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꺼풀 없는 눈, 찢어진 눈매, 두드러진 광대…. 미국인들이 동양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은 확고합니다. 학업밖에 모르는 공부벌레, 순종적이고 소심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도 늘 따라붙죠. 특히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중요한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동양인들은 종종 편협하고 고정적인 시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늘은 미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할리우드 영화 속 동양인들의 대표적인 특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브릿지 염색


할리우드 영화들에서 머리카락 일부만 염색하는 이른바 브릿지를 하고 나타난 동양인 배우들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수십 년 전 제작된 영화부터 최근 개봉한 영화까지 하나같이 동양인 여성을 브릿지 헤어로 그리고 있는데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배두나, ‘엑스맨’의 판빙빙, ‘데드풀 2’의 쿠츠나 시오리 등 배우들 모두 브릿지 헤어를 하고 영화에 등장했죠. 외국인들에게는 익숙한 동양인의 헤어스타일이지만, 정작 동양인들은 공감하지 못하는데요. 미디어 산업에서 동양인의 전형으로 굳혀진 브릿지 염색은 도대체 어디서 시작됐을까요.


이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미국에 정착한 이민 1세대 동양인들의 문화 때문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습니다. 이민 1세대 동양인들은 헤어 미용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상당히 많았는데, 이들이 2세대인 자신의 자식들에게 브릿지 염색을 해주면서 동양인들의 문화로 굳어졌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죠. 또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인식이 강한 서양권 나라에서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머리카락 일부만 염색했다는 설도 신빙성을 더합니다.

두드러진 광대와 째진 눈

또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무쌍에 눈이 쭉 째지고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인상을 전형적인 아시아인의 얼굴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일각에서는 이런 천편일률적인 시각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동양인 캐릭터는 매번 작은 눈에 넓은 미간, 낮고 뭉툭한 코가 특징이니 자연스레 모든 동양인들이 그럴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기는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죠.


얼마 전 중국 배우 유역비가 ‘뮬란’ 실사화 영화에 출연한 것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는데요. 유역비는 1000:1 경쟁률의 오디션을 통과하며 당당히 영화에 캐스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외모가 뮬란의 이미지와 다르다는 점이 논란이 되었죠. 몇몇 네티즌들은 “유역비는 전형적인 미인상인데 뮬란은 그렇지 않다”며 “눈이 더 찢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이에 많은 사람들이 “동양인 캐릭터는 매번 광대 크고 찢어진 눈이니까 자꾸 그런 고정관념이 생기는 것”이라며 “해외 미디어가 묘사하는 동양인 외모 기준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공부벌레에 수학 천재

동양인들이 기계와 수학의 천재일 것이란 편견은 오랫동안 할리우드 시트콤이나 코미디의 단골 소재로 쓰여 왔는데요. 특히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미국 학생들은 ‘아시아인과 공부벌레나 수학을 잘하는 것’이란 인식 때문에 수학을 잘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수학을 잘하면 경멸적인 의미의 공부벌레로 취급하는 현상은 유독 미국에서 심하죠.


특히 영화 속에서 동양인들은 공부나 게임, 각종 재주 같은 섬세함이 필요한 스킬에 지존인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영화에 등장하는 해커들이 동양인 캐릭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편, ‘조용하고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한다’는 인식 자체는 나쁜 편견은 아니지만, 오히려 지능이 높고 공부를 잘할 거라는 것에 대한 지나친 기대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동양인들도 많죠.

무술에 능한 무림 고수

동양인들은 무술에 능하다는 고정관념도 많은데요. 아시안이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등장하면 무술의 달인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꽤 많죠. 예컨대 중국인은 쿵후의 고수로, 일본인은 사무라이나 닌자로, 한국인은 태권도의 달인으로 등장하는 식입니다. 이는 애초에 그런 역할에만 동양인을 기용하기 때문인데요. 사실 다른 인종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흑인 남성 캐릭터라면 꽤 높은 확률로 깡패, 히스패닉으로 묘사되거나 아메리카 원주민을 강도 캐릭터로 많이 등장시키는 경우죠.


한편 동양인들이 무술을 잘 할 거라는 인식은 중화권 액션 영화의 영향이 지대한데요. 브루스 리, 이소룡, 성룡, 이연걸 등이 맨손으로 총든 악당들을 때려잡는 모습에서 맣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굳이 무술뿐만이 아니더라도, 철학, 문학, 종교에 있어서도 동양인에 대한 묘사는 상당히 편협한데요. 동양인에 대한 이해와 자각이 떨어지는 데다 스테레오타입들이 할리우드 영화와 텔레비전 쇼를 통해 부각되면서 굳혀진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할리우드 영화 속 동양인들의 대표적인 특징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지나치게 정형화된 동양인의 이미지들을 보면 주체성을 지닌 한 인간을 특정 인종으로 바라보고 정의 내리는 것이 얼마나 무지한 것인지 깨닫게 되죠.

최근에는 아시안에게 덧씌워진 선입견들을 깨부수는 영화나 드라마들이 속속 제작되고 있는 추세인데요. 얼마 전 모든 캐스트가 아시아인인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유의미한 상업적 성과도 거두었죠. 이런 유의미한 작품들이 많이 제작되어 다양성과 개성이 존중받는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