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자신의 작품이 출판사의 선택을 받아야 만화가로 데뷔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만화로 이름을 알리는 길이 다양해졌습니다. 네이버의 ‘베스트 도전’ 등 포털의 등용문을 이용할 수도 있고, 웹툰 전문 사이트의 공모전에 도전해 볼 수도 있죠.

하지만 가장 빨리, 가장 쉽게 자신의 만화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SNS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전업 웹툰 작가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곁들인 자신의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꽤 좋아, ‘인스타툰’이라는 말도 생겨났죠. 오늘은 ‘이혼’이라는 특정한 주제를 다루는 인스타툰 하나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최유나 변호사의 ‘메리지 레드’가 그 주인공이죠.

메리지 블루, 메리지 레드


‘메리지 블루’는 결혼을 앞두고 느끼는 우울감을 일컫는 말입니다. 웹툰 제목인 ‘메리지 레드’는 결혼 생활에 켜진 적신호를 뜻하는 말로, 이 웹툰의 글 작가인 최유나 변호사가 ‘메리지 블루’를 응용해 만들어낸 신조어죠.

최유나 변호사는 ‘메리지 레드’의 스토리를, 김현원 웹툰작가는 그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의뢰인을 보호하기 위해 디테일에 변화를 주거나 여러 케이스를 섞어서 재창조할 뿐, 소재의 90%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데요. 지난해 9월 첫 에피소드를 업로드한 이 계정의 현재 팔로워 수는 14만 8천 명입니다. 연재 시작 후 9개월 만에 꽤 훌륭한 성과를 이룬 것이죠.

이혼 전문 변호사 최유나


최유나 씨는 이혼 전문 변호사입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라는 타이틀은 단순히 이혼 사건을 많이 담당했다거나, 그쪽 업무를 선호한다고 있어서 내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송 경험, 이혼 관련 강의나 논문 등을 통한 전문성의 입증이 있는 경우에만 대한 변호사협회에서 이혼 전문 변호사 등록증을 내어주죠.

웹툰의 초반부에서 그려지듯, 최유나 변호사는 학창시절부터 친구들의 가족문제, 연애 문제를 상담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상대방의 고민을 듣고 진심을 담은 위로를 건네는 일이 의미 있게 느껴졌기 때문이죠. 그의 변호사 커리어는 이제 8년 차에 접어들었고, 그간 담당한 이혼 소송은 줄잡아 1000여건 정도 된다는데요. 인스타툰을 시작한 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상담을 해주고 싶어서였답니다.

경험이 쌓이면서 달라진 것들


지금은 결혼해서 아이도 있지만, 미혼이었던 20대 시절에는 “결혼도 안 해본 젊은 사람이 무슨 이혼 전문 변호사냐”며 그냥 발걸음을 돌리는 의뢰인들도 있었다고 최유나 변호사는 말합니다. 결혼과 이혼소송에 대한 자신의 태도도 지금과는 차이가 있었다는데요. 당시에는 이혼소송을 이기고 지는 싸움으로 여겼고, 결혼 생활에 대한 온갖 기막힌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결혼은 못 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네요.

이혼 전문 변호사로서의 경력이 쌓이고, 본인 스스로 결혼과 출산을 겪다 보니 배우는 것도, 달라지는 것도 많았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든 최유나 변호사는 전부 글로 쓰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만화라는 형식을 택합니다. 그림은 김현원 작가가 전담해 주고 있는 만큼, 자신은 법정에서 자투리 시간에 대사를 작성하는 데 집중한다네요.

메리지 레드의 역할


이혼을 위해 법원까지 갔다고 해서, 꼭 모든 케이스가 실제 이혼으로 종결되는 것도, 모든 이혼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도 아닙니다. 판사라 해도 한 사람의 인생이나 부부의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으니 신중을 기하게 되고, 자존심을 내려놓고 대화를 하다 보면 합의에 이르는 경우도 있어 10건 중 7~8건은 조정으로 마무리된다는데요.

최유나 변호사는 이혼이라는 이슈로 법원을 찾는 일 자체가 서로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때문에 소송까지 가기 전에 전문적으로 이혼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꼭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죠. 최 변호사는 또한 제도가 보완되기 전까지 자신의 만화가 이혼을 고려하는 부부들에게 안전한 완충재가 되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