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물건이 있을까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 체제에는 경쟁이 따르기 마련이죠. 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한 단어들입니다. 우리와 모든 게 반대일 것 같은 북한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바로 한국산 물건을 구매하려는 경쟁입니다. 북한의 암시장에는 1억을 가져와도 못 사는 한국 물건들이 있다고 합니다. 구하기 어려워서 돈 주고도 못 사는 것이죠. 오늘은 그 물건들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라면 1위는 한국산 라면

북한에서는 주로 중국산 라면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구하기 어려운 한국산 라면이 인기인데요. 최근 북한에서는 한국의 발달한 경제력을 동경하는 시각이 많다고 합니다. 그 동경심은 먹거리인 라면으로도 향했습니다.

10여 년 전까지는 북한에 한국산 라면이 많지 않아서 구하기 어려웠는데요. 중국과 러시아에서 일한 근로자들이 한국 라면을 북한에 전파했습니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통해 매운 라면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또, 한국에서 대표단 혹은 응원단으로 방문하는 한국인들이나 평양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라면을 받기도 했는데요.

북한에서는 라면을 ‘꼬부랑국수’ 혹은 ‘즉석국수’라고 부릅니다. 우리처럼 누구나 먹는 식품이 아니라 잘 사는 사람이 주로 먹는 특식인데요. 2015년쯤부터는 북한에서 자체 라면을 생산하기 위해 소고기맛, 검은후추맛, 불고기맛, 김치맛 등 여러 가지 맛의 라면을 출시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라면은 한국산 라면인데요. 한국 라면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중국인들이 신라면을 ‘신래면’으로 만들어서 판매할 정도죠. 같은 민족이라서일까요. 탈북민들은 한국산 라면이 제일 입맛에 맞는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휴대폰은 필수 아이템

우리와 달리 북한의 핸드폰 역사는 길지 않은데요. 최근 북한의 핸드폰 가입자 수가 인구의 41%를 기록했습니다. 핸드폰을 구하기 힘든 북한에서는 매우 높게 나온 수치로 볼 수 있습니다. 핸드폰은 특히 한국 핸드폰이 인기라고 합니다. 삼성, 엘지 등의 중고 핸드폰이 중국을 거쳐 유통됩니다. 중고폰임에도 고가에 해당하는데요. 삼성과 엘지 로고가 영어다 보니 처음에는 한국산인 줄 모르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한국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죠. 다만, 로고는 가리고 사용해야 합니다. 중국에서 들여온 핸드폰은 유심칩을 바꿔서 조선통신사에 등록한 뒤 사용합니다. 북한에서는 사진을 찍는 게 어려워서 카메라가 달린 핸드폰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합니다.

북한 최신 스마트폰 ‘평양2425’

한국 핸드폰은 특히 남자들에게 필수품인데요. ‘남자는 손오공’이라는 유행어도 있습니다. 손전화기(핸드폰의 북한 말), 오토바이, 공산당원을 뜻하죠. 이 외에도 특이한 핸드폰 문화가 있습니다. 남은 통화 시간을 선물하면 환전해서 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문화인데요. 은행에 입금하듯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화돈’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핸드폰으로 탄생되었습니다.

행운을 상징하는 5만원권

북한에서는 요즘 신사임당이 그려진 5만원권 지폐를 모은다고 합니다. 돈을 돈 주고 사야 하는데요. 이는 북한 고유의 문화에서 비롯했습니다. 숫자 3을 좋아하는 우리와 달리 북한에서는 숫자 5를 좋아합니다. 5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기 때문인데요. 시험도 5점 만점으로 채점합니다. 더불어 5만원권을 가지면 부자가 된다는 미신이 있습니다.

이처럼 5만원권의 가치는 우리나라보다 북한에서 더 높습니다. 시장에서 5만원을 5만원 이상의 가격에 살 정도입니다. 북한에서 구하기 어려운 지폐다 보니 5만원권을 소유하면 이를 자랑으로 삼습니다. 5만원짜리가 발행되기 전에는 5천원짜리가 그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특히 일련번호가 ‘ㅂ’과 ‘ㅈ’으로 시작하는 5천원권은 쓰지 않고 간직할 정도인데요. 초성이 ‘부자’라는 단어를 연상시켜서죠. 북한은 이런 미신을 맹신하는 수준이라 5천원권을 소유한 주민이 매우 많습니다. 이제는 5천원권보다 비교적 늦게 발행된 5만원권의 희소가치가 높아져 새로운 유행이 탄생했죠. 5만원권은 북한 내에서 구할 수 없고, 중국에 있는 화교나 무역하는 사람들을 통해 주로 거래합니다.

북한도 따라 만든 초코파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군으로 등장한 배우 송강호의 소원은 북에서 더 맛있는 초코파이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개성공단이 활성화됐을 때, 북한 노동자들이 간식으로 받은 한국 식품 중 하나가 초코파이인데요. 그걸 먹지 않고 시장에 팔면 쌀 1kg 가격과 같았습니다. 이렇게 귀하게 거래된 초코파이는 트럼프의 대북제재로 시장이 어려워지자 요즘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게 됐습니다.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초코파이. 결국 북한에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북한에서 만든 초코파이 안에는 초코파이의 중심이 되는 마시멜로가 없습니다. 겉에 초콜릿도 많이 발려져 있지 않고 카스텔라 느낌이 나는데요. 과연 초코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북한 주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을 것 같습니다.

밀수 밀매되는 밥솥

한편, 북한 고위층 사이에서 유독 경쟁이 치열했던 한국 제품이 있습니다. 밥솥인데요. 중국산보다 한국산 밥솥이 훨씬 인기입니다. 한국산 밥솥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중국 것보다 더 좋은 것’이라고 불러야 하는데요. 북한에서 한국산 물건에 대한 제재가 심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한국산 핸드폰의 로고를 가리고 암암리에 유행하는 것처럼 밥솥의 인기도 식을 줄 모릅니다.

tvN ‘사랑의 불시착’

‘중국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사기 위해서는 밀수 밀매를 해야 합니다. 북한의 제재를 피해 숨겨두고 팔기 때문인데요. 시장에 가도 한국산 밥솥을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팔기 위해 집에 숨겨놨다가 거래가 성사되면 가져다주는데요. 밥솥을 집에 구매해놓고도 검열대가 들이닥치면 잘 숨겨야 합니다.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고도 한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현재 한국이 일본보다 잘 산다며 전자제품도 한국산이 더 낫다는 인식이 생겨서입니다. 한국에 대한 동경심과 환상이 더 커지면서 한국산 물건을 구매하려는 주민들과, 이를 제재하려는 북한 당국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