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앞둔 부모들은 정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어느 병원에서 어떤 방법으로 출산할지부터 아기에게 필요한 물건들은 뭘로 고를지까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죠. 산후조리를 어디서 할지도 큰 고민거리입니다.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면 양가 부모님을 비롯한 일가친척의 끝없는 방문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초보 엄마로서 배워야 할 것들을 천천히 익힐 수 있습니다.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보장받으니, 임신과 출산을 거치며 쇠약해진 몸을 추스르기도 쉽겠죠.

하지만 산후조리원에 입원하기를 꺼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많은 인원이 함께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감염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고, 가격도 보통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럽기 때문이죠. 그런데 강남 일대에는 가격으로 망설일 필요 없는 이들이 선택하는 산후조리원도 있다는데요. 2주 이용금액이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산후조리원들입니다.

16배 차이 나는 조리원 가격


서울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가장 이용요금이 저렴한 산후조리원의 일반실 2주 이용 가격은 155만 원입니다. 평범하게 월급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역시 부담이 될 수 있는 가격이지만, 숙박비와 육아 도우미, 식사비가 모두 포함된 금액이라고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수준이죠. 다만 보통 산후조리원의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은 편입니다. 서울시내 조리원의 70%는 200~300만 원대의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고, 서초는 400만 원 대, 강남은 평균 600만 원 이상입니다.

하지만 이 가격은 ‘일반실’기준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산후조리원의 특실 2주 이용요금은 무려 2천5백만 원이었죠. 가장 저렴한 조리원의 일반실 요금과는 16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요. 길게 잡아 두 달을 이 조리원에서 머문다고 가정하면 총 1억 원의 비용이 들겠네요.

특실과 일반실의 차이


서울시에서 공개한 최고가 조리원은 강남구에 위치한 ‘그녀의 정원 드라마’입니다. 이 조리원의 특실 가격은 알려진 대로 2주에 2천500만 원, 일반실 가격은 850만 원이죠. 일반실도 어마어마하게 비싸지만, 특실에 비하면 1/3 수준입니다. 헤리티지, 더블레스, 도곡궁 등 산후조리원 가격 TOP 5를 차지하고 있는 다른 조리원들 역시 일반실과 특실 금액이 2~3배 정도 차이 납니다.

예를 들어 배우 전지현, 고소영 씨가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헤리티지’ 1호점은 객실 타입이 총 3가지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일반실에 해당하는 ‘디럭스 스위트’는 2주에 800만 원, 한 단계 높은 등급의 방인 ‘프리미어 스위트’는 1,300만 원, 최고 등급의 특실인 ‘헤리티지 스위트’는 2,000만 원이죠. 이는 피부관리, 가슴 마사지, 헤드 스파를 포함한 금액으로, 방의 등급이 높아질수록 방의 평수와 관리 횟수가 늘어났습니다.

천만 원대 조리원의 서비스


대체 뭐가 그렇게나 특별하길래, 천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프리미엄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는 걸까요? 각 조리원마다 내세우는 시설이나 서비스는 상이하지만, 크게 봤을 때 ‘호텔 등급별 차이점’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별이 하나 늘어나고 줄어듦에 따라 호텔의 시설이나 직원들의 접객,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리원 역시 어느 조리원이냐, 어느 룸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2주간의 경험이 달라지는 것이죠.

프리미엄 조리원의 ‘특별한 서비스’는 병원에서 조리원으로 이동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전문 간호사가 동승한 리무진이 병원으로 산모와 아이를 픽업하러 오죠. 산후조리원에 들어온 다음부터는 유명 스파나 피부과 못지않은 관리 기계들과 최고급 화장품으로 충분한 케어를 받습니다. ‘출산 후 바로 예전의 탄탄한 몸매를 되찾는 배우들의 비결이 산후조리원 마사지’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아이돌들도 운동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위를 관리받기 위해 조리원을 찾을 정도라고 하네요.

정규 간호사 선생님들이 신생아실을 담당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아기들을 맡길 수 있는 데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해 예비·초보 부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럭셔리한 시설과 꼼꼼하고 철저한 위생관리 역시 프리미엄 산후조리원이 각광받는 이유입니다. 상가 건물의 일부를 사용하는 일반 산후조리원과 달리 독채 건물을 사용하고,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통과한 산모들만 입원이 가능한 곳도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 감염의 위험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친환경 목재를 사용한 최고급 가구를 비치하는 것은 기본, 방과 거의 맞먹는 크기의 정원을 갖춘 곳도 있었죠.

그들만의 커뮤니티


이처럼 좋은 서비스를 받으며 훌륭한 시설에서 푹 쉴 수 있다는 것도 비싼 가격을 감수하는 것도 비싼 가격을 감수하는 이유이지만, 그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2차적인 목적, 즉 ‘커뮤니티 형성’때문에 프리미엄 산후조리원을 찾는다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다니던 직장도 쉬고, 친구들과 만나는 일도 잠시 뒤로 미룬 채 당분간 육아에만 전념해야 하는 산모들에게 일명 ‘조리원 동기’는 굉장히 소중한 존재입니다. 같은 시기에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육아에 관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고, 비슷한 시점에 겪게 되는 고충들을 토로하거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사이죠. 집이 가까울 가능성이 높으니 퇴원 후에도 왕래하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고요.

프리미엄 조리원 출신들에게는 여기에 한가지 이점이 더 생깁니다. 바로 자신들과 경제적 수준도, 연령대도 비슷한 인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죠.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부유한 친구가 새로 생기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이들의 모든 성장과정을 함께하며 더욱 돈독한 사이로 발전할 수 있을 텐데요. 가끔 이런 ‘인맥’을 위해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산후조리원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산후조리원 시설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각종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정부는 ‘산후조리원 등급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산후조리 인력의 전문성, 의료기관 연계 여부, 시설의 적절성, 감염관리 등을 평가해 총 다섯 단계로 등급화할 계획인데요.

이에 대해 임산부들은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도입하면 선택에도 도움이 되고, 가격 거품이 줄어들 것’이라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산후조리원 측에서는 객관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하네요. 이 등급제는 지난해 시범 평가를 거쳤고, 이르면 올해 본 평가에 돌입할 예정이라는데요. 이천만 원대의 최고급 조리원들은 과연 정부 평가에서 어떤 등급을 받을지, 등급제로 인해 조리원의 가격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