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아시아나 그룹의 아시아나 항공 매각이 거의 기정사실화되었습니다.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지분을 담보로 채권단에 5000억 원 지원을 요청한 자구안이 거부되고, 박삼구 회장이 자진 사퇴를 결정하면서 아시아나 항공의 향방에 대한 갖가지 추측들이 난무했는데요. 아시아나 항공 지분 매각을 약속하고 나서야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게 된 것이죠.

이제 관심은 ‘누가 아시아나를 인수할 것이냐’의 문제로 넘어갔습니다. 한화, 애경 등의 그룹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SK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만일 SK가 정말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반복적으로 터져 나오는 SK의 아시아나 인수설


사실 SK가 아시아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7월,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이라고 알려진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정식으로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었죠.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영입해 글로벌 사업개발부 부사장에 임명한 것도 항공사 인수를 위한 초석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하이닉스 반도체, 도시바 메모리 등 공격적인 인수 사업을 벌여온 최태원 회장의 전력도 SK의 아시아나 인수설에 무게를 더해줍니다. 최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SK의 생존을 위해서 새로운 분야를 찾아야만 한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M&A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죠.

1. 경영 스타일의 변화


많은 이들의 추측대로 SK가 정말 아시아나를 인수한다면 아시아나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우선 큰 틀에서 경영 방식의 혁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SK 최태원 회장은 올들어 ‘구성원의 행복과 소통’을 특히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죠.

1월 2일있었던 그룹 신년인사회에서는 “회사의 제도 기준을 관리에서 행복으로 바꿔야 한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1월 8일 그룹 임직원 행복 토크에서는 “회사 가치를 사업이 아닌 개개인의 행복에 둬야 한다.”며 “나의 워라밸은 꽝이지만 여러분까지 그렇게 일하라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럼 꼰대다.”라고 말하기까지 했죠. 올 한해 임직원들과 총 100번의 ‘행복 토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구성원들과의 소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반면 지난해 박삼구 전 금호 아시아나 회장은 제왕적 경영 스타일과 기내식 파동, 기쁨조를 연상케하는 과도한 의전으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이에 아시아나 항공의 직원들은 광화문에 모여 박 전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기도 했죠. 아시아나 항공의 수장이 ‘행복 전도사’ 최태원 회장으로 바뀐다면 적어도 과도한 의전이나 갑질로 인한 직원들의 갈등은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정유&항공의 시너지


많은 국내 기업들이 유가 변동에 영향을 받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원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에는 유가상승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죠. 항공사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유류 할증료가 비싸지면 항공기 티켓의 전체 가격이 상승하므로 여행객 감소로 인해 수익 악화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름값이 오르면 환호하는 업계도 있으니, 다름 아닌 정유업계입니다. 단기간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 재고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적 상승 및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죠.

이처럼 유가 변동에 따른 항공사와 정유업체의 희비는 늘 엇갈릴 수밖에 없는데요. 한 그룹이 정유 업체와 항공사를 동시에 보유한다면 사정이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가가 급등할 때는 재고를 보유한 정유 업체가 안정적으로 연료를 공급할 수 있고, 유가가 하락해 정유업체에 수익 악화가 일어나더라도 항공사 측의 일정 수요가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그룹 전체 차원에서는 부담이 줄어들겠죠. 국내 최대 에너지·화학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아시아나가 한솥밥을 먹게 된다면 여러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3. 호텔 사업 다각화


SK는 ‘그랜드 워커힐 서울’과 ‘비스타 워커힐 서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국내 최초의 캡슐호텔 ‘다락휴’를 오픈했고, 작년에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과 여수에 2,3호점을 열었죠. 도중섭 워커힐 총괄은 국내 4호점도 구상 단계에 있으며, 브랜드 정체성이 확고해지면 해외 시장에도 도전할 계획임을 밝혔는데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두 축은 항공과 숙박이죠. 대다수 여행자들은 세부 일정은 현지에서 정하더라도 이 두 가지는 미리 준비합니다. 아시아나가 SK 계열사가 되면 워커힐과 다양한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아시아나와 SK네트웍스는 2016년 아시아나 마일리지와 워커힐 리워즈 포인트를 교차 사용하도록 하는 협약을 이미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이를 발전시켜 마일리지 적립 비율을 높인다거나, 여행사가 아닌 항공사 차원에서 항공·숙박 패키지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면 고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 출발하는 아시아나 항공편 탑승객들에게 인천공항 캡슐호텔 할인을 제공해 객실 점유율 상승을 유도하는 것도 좋겠네요.

4. SK 텔링크-아시아나의 협업


2014년 아시아나와 SK 텔링크는 국제전화 요금 1000원당 3마일의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아시아나 요금제’를 출시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아시아나의 재무구조 개선, 수익성 향상을 위한 각종 조치가 취해지면서 이 요금제 역시 4년 만에 사라지게 되었는데요. SK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가 현실화된다면 항공과 국제통신을 연계한 고객 서비스가 부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SK 텔링크는 지난 2015년 SK해운의 선박 35척을 대상으로 VSAT 위성통신을 수주한 바 있죠. 위성통신 사업자로서 서비스 제공 범위를 항공기까지 확대해, 아시아나 기내 와이파이의 위성사업자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SK가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할 경우 일어날 일들을 상상해보았습니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의 장례식에 얼굴을 비춘 최태원 회장에게 아시아나 인수 관련 질문 세례가 쏟아졌지만, 최 회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는데요. 아시아나의 새 주인은 누가 될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 국적기 항공사들은 어떤 방식으로 인적·물적 쇄신을 이루어낼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