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노트포럼

컴퓨터를 켠 뒤 가장 먼저 손이 가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일을 확인하거나 검색을 하기 위해, 혹은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습관처럼 웹 브라우저를 실행할 텐데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각 운영체제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브라우저들이 있었습니다. MS 윈도우에서는 당연히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맥 OS에서는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는 사파리를 사용했죠.

출처 : 티스토리 블로그 백투더맥

하지만 맥 유저들 중에서도 사파리는 사파리대로 쓰고, 맥용 익스플로러를 따로 다운받아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익스플로러는 웹 브라우저 분야의 대세였는데요. 최근 몇 년간 이러한 판도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윈도우 유저와 맥 유저 모두에게 사랑받는 새로운 웹 브라우저가 등장했기 때문이죠.

웹브라우저 계의 절대 강자

출처 : 스탯카운터

스탯카운터(statcounter)는 인터넷 사용에 관한 다양한 통계를 제공하는 사이트입니다. 특정 시기의 검색엔진, 운영체제, SNS 등의 시장 점유율을 시각화한 그래프를 다운로드할 수 있죠. 물론 웹 브라우저의 시장 점유율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 검색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록인 ‘2009년 1월의 웹 브라우저 점유율 막대그래프’를 보면, 푸른색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가 64.97%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위는 파이어폭스, 3위는 오페라로 2008년 출시된 구글 크롬은 점유율이 1.37%에 그쳤죠.

1995년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컴퓨터를 사면 당연히 있는’ 웹 브라우저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윈도우 운영체제에 IE를 기본 탑재했기 때문이죠. MS는 1996년, 당시 맥에서 쓰이던 넷스케이프보다 속도도 빠르고 커스텀 폰트 등의 추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맥용 IE까지 세상에 내놓는데요. 2003년 맥의 기본 브라우저인 사파리가 등장하지만, 전체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에서는 IE가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자랑했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은 크롬

출처 : 스탯카운터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던 IE의 위상은 2015년 중반쯤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IE의 그래프는 빠른 하강을, 구글 크롬의 그래프는 빠른 상승을 보여주죠. 결국 2016년 3월 0.01% 차이로 크롬을 앞선 것을 마지막으로, IE는 점유율 2위 브라우저가 되고 맙니다. 상황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데요. 스탯 카운터의 올 3월 그래프에서 IE는 2.59%의 점유율을 보여주며 7위를 기록하죠. 1위는 점유율 62.63%의  크롬이, 2위는 15. 56%의 사파리가 차지했습니다.

출처 : funnyjunk

IE 몰락의 전주곡은 사실 2014년 경부터 서서히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8월 MS는 익스플로러 구 버전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힙니다. 이에 따라 모든 사용자들은 새 버전인 IE 11을 다운로드해야 했죠. 손과 눈에 익은 기존의 브라우저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IE 유저들은 바깥세상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그때 이들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빠르고 편리한 구글 크롬이었죠.

IE 침몰의 원인

출처 : 맥갤러리

MS는 2015년 7월 윈도우 10과 함께 새로운 웹 브라우저 엣지를 출시합니다. IE의 위치를 넘보는 크롬의 가파른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엣지 역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는데요. 윈도우 10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데다 기존 브라우저와의 호환도 좋지 않아, 1인당 2~3개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환경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엣지가 제공한다는 동기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을 익혀야 했고, 그러느니 편리함이 검증된 크롬으로 갈아타겠다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날 뿐이었죠.

출처 : Microsoft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한 인터넷 사용 환경, 그리고 이런 환경 변화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 역시 IE의 몰락을 부추겼습니다. 크롬이 PC와 모바일에서 유사한 작업환경을 제공하고 구글맵, 구글 번역·지메일·유튜브 등 자사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연동을 강화하는 동안, IE는 과거의 영광을 곱씹고 있었죠. 모바일용 엣지는 무려 2017년 10월이 되어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국내 출시는 그보다도 늦은 2018년 7월 2일이었죠. 사람들은 이미 다른 모바일용 브라우저를 사용하고 있었고, 모바일용 엣지는 이들을 갈아타게 만들 강력한 매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버린 카드’가 된 MS 브라우저들

출처 : IT동아

야심 차게 내놓은 엣지의 숨통이 곧 끊어질 것 같자, MS는 심폐소생술의 방법으로 ‘애원하기’를 택합니다. 윈도우 10을 실행하면 알림 센터에서는 ‘크롬이 배터리를 빠르게 소모하고 있다’거나 ‘마이크로소프트 엣지가 크롬보다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내보냈죠. 하지만 이런 애원은 구질구질함만 더해줬을 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데요. 올 3월 엣지의 점유율은 2.21%로, IE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엣지와 IE를 합쳐도 점유율은 고작 4.8%에 그쳐 2위 사파리 점유율의 3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죠.

출처 : Microsoft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석 프로그램 매니저 크리스 잭슨은 공식 블로그에 다소 충격적인 내용의 글을 게시합니다. 그의 글에는 ‘IE는 더 이상 웹 브라우저가 아니며, 요즘 개발자들은 IE가 아닌 현대적인 브라우저에서 앱을 테스트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죠. 크리스 잭슨은 IE를 최신의 웹 표준을 적용하지 않은 오래된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났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호환성 솔루션’이라고 표현합니다.

출처 : 공개SW포털

그는 심지어 ‘엣지’라는 자사 브라우저를 호명하는 대신 ‘현대적인 브라우저’를 언급합니다. 이런 워딩은  EdgeHTML을 크로미움 기반으로 교체하겠다는 지난해 말 MS의 발표와도 무관하지 않을 텐데요. 구글이 만든 오픈소스 웹 브라우저 기술을 받아들이겠다는 이 선언은 독자적인 웹브라우저를  포기하고 대세를 따르겠다는 사실상 항복에 가깝습니다. 자사 웹브라우저 엔진 기술에 대한 투자가 현재의 시장 환경을 뒤집지는 못하리라는 MS의 판단인 것이죠.

세계 웹브라우저 시장이 급격한 변화를 겪는 와중에도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IE를 계속해서 사용해왔습니다. 이는 IE에 대한 선호에 따른 결과라기보다는 국내 환경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가까웠는데요. 액티브 엑스로 대표되는 각종 플러그인을 설치해야만 사용 가능한 공공기관의 온라인 서비스가 많아, 다른 웹 브라우저와 IE를 번갈아가며 사용할 수밖에 없었죠.

출처 : 스탯카운터

하지만 이런 경향도 곧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3월 27일, 행정안전부가 이번 연말까지 공공 웹사이트 중 86%에서 플러그인을 없앨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올 초 홈택스는 이미 액티브 엑스 없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선보여 직장인들의 호응을 얻었죠. 지난 3월 국내에서 IE의 시장 점유율은 12.84%로, 크롬과 사파리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세계시장과는 다른 판도를 보여주었는데요. 액티브 엑스라는 버팀목마저 사라져버릴 한국 시장에서 IE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