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은 로또에 가깝지만, 터지면 더 대박인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아이돌인데요. 최근에는 아시아를 넘어 북미·남미·유럽 등에서도 높은 사랑을 받으며 ‘글로벌 아이돌’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스타로 거듭나기까지 필수 관문을 거쳐야 합니다. 연습생 생활이죠. 각 기획사가 실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억 소리 나는
연습생 투자 비용

요즘 아이돌은 노래와 춤만 잘 춘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작사·작곡 능력은 물론 능숙한 외국어, 연기력, 예능감 등 다양한 분야에 재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요. 기획사는 이들의 재능 향상을 위해 모든 운영비용을 부담합니다.


5인조 그룹을 기준으로 할 경우, 연습생 2년 과정부터 데뷔까지 많게는 10억 원, 평균 4~5억 원 정도가 사용됩니다. 성형해야 할 경우엔 1~2억 원 정도 비용이 더 들어가기도 하죠.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습생 1인당 월평균 148만 원을 지출한다고 합니다. 148만 원 기준으로, 1년을 연습하면 이들에게 연간 투자되는 금액은 1776만 원 정도 되겠네요.


이 가운데서도 국내 3대 기획사 중 하나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연습생 1인당 연간 투자 비용이 1억 원이 든다고 합니다. 2018년 신인개발 프로그램인 ‘YG 보석함’을 통해서 공개됐는데요. YG 소속 신인개발팀 김윤정 씨는 “가수를 준비하고 있는 트레저 A 팀 연습생 1인당 1년에 최소 1억 원씩 들어가는 것 같다”라며 “연습생들이 연습실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에게는 기본 식대를 포함해 교통비, 일본어 수업, 영어 수업, 연기 수업, 토론 수업, 헬스 트레이닝 등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각 기획사는 적게는 1500만 원부터 많게는 1억 원까지 연습생에게 투자하고 있습니다. 오직 그들의 가능성만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것이죠. 하지만 투자 대비 성공률이 매우 낮은 게 현실입니다.

JYP 연습생은 비용,
YG 연습생은 자산

그렇다면 각 기획사마다 어떤 방법으로 연습생에게 투자할까요? 보통 신인개발비는 회계에서 비용과 자산으로 나눠 처리됩니다. 대부분은 연습생에 들어가는 돈을 비용으로 처리하죠. 데뷔 날짜가 불투명한 데다 성공 여부도 보장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연습생에게 투입되는 비용은 자산화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가 그렇습니다. JYP는 2016년 기준으로 약 4억 원의 신인개발비를 썼는데요. 그 해 매출액인 736억 원에서 0.5%를 차지하는 금액입니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인 만큼, 연습생에게 드는 돈은 모두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 명의 연습생에게 최대 1억 원을 투자하는 YG는 어떨까요? YG는 연습생을 자산화하고 있습니다. 연습생에 들어가는 돈도 무형자산 중 하나인 개발비로 처리하고 있었는데요. 대개 비용으로 처리하는 타 기획사들과 다른 모습입니다.

아이돌 데뷔 후,
정산은 어떻게?

그렇다면 연습생 계약 기간이 만료되고 데뷔를 하게 됐을 땐 어떻게 할까요? 각 기획사는 이들을 비용이 아닌 자산화 시킵니다. 이후 수입이 발생하면 정산을 해주는데요. 정산이란 데뷔 후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 소속사가 이들이 데뷔 전 연습생 시절에 투자한 비용을 계산해 청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부 기획사들은 투자금액의 전부 혹은 1/2, 1/4 이상 갚으면 정산해 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3대 기획사인 SM, YG, JYP의 경우 연습생 투자 비용을 100% 부담하기 때문에 갚을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가수별로 예를 들어볼까요? JYP의 대표 걸그룹인 트와이스는 데뷔 3개월 만에 정해진 날짜에 첫 정산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대형 기획사인 FNC엔터테인먼트의 AOA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2012년에 데뷔한 AOA는 데뷔 후 3년 만에 정산을 받았는데요. 또 다른 소속사인 울림엔터테인먼트의 러블리즈는 2014년 데뷔해 3년이 지난 2017년까지도 정산을 받지 못했습니다.


2017년 데뷔한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의 경우 데뷔한 지 3개월 만에 정산을 받았습니다. 이후 그 해 11명의 멤버들은 각각 3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았는데요. 각 소속사와 배분하면 더 적은 금액을 가져가게 되지만, 그럼에도 큰 액수입니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보이그룹은 시기적으로 빨리 정산을 받고, 비교적 팬덤이 적은 걸그룹은 시기가 다소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습생을 위한 보호 제도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등 나라에서도 연습생을 위한 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체부는 지난해 12월 “연습생 표준 계약서 및 청소년 부속 합의서를 제정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연습생 표준 계약서에는 연습생 계약 기간이 3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해 데뷔 또는 다른 기획사 이동이 용이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기획업자가 연습생 훈련 활동 직접 비용을 원칙적으로 부담하도록 하는 등 연습생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도 있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2017년 연습생 불공정 계약을 제대로 잡기 위한 정책을 내놨습니다. 그동안 JYP, YG 등 일부 기획사는 연습생 때문에 계약이 해지되면 실제 투자 받은 비용보다 2~3배 이상에 해당되는 금액을 위약금으로 요구했는데요. 공정위는 연습생과 계약 해지 시 트레이닝에 실제 쓴 돈만큼만 위약금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바꿨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습생 계약 기간 만료 시 속해 있던 연예 기획사 재계약 또는 전속계약 우선적 협상권을 부여했습니다.


이처럼 연습생을 위한 여러 가지 보호 제도가 생겨나면서 과거 ‘노예계약’이라고 불리던 불공정 계약은 점점 모습을 감추고 있습니다. 연습생이 체계적인 보호 아래 꿈을 키워나간다면 앞으로 제2의, 제3의 방탄소년단이 나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