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적자가 100조를 돌파했습니다. 나랏빚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셈인데요. 정부도 이에 위험을 느낀 듯 세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론 부동산 세금이 있죠. 이외에 액상담배 과세, 배당이익 과세 등에 나섰습니다. 사실상 조세 저항이 덜한 분야에서 조금이라도 세수를 늘리겠다는 전략입니다.

이처럼 세금 부담이 나날이 늘어나는 상황 속, 정부가 낭비하는 세금부터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2018년 제기된 공무원의 GTR 항공권이 대표적이죠. 혹시 모를 일정 변경과 취소를 위해 공무원의 항공권 비용이 1.6~2.6배까지 높게 책정되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세금 낭비가 공무원 직렬에도 적용되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년간 실적이 0건이라 결국 폐지된 이 직렬은 무엇일까요.

서울시의 남다른 사업

고 박원순 시장이 지휘하던 2016년, 서울시는 화장실 불법 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응으로 ‘여성안심 보안관’ 사업을 시행했습니다. 여성안심 보안관은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으로 여성가족정책실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공무원 급도 무려 7급이죠.

서울시 여성안심 보안관의 업무는 25개 자치구 화장실의 불법 카메라 감독과 불법 촬영 근절 캠페인 추진에 그쳤습니다. 불법 촬영 우려가 높은 탈의실, 휴게실, 유흥업소에 설치된 불법 촬영 장비를 단속할 권한이 없어 실효성 여부가 우려됐죠. 또 ‘고정식 카메라’로 단속 대상이 한정되어 ‘이동식 카메라’를 단속할 수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습니다.

다양한 지적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여성안심 보안관을 뽑기 위한 공고를 냈는데요. 그 연봉이 또 화제가 됐습니다. 무려 최소 4271만 원, 최대 6013만 원으로 연봉이 책정된 것이죠. 최소 한 달 356만 원을 수령해가는 셈입니다. 이들의 근무 시간은 심지어 주당 35시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금 50억에 실적은 0건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망한 현재 서울시는 논의 끝에 여성안심 보안관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4년간 여성안심 보안관 사업에 투자된 세금이 총 48억 5700만 원임에도 불구하고 단속 실적이 0이라는 점을 중단 이유라 밝혔습니다. 2020년까지 2만 6805개 화장실을 점검했음에도 어떤 불법 촬영 고정식 카메라를 단속하지 못한 것입니다.

현재 서울시가 보유한 여성안심 보안관의 수는 82명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960일(주말 제외) 동안 하루 약 28개 화장실을 검사한 셈인데요. 이는 82명 기준 하루 1인당 0.34를 검사한 수준입니다. 3일에 1개 화장실을 검사하며 4000만 원이 넘는 인건비를 받아 간 것이죠. 실제로 서울시 관계자는 약 50억 원의 예산 대부분이 인건비로 지출되었다 밝혔습니다.

예산 낭비라는 평가가 주를 이었지만 그간 여성안심 보안관은 ‘박원순 표 정책’이기에 폐지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성 평등을 중시하던 고 박원순 시장이 미투 이후 사망하자 서울시도 실적 없는 해당 정책을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고 박원순 시장 없이 서울시 자체적으로 신규 예산을 편성하기도 어렵다는 점도 사업 중단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젠더 담당관부터 특보까지

서울시는 2017년부터 전 부서에 젠더 담당관을 지정했습니다. 그 수는 약 367명이었는데요. 이에 맞춰 5급 젠더 사무관도 신설했습니다. 2019년 들어서는 젠더 특별보좌관(이하 특보)까지 3명 두었죠. 서울시는 민간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을 정책을 반영하고자 직위를 신설했다 밝혔습니다. 그러나 제도 실행률이 2.9%에 그쳐 실효성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후 서울시는 이들 젠더 자문관 활성화를 위해 ‘젠더 자문관 협조 결재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성인지 관점이 제대로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 모든 정책에서 젠더 자문관의 결제를 의무화한 것입니다. 그간 젠더 자문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사라진 셈입니다.

다만 최근 젠더 특보로 갑질 의혹이 있던 임순영 서울시 젠더 특보가 사표를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는 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가장 먼저 박원순 시장에게 보고하고 대책 회의에 참석한 인물입니다. 서울시는 현재 임순영 특보가 직원 신분으로 조사받을 필요가 있다 판단해 대기발령을 냈습니다. 일각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성 추문을 젠더 담당관들이 무시했다는 주장도 이어져 영향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혐의 없음만 잔뜩,
부동산 대응반

최근 정부는 부동산 시장 감독 상설 기관 설립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를 적발하기 위해서인데요. 선제적으로 운영 중인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의 실적이 저조해 실효성이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현재 부동산 대응반은 국토부 산하 직속 기구로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과 한국 감정원, 금융위원회가 협력해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까지 부동산 대응반이 지목한 110건 중 55건은 ‘혐의 없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외 55건 중에서도 처벌된 건수는 3건에 그쳤습니다. 또한 오히려 부동산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부동산 대응반의 목표인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정작 합법적으로 부동산 상승을 이끄는 부유층을 단속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이은형 대한 건설정책 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증여세 회피나 불법대출 등의 사안이 부동산 매매시장의 주류라 할 근거도 불충분하다”라며 “투입자금 대비 실적이 미미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부동산 폭주의 원인이 감시와 감독의 부재 때문이 아닌 만큼, 부동산 안정 이후 해당 기관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