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일 성수동에 첫 매장을 오픈한 블루 보틀은 놀이공원 못지않게 긴 줄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오픈 시간에 딱 맞춰서 갔는데도 한참을 기다려서야 입장이 가능했다는 류의 후기가 연이어 쏟아져 나왔죠. 개장 날 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여전히 한 시간 정도는 기다릴 각오가 있어야 블루 보틀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데요. 사실 한국 고객들을 몇 시간씩 줄 세운 해외 식음료 브랜드는 블루 보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2016년 7월 강남에 상륙한 쉐이크쉑 버거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연예인도 줄 서서 먹은 햄버거집


미국 서부에 인 앤 아웃이 있다면, 동부에는 쉐이크쉑이 있습니다. 뉴욕 매디슨 스퀘어 공원의 복구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핫도그 카트에서 시작된 이 햄버거 가게는 2004년부터 제대로 된 가게를 차리고 영업을 시작했죠. 동부를 중심으로 지점을 늘려가던 쉐이크쉑은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에도 매장을 열더니 곧 해외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는데요. SPC 가의 차남인 허희수 마케팅 전략실장이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한 결과, 한국에는 2016년 7월에 첫 매장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쉐이크쉑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습니다. 2016년은 작년 못지않게 기록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해였음에도, 사람들은 땡볕 아래 두세 시간씩 줄 서기를 마다하지 않았죠. 연예인이라고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가수 타블로는 에픽하이 멤버들과 함께 쉐이크쉑에서 대기한 경험을 SNS에 생중계했죠. 오랜 줄 서기 끝에 주문을 마치고 곧 먹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그는 ” 아… 시킨 후에 오래 오래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거였구나…”라는 멘션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너무 바쁜 알바, 시급 논쟁도


당시 하루에 3천 개의 버거를 판매했다는 쉐이크쉑 강남점은 개점 7개월 만에 전 세계 매장 중 최고 매출을 달성하기에 이릅니다. 쉐이크쉑의 창업자 대니 마이어 회장은 “한국 쉐이크쉑이 본고장인 미국 뉴욕 매장의 맛을 기대 이상으로 재현했다”며 전 세계 120여 개 매장 중 단일 매장 기준 매출 1위를 기록했음을 밝혔죠.

이렇게 찾아오는 손님도, 팔리는 버거의 개수도 많았으니 직원들이 바빴던 것은 당연합니다. 쉐이크쉑 근로자들의 주휴수당 포함 시급은 8100원, 주휴수당을 제외한 시급은 6750원으로 당시 최저임금 6030원보다 11.9% 높은 수준이었는데요. 일부 직원들은 업무 강도가 너무 세고 숨돌릴 틈 없이 바쁘니 임금을 더 높게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SPC 측은 “쉐이크쉑의 직원 수는 근처의 다른 패스트푸드점에 비해 6배나 많은 89명”이라며 “손님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인당 1시간에 버거 4.1개를 처리하는 수준이라 그렇게 업무 강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세웠죠.

지금은 매장이 8개


사람들이 쉐이크쉑 앞에 이렇게 긴 줄을 선 건 기본적으로는 쉐이크쉑이라는 브랜드의 파워, 그리고 뛰어난 버거 맛 때문이겠죠. 하지만 ‘한국에 단 한 군데’라는 희소성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전국에 매장이 하나밖에 없으니 강남점으로 사람이 몰렸고, 다들 그렇게 줄까지 서서 먹는다니 ‘나도 한 번 가볼까’하는 심리가 발동한 것이죠.

첫 오픈으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희소성과 줄 서기에 의한 홍보효과는 많이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12월 학동사거리 근처에 2호점인 청담점을 연 이후 두타, 분당, 고양, 인천공항, 센트럴시티, 송도점을 개점해 지금은 총 8개의 쉐이크쉑 매장이 생겼으니까요.

조금은 한가해진 강남매장


SPC그룹은 쉐이크쉑 한국 매장들의 구체적인 매출이나 방문객 수를 발표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판매량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객관적 수치로는 알기는 힘들죠. 다만 전체 쉐이크쉑 매장이 아닌 강남 1호점의 경우 1일 평균 방문 고객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평일이냐 주말이냐, 어느 시간대냐에 따라 차이는 조금씩 있겠지만, 줄 안 서고는 못 먹는다던 강남점도 이제 많이 한적해졌다는 후기가 여기저기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직장인 점심시간에도 여타 패스트푸드 브랜드 매장 정도의 북적임만 있을 뿐, 오픈 당시의 끝이 보이지 않는 웨이팅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는데요. 올해 삼청동에서 오픈을 준비 중인 2호점이 문을 열면 성수동 블루 보틀의 긴 줄도 조금은 줄어들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