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겨울 왕국 2’가 개봉하면서 극장가는 어린이, 성인할 것 없이 디즈니 덕후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2019년 동심을 자극하는 디즈니 캐릭터가 엘사와 안나라면, 8·90년대 어린이들을 설레게 했던 주인공들은 ‘디즈니 명작동화’ 시리즈의 단골 캐릭터인 미키와 미니, 구피, 도널드 덕일 텐데요. 최근 계몽사에서 디즈니 명작동화 전집의 복간을 공지하면서 20·30대 디즈니 덕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80년대 디즈니 마니아 양산한 그림 명작 전집


어린 시절의 일은 나이 들수록 잊히게 마련이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 모습이 유난히 눈에 선한 물건들이 있죠. 지금 20대 후반~30대 후반인 분들이라면 <디즈니 그림 명작>전집 역시 그중 하나일 확률이 높습니다. 다소 큰 판형에 하드커버, 모든 삽화가 디즈니 캐릭터들로 이루어져 있었던 계몽사의 이 시리즈는 독서를 싫어하는 어린이들도 너덜너덜 닳아버릴 때까지 읽곤 했죠.

‘미키와 콩줄기’. ‘도널드와 요술 지팡이’, ‘구피와 마술 고기’ 등 기존의 동화에 디즈니 캐릭터를 입힌 이야기부터 우리 머릿속 ‘공주님’의 원형이 된 백설공주, 신데렐라까지, 각자의 취향과 흥미에 따라 골라 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중고 가격 60만 원까지 형성


하지만 몇십 권씩 되는 동화책 시리즈를 성인이 되어서까지 보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사를 가면서 혹은 집을 정리하면서 명작 동화 전집을 처분해야 했을 텐데요. 시간이 흐르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리워진 이들은 중고로 계몽사 디즈니 명작동화를 다시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계몽사가 부도를 맞이하면서 전집이 더 이상 발간되지 않은 데다 찾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가격대도 만만찮았습니다. 상태가 좋고 전권이 갖춰져 있다면 60만 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었죠.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던 <추위를 싫어한 펭귄> 같은 낱권을 구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복간, 순식간에 품절


그런데 최근, 계몽사 블로그에 아주 반가운 공지가 올라옵니다. 바로 디즈니 명작동화 복간 소식이었죠. 계몽사는 월트 디즈니의 <디즈니 그림 명작> 3천 부 한정 판매를 제안받고 올 초부터 복간 작업에 돌입했다는데요. 수명이 약 7년에 불과한 이전 인쇄 필름이 모두 소실되어, 원본 책을 포토샵으로 한 장 한 장 복원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죠

힘든 복원작업을 마쳤다는 기쁨도 잠시, 의외의 복병이 나타납니다. 판매를 먼저 제안했던 디즈니 측에서 저작권 계약을 해주지 않겠다며 말을 바꾼 것이죠. 이에 계몽사는 문화관광부와 대법원에 질의하고 법률사무소 자문을 거쳐, 대한민국 저작권법에 의해 계몽사가 책에 대한 저작 권리를 소유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거쳐 다시 세상에 나온 계몽사의 <디즈니 그림 명작> 시리즈는 사전예약을 통해 38만 원에 판매되었는데요. 미처 예약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일반 구매는 사전 예약 구매보다 2만 원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현재 품절 상태입니다. 계몽사 측의 공지에 따르면 추가 인쇄는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네요.

7년 전 <어린이 세계의 명작> 복간 소식 알리며 돌아온 계몽사


계몽사가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과 계약하여 <디즈니 그림 명작> 시리즈를 출판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의 일입니다. 이후 <학생 백과사전>, <학습 그림 과학> 등 어린이, 청소년 대상의 시리즈를 꾸준히 내놓으며 인기를 끌었죠. 강남에 국내 최대 규모의 출판문화센터를 열 정도로 성황이었던 계몽사는 90년대 무리한 사업 확장과 경제 위기, 홍승표 회장의 회사 공금횡령 혐의 등을 거치며 2003년 4월 최종 부도 처리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어른들의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가 싶었던 계몽사는 2012년 <어린이 세계의 명작> 15권을 복간하면서 경영 재개를 알렸는데요. 2013년에는 <어린이 세계의 동화> 시리즈도 복간되어 독자들을 기쁘게 게 한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계몽사의 <디즈니 그림 명작> 복간 소식을 살펴보았습니다. 미리 소식을 접하고 사전예약을 해둔 분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이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계실 텐데요. 이왕이면 추가 인쇄로 이어져 아쉽게 예약을 놓친 독자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간다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