니다. 흰색 중고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유채색 차량보다 5%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오지랖도 한몫합니다. 중고차 시장에서 빨간 볼보 차량을 구입한 한 남성은 언론 인터뷰에서 수년째 차량 색상에 대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지적받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2.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가 또?

현대자동차는 과거 유채색으로 소비자를 리드하고자 했습니다. 1994년 출시된 엑센트가 첫 도전이었죠. 보라, 초록, 분홍색의 차량을 준비했지만 1년 만에 공장 페인트를 폐기해야 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유채색 엑센트를 두고 ‘보기 좋네’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정작 구입한 건 무채색 엑센트였습니다. 결국 현대차 칼라 팀은 다양한 무채색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이후 유채색 차량은 더욱 팔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현대기아차는 주문 제작 방식이 아닌 선호도에 맞춰 미리 생산하여 인도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유채색은 생산량 자체가 적을뿐만 아니라 생산을 위해서 생산 라인의 페인트를 교체해야 해 수개월에 한번 소량 생산되고 있죠. 타이밍이 맞지 않을 경우, 구매자는 유채색 차량이 생산될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빨리 차량을 양도받고자 하는 소비자 중에는 유채색을 사려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말에 무채색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죠.

3.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카이스트 산업디자인 학과 석현정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은 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이 어떻게 볼까’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흰색을 비롯한 무채색은 가장 무난한 선택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인은 튀는 것을 경계하고 남을 의식하는 정서가 강하다는 말은 같은 한국인들도 쉽게 인정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정서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일부 학자들은 근로자를 양성하는데 주력한 한국의 교육시스템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은 개성 있는 학생들을 일정한 틀에 집어넣는데 중점을 두고 개발되었습니다. 개성을 보일 수 없도록 교복이 도입되었으며, 헤어스타일도 규제했었죠.

진학 시스템도 회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일정 지식을 갖추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자신이 잘하는 과목이 아닌 모든 과목을 골고루 잘해야 좋은 학교로 진급할 수 있었죠. 수학에 재능 있는 학생은 재능을 살리기보다 재능 없는 과목을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그래야 어딘가 모나지 않은 평탄한 직장인으로 제작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예전 사람들은 오렌지족의 등장에 충격을 받고, X세대(60~70년대)의 등장에 “이해할 수 없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X세대는 지나친 규제에 대한 반발로 튀어나온 세대이면서, 나이가 들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튀어서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됩니다.

그들의 인사권을 잡은 것이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한 세대였으니까요. 개성 발현에 민감한 세대를 위에 둔 덕에 X세대의 차량은 무채색이 주를 이뤘습니다. 대신 제한된 욕구는 차량의 크기를 통해 발현되었습니다. 작은 차량 비중이 높은 유럽과 달리 한국은 중대형 차량이 70%라는 점이 이를 반증하죠.

그런데 왜 하필 흰색일까요? 이에 대해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 전 교수는 무채색에도 심리가 있다며 “높은 지위를 상징하는 검정은 과시하려는 욕구에서 택하는 반면 흰색·은색·회색은 자신을 감추려는 선택이죠”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난폭운전한 빨간 차는 찾기 쉽지만, 흰 차량은 난폭운전해도 금세 묻혀 찾기 어렵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떨까요? 여전히 무채색 차량은 차량 색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성 중심의 X세대가 사회 주도층이 되고, 뒤이어 Y 세대(80~90년대 밀리니얼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이전보다 유채색 차량이 늘어난 모습(무채색 77%)을 보이고 있죠. 하지만 예로부터 백의의 민족이라 불리며 흰색을 좋아했던 만큼, 흰색 차량의 강세는 여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