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승무원은 ‘항공사의 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승무원은 유독 외모 관리에 대한 압박이 심한 직종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마르고 예쁜 사람만 승무원에 지원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외모와 신체 조건이 중시되는 모습이죠. 사실 승무원의 용모를 앞세운 항공사들의 마케팅은 오랜 전통입니다. 그래서 각 항공사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승무원의 용모를 규정하고 있죠. 특히 여자 승무원은 이런 규정에 더더욱 엄격한데요.

숨쉬기조차 불편해 보이는 이들의 유니폼을 보면 일부러 타이트하게 제작해 체중에 암묵적인 압박을 넣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실제로 최근 한 항공사에서 기준보다 몸무게가 초과했다는 이유만으로 스튜어디스를 해고한 일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과연 이 항공사 측의 이 같은 규정이 정당한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보겠습니다.

해고 사유가 고작 몸무게 0.5kg 때문?

25년간 스튜어디스로 근무한 여성을 과체중 사유로 해고한 회사는 말레이시아항공이었는데요. 프리미엄 항공사로서의 이미지 유지를 목적으로 말레이시아항공은 2015년 10월부터 승무원들에게 체질량지수(BMI)를 일정 기준으로 유지하도록 요구해왔죠. 당시 여성은 회사 기준보다 1파운드(0.45kg) 초과한 몸무게로 해고되었습니다.

이에 부당한 해고 사유라고 받아들인 여성은 말레이시아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여성 측 변호인들은 체중 제한이 다른 경쟁사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차별적 조치로 안전 운항과도 무관하다고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항공 측은 “해당 직원에게 몸무게를 감량할 수 있도록 18개월의 유예기간을 줬으나 청구인은 최적의 체중을 유지하는데 번번이 실패했다”고 반박했죠.

결국 법정은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이에 말레이시아 항공 승무원 조합은 법원의 판결이 “매우 잘못된, 비인간적인 판결”이라고 비난했지만, 항공사 측은 아직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과체중 승무원 125명 업무에서 제외?
다른 항공사들의 체중 규정 살펴보니


한편, 항공사들의 이 같은 체중 규정은 줄곧 존재해왔는데요. 일전에 인도 국영항공사인 에어인디아가 체중이 많이 나가는 승무원 125명을 비행 업무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남성 승무원은 BMI 30 이상, 여성 승무원의 경우 27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하고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인데요. 일각에서는 별도의 업무 수행 능력 평가 없이 BMI를 기준으로 비행 업무를 규제하는 것은 외모로 차별하려는 것이라며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또 작년에는 파키스탄 국영항공사인 파키스탄국제항공이 자사 승무원들에게 체중 감량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는데요. 경영진은 기내 승무원 약 1800명에게 배부한 새 방침에서 “앞으로 6개월 이내에 회사 기준에 맞춰 체중을 감량하지 않으면 비행할 수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방침에 따르면 모든 승무원은 체중 검사를 받아야 하고, 검사 기록은 항공사 경영을 위해 보존되는데요. 당시 약 100명이 승무원이 징계를 피하기 위해 체중을 감량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심지어 파키스탄국제항공 대변인은 “과체중 승무원 단속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라며 “(승무원이) 날씬하고 똑똑하단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다. 그 누구도 기내에서 초라한 승무원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는데요. 이 사실이 인터넷에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너무 억지스러운 주장이다” “엄연히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비난의 눈길을 보냈습니다.

승무원 체중 제한, 우리나라 항공사 역시 존재

한편, 승무원에 대한 체중 규정은 우리나라 역시 피해 갈 수 없었는데요. 국내 메이저 항공사들 역시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자체적인 몸무게 기준표가 있죠. 표를 살펴보면 여성 기준 신장이 165cm일 경우 표준체중은 45.7~53.7kg으로, 이 이상이면 초과체중으로 분류됩니다. 실제 165cm의 적정 체중이 59.8kg인 것을 감안한다면 이 체중 기준이 정말 비행기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죠.

안전이 가장 중요한 비행기에서의 어느 정도의 규율과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납득할 만하지만 몸무게 때문에 응급상황 시 승무원의 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기업 이미지 유지를 위한 항공사의 외모 평가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데요.

전문가들은 법적인 수준으로는 72kg을 초과하지 않으면 긴급 상황 대처 시 문제 될 것이 없으며, 이에 따른 안전 리스크도 확인된 바 없다는 의견을 밝혔죠. 승무원에 대한 항공사 측의 규정들, 과연 회사와 업무에 꼭 필요한 규정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