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눈이 안 보이는 것만큼 좌절스러운 일이 있을까요? 모든 것이 암전 된 채 소리에만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만큼 힘겨운 일이 없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세상에는 이런 힘겨움을 극복하고 다른 이들의 귀감이 된 분들이 계십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분 역시 시각 장애를 이겨내고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죠. ‘장애가 있어도 나는 나’라는 생각으로 긍정적 기운을 전파하는 이 분은 누구일까요?

14살에 시각장애 판정

건국대 학생 허우령 씨는 시력을 잃기 하루 전 평소와 다름없이 친구들과 놀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집에 돌아간 뒤에는 이불 속에 들어가 좋아하는 웹 소설을 읽었죠. 그런데 갑자기 그녀는 눈앞이 뿌예지는 걸 느꼈습니다. 하지만 ‘방금까지 잘 놀다 들어왔고, 몸 아픈 곳도 없는데 뭐지?’라는 생각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잠에 들었죠.

그리고 다음날 그녀는 눈을 떴을 때 놀라고 말았습니다. 눈보라가 눈앞을 뒤덮은 것처럼 하얗기만 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죠.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녀는 두려움, 슬픔을 느끼기보다도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죠. 그때 그녀의 나이는 고작 14살이었습니다.

소수자들과 소통하는
아나운서 준비 중

이제는 24살 의젓한 대학생이 됐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우령 씨는 많은 괴로움을 겪었습니다. 14살 때 시각 장애 판정을 받고 나서 1년간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야’라는 좌절 속에 빠져 살았죠. 그랬던 그녀에게 힘이 됐던 건 그녀의 오래된 친구들이었습니다. 친구들은 “나 눈이 안 보여”라고 말하는 우령 씨에게 “괜찮아. 그래도 우령인 우령이잖아”라며 위로했습니다.

그 말에 ‘그래 나는 장애인이 아니라 허우령이다’라는 용기를 얻은 우령 씨는 15살이 되어 시각장애 특수학교에 입학했는데요. 그리고 방송부 아나운서, 바리스타에 도전하게 됐죠. 어린 나이임에도 그녀는 다양한 활동에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마음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털어놓을 곳이 없어 가슴앓이 하는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녀는 앞으로도 더욱 아나운서의 길을 걸어나가 장애에 대한 목소리를 멀리멀리 퍼트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습니다. 이와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우령 씨는 건국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과에 성공적으로 진학하여 현재까지도 아나운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와 닮은 사람’과
시작한 연애

우령 씨는 방송반 활동 덕에 자신의 사랑도 찾을 수 있었는데요. 당시 방송반 담당 선생님은 자신이 담임으로 있던 반 학생인 ‘이승훈’씨를 그녀에게 소개 시켜줬습니다. 더 특별한 점은 승훈 씨 역시 시각 장애를 갖고 있었다는 것인데요. 승훈 씨는 23살에 한쪽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하다가 다른 쪽으로 전이되어 시각 장애를 갖게 된 케이스였죠.

닮은 점이 있다는 것과 마음이 깊다는 공통점에 둘은 좋은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벌써 4년째 만남을 이어오고 있죠. 심지어 승훈 씨가 광주에 있어 서울-광주 장거리 연애까지 하고 있지만 둘은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승훈 씨는 결혼을 바라보고 개인 안마원을 운영하며 미래 준비를 하고 있죠. 하지만 우령 씨의 집안 쪽에서 걱정이 앞서 결혼 반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각장애 유튜버의 삶

비록 우령 씨의 시각은 남들만큼 뛰어나지 않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국보급입니다. 맑고 고운 목소리로 듣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안겨주죠.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우령의 유디오’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더 널리 퍼트리고 있습니다. 우령의 유디오는 우령 씨가 2019년부터 운영 중인 채널이죠. 그녀가 올린 ‘실명하기 하루 전날’, ‘시각장애 여대생이 화장하는 법’ 콘텐츠는 조회 수 183~286만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시각 장애가 있어 우령 씨 혼자서 영상을 편집하는 건 어려움이 있을 텐데요. 그래도 그녀는 영상의 스크립트, 대본을 작성하고 효과와 BGM을 직접 정합니다. 그녀를 도와주는 PD가 영상 편집을 하고 있죠. 채널을 운영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도 우령 씨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의 자연스러운 삶을 공유하고, 시각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공감대를 이루며 도움이 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