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외벽, 빛바랜 색깔…. 마치 오래전 한국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낡은 아파트들이 줄을 지어 서있습니다. 이곳을 지나가다 보면 ‘여기 사람 사는 곳은 맞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이곳의 집값은 ‘억’소리가 절로 나오는 수준인데요. 최근에는 무려 39억까지 치솟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값이 급증하고 있는 서울의 구축 아파트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겉만 봐서는 몰라”

서울 노후 아파트 집값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2차’는 1978년 준공되어 44년 차인 구축 아파트입니다. 지난 4월 11일, 전용 면적 150㎡이 39억 20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죠. 5년 전인 2016년에 비해 약 20억 가량 상승했습니다. 바로 옆의 ‘신반포4차’도 집값이 크게 뛰었습니다. 신반포4차의 전용면적 96㎡가 3년 전인 2018년 23억 수준에 거래된 것에 비해 올해 3월 말, 35억 8,500만 원에 거래되면서 3년 만에 10억 이상 상승했습니다.


서초구 뿐만 아니라 노원구와 도봉구 등 강북의 구축 아파트들도 집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1989년 준공되어 33년 차인 상계동의 상계주공 13단지의 전용면적 58㎡는 지난 4월 15일 5억 6,000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하지만 이달 1일에는 6억 2,500만 원에 거래되었었는데요. 겨우 보름 사이에 6,500만 원의 오름폭을 기록한 것입니다.

한편 도봉구 창동의 ‘창동주공 3단지’는 1990년에 준공된 노후 아파트입니다. 창동주공 3단지의 전용면적 79㎡는 지난 4월 8억 9,000만 원에 거래되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억 원 가까이 오른 것입니다. 1988년 준공된 ‘창동주공 19단지’ 전용면적 68㎡도 지난달 10억 9,5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올해 2월 처음으로 10억 원을 넘은 것인데 불과 두 달 사이에 1억 원이 올랐죠.

허름한 노후 아파트

집값 상승하는 이유


이렇듯 허름해 보이는 서울의 노후 아파트 집값이 치솟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아파트들을 포함해 서울의 서초구, 노원구, 도봉구 등 여러 곳이 들썩이고 있는데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 신축 아파트의 집값 상승률보다 노후 아파트의 집값 상승률이 훨씬 높게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후 아파트의 집값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재건축 호재 때문입니다.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재개발과 재건축을 통해 2025년까지 총 36만 가구 주택을 신규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하는 10년 동안 묶여있던 재건축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압구정, 여의도 막히니

인근 지역으로 “풍선효과”


위에서 소개한 지역들의 집값이 오른 것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뿐만 아니라 풍선효과 때문이기도 합니다. 풍선효과는 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억제하면 다른 현상이나 문제가 새로 불거지는 상황을 말하는 것인데요. 투기 억제를 위해 시장이나 군수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를 거래할 수 있는 ‘토지거래허가제’가 다른 지역의 집값 상승을 불러온 것입니다.

지난달 말, 재건축 소식에 압구정과 여의도 등의 아파트 단지 집값이 급등하자 오세훈 시장은 이 구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 등 토지거래허가제가 발효된 지역의 아파트 거래는 단 1건도 일어나고 있지 않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압구정, 여의도 등을 향했던 투기 수요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피해 간 인근 지역에 몰렸습니다. 서초, 노원, 도봉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정부가 거래를 감시하자 투자자들은 부담을 느끼고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신 재건축 추진 단지나 강북 지역 등 진입 장벽이 낮은 곳을 차선으로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일시적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분간은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에 아파트값이 오르겠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어 가격 상승이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또한 “서울시 주택 공급 물량과 신도시 물량이 동시에 나오는 3년 후에는 하락 조정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추종매수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있는 지역을 필두로 서울 집값은 올해 계속해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집값 상승에 관한 이슈는 누군가에게 호재고 누군가에겐 악재인 만큼 여론도 극명히 갈리는데요. 매물 공급을 확대해 집값을 조정하려던 재개발이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유발하면서 서울 시청도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따라서 재개발 정책이 과연 어떤 효과를 낳을지 서울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