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은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취업시장에 불어닥치는 한파는 문과생에게 더욱 혹독합니다. 유통, 영업, 금융 등 전통적으로 문과생들의 취업이 비교적 쉬웠던 분야에서도 점점 채용을 줄이고 있는 추세죠. 모바일 환경의 일반화로 고객들의 소비환경이 바뀌자 기업에서는 문과생보다는 기술 있는 이과생, 특히 공대생을 선호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수요가 높으니 연봉 수준도 이과생이 문과생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문과 출신들은 ‘문송합니다’라는 자조적인 농담을 할 때가 많은데요. 전혀 ‘문송’할 필요가 없는 문과 신의 직장도 분명 존재합니다. 연봉도 높고 복지도 훌륭하다는 이 직장들은 어디인지, 여기에 취업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문과의 취업률 왕


문과라도 공부를 더 많이 하면 취업이 잘 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공학 계열 박사학위 취득자의 취업률은 87.3%에 달했지만, 인문계열 박사학위 취득자의 취업률은 50.9%에 그쳤으니까요. 공부를 많이 하거나 오래 하는 것, 높은 학위를 따는 것보다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학위를 따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죠.

문과, 이과로 크게 나누어 보면 이과생들의 취업률이 눈에 띄게 높지만, 좀 더 작은 분류로 들어가 보면 문과 내에서도 뛰어난 취업률을 보이는 학과들이 있습니다. 바로 경제학과, 경영학과 등 상경계열의 학과들이죠. 2017년 상위 17개 대학의 취업률을 계열별로 살펴보면 공학 계열의 뒤를 이어 상경계열의 취업률이 가장 높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1만 206명 중 7064명이 취업해 69.2%의 취업률을 기록했습니다. 57.8%의 취업률을 보여준 이는 자연계열보다 10% 이상 높은 수치로, 단순히 문과, 이과로 나누어 취업률을 이야기하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률을 보여주는 상경계열, 그중에서도 경제학과 출신들이 ‘신의 직장’으로 여기는 곳이 있으니, 바로 한국은행입니다. 한국은행은 대한민국의 통화신용정책을 담당하는 ‘은행 중의 은행’이죠. 한국은행의 업무로는 예금 및 대출 등의 일반 업무, 발권업무, 국고 업무, 외국환 업무가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은행 직원들에게만 제공되는 파격적인 혜택들이 가장 큰 이유일 텐데요. 우선 한국은행은 주택을 직접 임차해, 월세 시세의 10분의 1 정도의 금액만 받고 직원들의 사택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세를 마련하고자 하는 직원들에게는 최대 3억까지 무이자로 보증금을 지원하며,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직원을 위한 석·박사 지원 제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연봉이 적은가 하면,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2016년까지 공개된 한국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9667만 원으로, 초봉은 4480만 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죠.

금융감독원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금융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특수법인 금융감독원도 상경계열 꿈의 직장입니다. 우선 연봉 수준이 한국은행 못지않게 높은 편이죠. 평균 연봉이 9574만 원, 초봉이 4천만 원 중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금감원의 과장급 연봉은 7500만 원 정도라니, 대기업과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직업 안정성도 일반 대기업보다 좋기 때문에, 재직하는 동안 받아 갈 수 있는 총 연봉은 금감원 쪽이 더 클 것으로 보이네요.

물론 복지 혜택도 화려합니다. 서울 통의동에 미혼 직원, 지방 출신 직원을 위한 본원 합숙소를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생활 안정자금, 주택자금 대출 제도도 마련되어 있죠. 자녀가 있는 직원들을 위해서는 유아교육 보조비, 고등학생 자녀의 학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각종 사내 동호회를 지원하고 테니스 코트 등의 체육시설을 갖춰 직원들의 친목과 스트레스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네요.

만만찮은 경쟁률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외에도 한국 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기관과 금융권 공기업들은 높은 연봉과 안정성, 훌륭한 복지혜택으로 채용 때마다 높은 경쟁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종합기획 직원 59명을 채용한 하반기 한국은행 경쟁률은 약 38.2 대 1이었고, 수출입은행의 경우 210 명 채용에 1만 2천 명이 몰려들어 무려 5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죠.

채용 절차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은행의 경우 서류전형, 필기전형을 거쳐 면접과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종합기획 직원으로 채용될 수 있는데요. 이중 필기 전형이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경제학, 경영학, 법학, 통계학, 컴퓨터공학의 5개 부문으로 나누어진 전공시험과 경제·금융 이슈를 인문학과 연관해 푸는 논술 시험으로 이루어진 필기 전형은 명문대 출신의 지원자도 당황할 만큼 어려운 문제들이 출제되어 ‘준고시급’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죠. 1교시 전공시험을 본 뒤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 논술 시험을 포기하고 귀가하는 응시생도 있을 정도라네요.

금융감독원의 채용 과정도 못지않게 복잡합니다. 경영학, 법학, 경제학, IT, 통계학, 금융공학, 소비자학 등 지원 분야에 따른 필기시험을 두 번 치러야 하는 것은 물론, 인성검사를 포함한 1·2차 면접에 통과해야 5급 신입 직원으로 입사가 가능하죠. 금융 공기업들은 같은 날에 필기시험을 치르는 경우도 많아, 수험생들은 퀵을 타고 고사장 사이를 오가기도 한다는데요. 문과 출신으로서 최고 수준의 연봉과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꿈의 직장’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입사가 어렵다는 것도 이런 별명이 붙은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