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의 채용 경쟁률은 여전히 높습니다. 매년 차이가 있기는 하나 지난 몇 년간 대한항공 채용 경쟁률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10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였죠. 타 직종에 비해 높은 임금과 승무원이라는 메리트, 좋은 복지 덕분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러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채용이 결정된다고 하여 바로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느 화사와 마찬가지로 인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기간이 무려 2년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비단 대한항공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로 통하는데요. 인턴 승무원 제도의 현주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한항공 채용 전형의 객실승무직 합격자들은 건강검진을 거쳐 우선적으로 2년간 인턴 승무원으로 일하게 됩니다. 일반인들은 객실승무원들이 이처럼 긴 인턴 기간을 거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제껏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작년부터 조금씩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죠. 일반 회사들도 인턴 기간을 두는 경우는 흔하지만 일반적으로 3개월, 길어도 6개월인 것에 반해 대한항공의 2년이라는 인턴기간은 다소 지나친 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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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큰 문제는 이와 같은 긴 인턴기간이 ‘국내 항공업계의 불문율’이라는 점인데요. 국내 항공사들은 모두 짧게는 8개월, 길게는 24개월의 인턴 기간을 거친 객실승무원들만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고 있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장기간 인턴을 두는 것은 국내 항공사만의 특이한 문화”라고 항공업계 관계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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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시아나 항공도 인턴사원으로 1년간 근무 후 소정의 심사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데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항공사에 채용이 되어도 ‘인턴 객실승무원’이라는 직함이 주어질 뿐이죠. 저가항공사(LCC)들의 사정도 이와 비슷합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역시 2년간의 인턴 과정을 거쳐야지만 정규직 채용이 가능하며 에어서울과 티웨이 항공도 각각 1년으로 인턴 승무원 기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스타항공만이 비교적 짧은 8개월이라는 인턴기간을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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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국내 항공사의 객실 승무원으로 최종 합격을 하더라도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는 후기가 늘고 있는데요. 이들은 약 2년간의 인턴 과정을 거쳐야지만 비로소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마음에 걸리지만 2년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할 경우에는 이전 경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점도 크게 걱정된다고 밝혔습니다.

2년간의 인턴과정 이후,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않은 직원들의 경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2017년,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대한항공 전직 승무원이라고 밝힌 청원자의 경우는 2년의 인턴 승무원으로 근무 후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사직 처리되었는데 이후부터는 서류전형에서부터 ‘광탈’을 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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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승무원은 나이 제한이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20대 합격자들만 존재합니다. 암묵적인 나이 제한이 있으며 2년이란 인턴기간 동안만 근무하고 해고된 사람들은 설자리가 없습니다.” 가 그녀의 주장입니다. 신규채용의 길이 이처럼 힘들다면 경력직 채용을 준비하면 될 것 같지만 경력직의 상황도 녹록지 않았습니다.

‘FSC 항공사’는 경력직 채용이 나질 않고 있으며 LCC 항공사는 사무장 경력을 선호하기에 3년에서 5년 이상의 경력자들만 채용합니다. 때문에 2년의 인턴 승무원의 경력을 가진 이들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심지어 최근에 대한항공에서 실시한 경력직 승무원 채용의 경우는 신입 승무원들과 똑같이 2년의 인턴 계약 승무원의 기간을 거친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라고 청원자는 호소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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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항공사 측에서는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대부분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는데요. 위의 청원자의 경우도 영어성적을 제출하지 못한 결격사유자였기 때문에 본인의 억울함과는 별개로 회사 측의 횡포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경우처럼 혹여 정규직 채용에 실패한 인턴 승무원들에게는 가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다시 객실승무원의 자리에 서기란 ‘하늘에 별 따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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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긴 교육과정은 필수이다”라는 국내 항공사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또한,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특수성이 일반 직장인들과 같을 수는 없다는 항공사 측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형 인턴’이라는 개념이 없는 해외 항공사와 비교하면 ‘지나친 신중함’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해외 항공사들의 경우 합격 발표 후 정규직 채용까지 6개월도 채 걸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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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질적으로 인턴 객실승무원이라고 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회사의 복리후생과 교육과정, 근무형태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정규직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있으며 계약직인 만큼 급여수준만이 정규직과 차이가 나는데요. 그리고 이 사항은 대한항공 홈페이지에도 객실 승무원 FAQ를 통해 분명히 고지되어 있습니다. 인턴 승무원들만이 “정규직들과 똑같이 근무하고 있지만, 인턴이라는 이유만으로 적은 월급을 받고 있다”라는 사실에 불만을 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