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예계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며 아역 출신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데요. 여진구, 이세영, 김유정 등 귀엽기만하던 아역들은 이제는 어엿한 성인 연기자로 거듭났죠. 심지어 그들은 극을 이끌어가는 섭외 1순위, 주연배우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들처럼 어린 시절부터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성인 배우로 넘어가는 배우들도 있지만, 아쉽게도 최근엔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는 아역 출신 스타들도 있죠. 그중 15년 전 소름 돋는 악역 연기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아역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김태희가 맡은 한유리 역 아역배우, 연기자 박가령입니다. 그녀의 탄탄한 연기력은 데뷔작부터 이미 완성형이었습니다. 박가령은 12살 때 크라운제과의 창업주 윤태현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국희’로 데뷔했는데요. 당대 톱스타였던 김혜수의 아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죠.  

이어서 출연한 ‘천국의 계단’에서 그녀는 또 한 번 레전드를 갱신합니다. 극중 한정서 역 아역인 박신혜를 살벌하게 괴롭히는 악역이 찰떡같이 잘 어울렸죠. 당시 그녀는 김태희의 아역이었지만, 신인배우였던 김태희보다 더 수준 높은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박가령을 비롯한 아역들의 열연으로 천국의 계단은 평균 시청률  31.9%를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최지우, 권상우, 김태희는 당대 최고의 스타로 떠오르며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데요. 극중 그녀에게 지독하게 괴롭힘을 당하던 박신혜는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접수한 한류스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박가령은 어느 기점부터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었습니다. 당대 아역배우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연기력을 가진 그녀는 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걸까요? 아역배우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이미지 변신, 아역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성인 배역을 맡는겁니다.

과거 20살이 된 그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꼭 멜로물을 찍어야 성인 연기자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변화되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비교적 아역이라는 꼬리표 떼기에 신경 안 쓰고 편하게 커왔다”라며 아역배우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죠.

박가령이라고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녀에게도 역시 슬럼프가 찾아왔는데요. 아역 때 사용하던 이름 박지미에서 박시현으로 개명하며 다양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죠. 하지만 브라운관에서 그녀가 맡는 역할은 너무 한정적이었습니다. 아역이라는 꼬리표에 집착한 건 아니지만 성인이 된 그녀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습니다.

박시현이라는 이름으로 드라마’ 천일의 약속’ 출연했지만, 그 뒤로 그녀는 아쉽게도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 그녀는 현재 박가령이라는 예명으로 연극 무대에서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2015년 3년 연속 예매율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연극 ‘옥탑방 고양이’에 캐스팅되었습니다. 드디어 아역배우 타이틀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지난 12월에는 국내 유일 국립연극 단체 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호신술’에 캐스팅되며 연극배우로서 입지를 다졌죠. 호신술은 1930년 자본가들의 부패한 모습을 희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인데요. 그녀는 극중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비해 호신술을 배우는 자본가 딸역을 맡았습니다.

브라운관을 통해 레전드 아역이라 불리던 소녀는 이제 대한민국 최고의 연극 무대에 서는 성연 연기자가 되었습니다. 비록 박가령이 브라운관으로 다시 컴백할지는 미지수지만, TV에서 그녀의 연기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