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축구의 나라’로 불릴 만큼 축구로 유명한 국가입니다. 이외에도 카니발 삼바 축제부터 아마존 밀림까지 독특한 사회환경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브라질은 ‘새로운 볼거리가 많은 여행지’로 주목을 받은 국가이기도 하죠. 브라질은 2020년 GDP(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부자 국가 순위에서 9위에 랭킹 되었습니다. PPP(매년 1인당 구매력평가) 기준 순위에서도 8위에 오르며 브라질을 ‘부자 나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그러나 남아메리카의 부유국으로 꼽히는 브라질의 현실은 사람들의 인식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중 한 여성 가정부의 학대 피해 사건이 알려지면서 브라질의 ‘가정부 문화’는 세계적인 논란이 되었는데요. ‘현대판 노예가 아니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죠. 그래서 오늘은 ‘열정과 풍요’ 수식어 뒤에 가려진 브라질 가정부 문화의 참담한 실상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브라질의 심각한 빈부격차

세계 부자 국가 순위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브라질은 사실 심각한 빈부격차 문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브라질 정부 통계 기관 국립통계원(IBGE)에 따르면 2019년 브라질은 역대 최대 수준의 빈부층 소득격차를 보였습니다. 통계조사에서 브라질 국민 상위 1%의 월평균 소득은 하위 50%의 33.8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죠.

브라질의 빈부격차는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경제침체로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실질 소득 감소로 빈곤층은 더욱 힘들어졌는데요. ‘보우사 파밀리아 프로그램’은 빈곤층에 생계비, 교육비를 지급하는 복지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프로그램 혜택을 받는 국민 비율이 감소했죠. 브라질은 재정적자를 이유로 사회 구호 프로그램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빈부격차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입니다.

가정부가 대물림되는 직업?

소녀를 지칭하는 스페인어 ‘무차차’는 일부 지역에서 가정부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브라질에서 역시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브라질에서는 중산층 이상이면 집에 개인 가정부를 고용하는 것이 흔한 일인데요. 중산층은 보통 1명의 가정부를 가사 학원에 보내 여러 일을 배우게 합니다. 고소득층은 청소, 요리, 현관 등 기능별로 다수의 가정부를 두기도 하죠. 그들이 가정부를 고용하는 이유는 월 300~500달러(한화 33~55만 원)에 달하는 값싼 임금 때문입니다.

가정부 고용 이유에는 역사적 맥락도 존재합니다. 16~19세기 유럽 식민 지배 이후 브라질은 백인, 백인계 혼혈이 사회적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원주민, 흑인 혈통은 빈곤이 지속되었죠. 때문에 생계유지를 위해 가정부라는 직업은 그들에게 귀한 일자리였으며 세습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대가 바뀐 지금도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브라질의 가정부는 대부분 빈민층이며 정규 계약서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로 인해 가정부들의 처우가 매우 좋지 않은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죠. 불공정 노동에 시달린 가정부 피해자만 지난해 1054명, 25년간 5만 명이 넘게 조사되었습니다.

취약계층 가정부들이
겪은 피해

브라질의 가정부 노동 문제가 최근 세계적 이슈로 번진 것은 22년간 강제노동에 시달린 61세 여성이 당국의 구조를 받은 사건이 발단이었습니다. 피해 여성은 1998년부터 시작해 노예와 같은 대우를 받았으며 학대를 받은 사실까지 드러났습니다. 코로나 이후 주인 일가족이 출입을 금지해 창고에서 생활한 것은 사람들에게 더욱 큰 충격을 안겼는데요. 침대 대용의 낡은 소파에서 생활하고 화장실이 없어 양동이에 대소변을 가리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죠. 심지어 해당 가정으로부터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해 식사 해결도 어려웠습니다. 2월 이후 여성의 한 달 급여는 고작 300헤알(한화 약 7만 원)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또 한 번의 큰 사건은 흑인 가정부 아들의 죽음이었습니다. 지난 6월 가정부는 고용주의 애완견 산책을 위해 외출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당일 함께 온 5세 아들을 백인 고용주에게 잠시 맡겼습니다. 이후 가정부의 아들이 엘리베이터로 향하자 백인 여성은 그를 말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문이 닫히기 직전에 가장 높은 층 버튼을 누른 정황이 CCTV 화면을 통해 포착되었는데요. 혼자 올라간 아이는 결국 10층 발코니에서 추락사를 당했습니다. 이 사건은 브라질 인종 간 갈등으로 번지게 되었으며 브라질 흑인들의 항의 시위로 이어졌죠.

가정부가 코로나 감염 통로?

최근 브라질에서는 가정부 문화가 코로나를 확산시킨다는 소문이 등장했습니다. 가정부를 두는 문화가 취약계층으로의 감염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브라질 베아트리스 페론지 박사는 “취약 계층 가정 대부분이 한 방에서 거주해 거대한 전염을 촉발할 수 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브라질 코로나 첫 사망자는 60대 가정부였는데요. 그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집주인으로부터 감염되어 한 달도 안 돼 사망했습니다. 해외를 다녀온 집주인이 가정부에게, 가정부가 그의 가족 및 이웃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근거로부터 이 같은 소문이 나오게 되었죠.

브라질에서는 ‘파벨라’라고 불리는 저소득층 집단 거주지가 코로나 최대 피해지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곳은 일명 ‘판자촌’으로 밀폐된 공간이 여러 세대 붙어있으며 상수도 시설이 매우 낙후되어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벨라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에는 중산층 및 고소득층의 가정부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파벨라를 포함한 빈민층에 대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는 가정부 유급휴가를 권고 중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정은 여전히 가정부를 고용 중이죠.

브라질은 현재 라틴아메리카 최다 코로나 확진국입니다. 현재 브라질 국민들은 ‘부자들이 파벨라를 죽이고 있다’, ‘부자가 빈민층에 병을 옮겼다’며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빈민층 사망자는 계속 증가하고 정부는 무대응 중으로 이에 화가 난 국민들은 대통령 자진 사임 촉구에 관한 공동성명까지 진행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가정부 문제가 더욱 붉어지긴 했지만 노동, 학대, 차별의식에 기반한 가정부 고용의 근본적 문제 해결이 더욱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